일부 마트 노동자들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배지를 달고 근무해 논란이 일고 있다. 노동자들은 온라인에서 협박과 집단 괴롭힘을 당했다고 호소하자 마트 노조는 대응에 나섰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마트노조)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배지를 달고 근무한 조합원들이 일부 탄핵 반대 세력으로부터 위협받고 있다며 4일 경찰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마트노조는 이날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디시인사이드를 비롯한 온라인 커뮤니티와 전화 등을 통해 노조원 괴롭힘에 동참한 성명불상자들을 협박 등 혐의로 고발했다고 밝혔다.
마트노조는 “최근, 디시인사이드 국힘갤러리 등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특정 점포에 대해 좌표를 찍고 공격하자는 선동을 하고 있으며, 고객센터로 전화해 협박하거나 부정선거 망토를 걸치고 매장을 돌아다니며 탄핵버튼을 착용한 조합원을 찾는 행위들이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얼굴과 이름을 적시해 각종 SNS에 퍼나르고, 매장으로 전화해 노조간부의 이름을 대며 찾는 등 도넘은 협박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조합원에 대한 비하와 말도 안 되는 논리로 해당 마트를 공격하고 업무를 방해하기도 했다. 불과 얼마전에 발생했던 법원 폭동사태처럼 심각한 상황이 발생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대부분 여성들인 마트노조 조합원들은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강우철 마트노조 위원장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판사도 잡아 족치겠다던 저들이 언제 어디서 위험한 행동을 벌일지 모른다. 반드시 철저한 수사가 진행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마트노조는 지금의 혼란이 안정되고 평온한 일상을 되찾기 위해 윤석열 탄핵, 내란죄 처벌, 국힘 해체하는 날까지 흔들리지 않고 투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트노조는 조합원에 대한 도넘은 위협과 협박에 대해 수사기관에 의뢰해 책임을 묻고, 조합원의 신변안전을 위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김광창 서비스연맹 사무처장도 “폭동을 자행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정치세력으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것은 국가의 응당한 책무”라며 “최소한 경찰이 민주주의 지킴이라는 것을 마트 여성노동자에게 보여주기 바란다”고 엄정한 수사를 요구했다.
공윤란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 서울본부장은 “저들의 좌표찍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법원폭동 이후 극우세력들은 먹잇감을 찾듯이 우리 조합원들의 얼굴과 이름까지 올리며 항의전화를 하고 협박을 하고 있다”며 “절대로 가만히 두고보지 않겠다. 더 당당하게 투쟁하고 법에 따라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경 마트노조 이마트지부 사무국장은 “대형마트라는 열린 공간에서 근무하는 여성노동자들은 지금이 아니라도 언제나 위험에 노출돼 있다”면서 “타겟이 된 사원을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한다. 탄핵뱃지를 달아서 문제를 만들었다는 2차 가해의 논리로 방관한다면 현재 이 피해자들에게 더 심각한 상황으로 내몰고 트라우마를 야기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벌어진 불법 비상계엄 이후 마트노조 조합원들은 12월 13일부터 ‘윤석열 탄핵’ 버튼을 착용하며 근무를 섰다. 이후 디시인사이드 국민의힘 갤러리 등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각 마트에 항의 전화를 ‘인증’하는 등의 글이 100여건 이상 올라온 것으로 알려졌다.
마트노조는 이날부터 조합원들의 신변안전을 위해 근무 중에는 탄핵버튼을 부착하지 않고 조합 활동 시에만 착용하기로 했다. 다만 내란종식을 위해 지속적으로 투쟁하겠다는 방침이다.
강 위원장은 “마트노조는 불법 비상계엄 이후 국회 앞과 매장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며 국민들과 함께 민주질서 회복을 위해 목소리를 높여왔다”며 “마트노조 조합원들은 하루라도 빨리 무너진 질서를 회복하고 안정적인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마트 노동자들이 단체 행동에 나선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촛불집회와 2019년 일본 제품 불매운동 당시에도 마트노조는 이에 동참한다는 취지의 배지를 달고 사측과 갈등을 빚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