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증시가 부진을 겪고 있는 가운데 증권사들의 고액자산가(슈퍼리치) 자산관리(WM) 서비스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고액자산가는 자산관리에 관심이 높은데다 투자 가능 자산 규모가 크고 사업 확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들은 최근 조직 개편, 서비스 지원을 통해 초고액자산가 비즈니스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올해 상반기 초고액자산가, 부유층 고객 전담 조직 신설을 목표로 두고 인력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메리츠증권이 자기자본으로 투자하는 거래에 고객이 동참하는 방식으로 설계될 것으로 보인다.
장원재 메리츠증권 대표는 지난해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패밀리오피스 신설 계획과 함께 “다른 회사 상품을 고객에게 소개하는 게 아닌 메리츠 내 차별화 운용 역량으로 고객이 함께 투자할 수 있도록 자사 상품을 개발하겠다”며 개인 고객 대상 영업을 한층 강화할 것이라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지난해 연말 조직 개편에선 리테일본부를 부문으로 격상하고, 리테일부문 산하에 초고액자산가 프라이빗투자은행(PIB) 센터와 리테일전략담당을 신규 설치했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메리츠증권 하면 돈 잘 버는 금융사’라는 이미지가 있다. 메리츠의 자기자본으로 투자하는 거래에서 우리가 덜 투자하고 고객에게 나누자는 것이 자사의 콘셉트”라며 “타사 패밀리오피스는 세무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메리츠증권의 목표는 저희만의 좋은 투자 솔루션을 제공하는데 있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은 최근 개편을 통해 고액자산가 대상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인 ‘프라이빗 딜’ 상품 솔루션부를 신설했다. 고액자산가 자산관리 서비스와 관련해 팀 차원의 서비스 제공이 아닌 부서를 신설한 점은 NH투자증권이 고액자산가 영업에 본격적으로 집중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재작년부터 붐이 일면서 패밀리오피스와 같은 고액자산가 전담 자산관리 서비스가 나오기 시작했다”며 “이러한 트렌드에 발맞춰 (NH투자증권만의) 고액자산가 대상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특화, 전문화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2021년 삼성증권에서 합류한 베테랑 PB 이재명 NH투자증권 부사장(리테일사업총괄부사장)의 영향이 주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부사장은 삼성증권에서 초고액자산가 자산관리 서비스인 ‘SNI’ 기초를 다진 인물로 알려져 있다.
삼성증권은 2010년 업계 최초로 SNI를 도입했다. 2020년에는 자산 1000억원 이상 가문의 자산을 관리하는 패밀리오피스 사업도 출시했다. 삼성증권의 패밀리오피스 사업규모는 지난해 100가문, 30조원을 넘어섰다.
미래에셋증권도 지난해 연말 조직개편을 통해 초고액자산가 대상 PWM 조직을 확대했다. 또한 초고액자산가들의 자산관리, 가업 승계, 세무, 법률 리스크 관리 등 맞춤형 종합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 올 초 법무법인 태평양과 전략적 업무제휴도 체결했다.
증권사들이 고액자산가 시장을 미래 먹거리로 삼는 것은 그만큼 고액자산가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2024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부동산 자산이 모두 10억원 이상인 부자는 46만1000명이다. 2021년 39만3000명, 2022년 42만4000명, 2023년 45만6000명 등 계속해서 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부의 안정적인 증식, 승계 등 종합 자산관리 서비스를 원하는 자산가들이 늘고 있다”며 “고액자산가 시장은 리테일 강화는 물론 기업금융(IB) 사업으로 연결될 수 있는 사업 확장성이 있다. 이에 최근엔 고액자산가 개인에서 더 나아가 가족 자산을 전담해 마크하는 추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