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혁(25)이 영국 무대에 진출한 강원FC 후배 양민혁(19)에게 농담을 건네며 그의 활약을 응원했다.
이기혁은 5일 경남 남해군 남해스포츠파크호텔에서 취재진과 만나 다가오는 시즌 각오를 밝혔다.
이기혁은 2024년 강원 돌풍의 주역이었다. 센터백, 레프트백, 중원 미드필더 가리지 않고 나섰고, 리그 35경기 출장 4도움을 기록했다. 장점인 왼발 킥을 살려 후방 빌드업 핵심이 된 그는 K리그 라운드 베스트11에 무려 7번이나 선정됐다. 강원은 이기혁의 활약에 힘입어 구단 역대 최대 최고 성적인 2위에 올랐다. 이기혁은 지난해 11월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에도 승선하며 가치를 인정받았다.
“지난해 성적이 너무 좋았다”고 만족감을 드러낸 이기혁은 “올해도 잘 준비하고 있다. 강원만의 색깔이 더 뚜렷해지는 한 해가 될 것”이라며 “윤정환 전 감독님과 정경호 감독님의 추구하는 스타일이 비슷하다, 더 업그레이드 하고자 한다. 정 감독님의 넘치는 에너지를 보고 선수들도 따라가려 한다”고 말했다.
강원은 핵심 전력 두 명을 잃은 채 2025시즌에 임한다. 고교생으로서 놀라운 활약을 보인 양민혁이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명문 구단 토트넘 홋스퍼로 향했고, 황문기는 군 복무를 위해 K4로 떠났다. 이기혁은 “두 선수가 큰 자리를 차지한 건 맞다. 그러나 팀으로 뭉쳤을 때 다른 시너지가 날 수 있다. 새로 들어온 선수들과 강원의 축구를 펼치면서 부담 없이 즐기겠다”고 말했다.
또 “2024시즌에 상위 스플릿 진출을 목표로 잡고 했는데, 결국 2위라는 성과를 냈다. 올 시즌 목표도 마찬가지로 상위 스플릿 진출이다.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에서도 좋은 성과 거두고 싶다”며 “김병지 대표님이 ‘준우승을 경험했으면 다음은 우승’이라 하셨다. 제 최종 목표도 리그 우승”이라고 강조했다.
이기혁은 올 시즌 센터백 역할에 집중할 계획이다. 그는 “동계 전지훈련 기간에 미드필더로 출전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선수단이 갖춰진 뒤 줄곧 센터백으로 뛰고 있다”며 “팀이 원하면 미드필더로 출전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강원 미드필더에는 좋은 선수들이 많다. 맡은 센터백 임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생각을 밝혔다.
강원 부주장으로 임명된 그는 “작년에 (황)문기 형과 제가 팀 분위기를 이끌었다. 감독님이 그 부분을 좋아하셨던 것 같다. 팀 에너지가 떨어지지 않게끔 애쓰겠다. 중앙 수비수로서 리딩도 잘 수행하겠다”며 “개인적으로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나, 형들이 평상시 하던 대로 해도 좋을 거라고 조언해줘서 그렇게 수행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대표팀 승선에 대한 욕심도 숨기지 않았다. 이기혁은 “뽑혔을 때 계속 뽑히고 싶은 마음이 크다. 대표팀 욕심은 언제나 있다. K리그 개막 때의 퍼포먼스가 3월 소집에 영향을 줄 것”이라 바라봤다. 이어 “올 시즌에는 센터백으로 확고하게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고 덧붙였다.
강원의 등번호 47번은 큰 의미를 지닌다. 47번을 단 양현준과 양민혁은 나란히 유럽 무대에 진출했다. 올 시즌 강원의 47번은 2005년생 센터백 신민하다. 같은 수비수인 이기혁은 “그 번호를 단 만큼 민하도 책임감이 생겼을 것”이라 “가진 게 많은 선수다. 조금 더 자신감을 갖는다면 훨씬 좋은 선수가 될 것”이라 힘줘 말했다.
이기혁은 절친한 후배인 양민혁과 유쾌한 일화도 전했다. 그는 “민혁이가 영국에 간 직후에는 자주 연락했다. 그런데 가면 갈수록 건방지게 연락을 받지 않는다. 요즘은 제가 먼저 연락한다”며 농담을 던진 뒤 “QPR로 임대가면서 힘들 것 같았는데, 또 그러지는 않더라. QPR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미소 지었다.
끝으로 이기혁은 “지난 시즌은 목표를 이뤘던 한 해였다. 올 시즌도 잘해서 반짝한 선수로 남지 않겠다. 꾸준한 활약으로 팀 주축이 되고, 대표팀에도 승선하고 싶다. 개인 성적과 팀 성적을 모두 잡는 2025년이 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남해=김영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