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 IBK기업은행에서 시작된 임금·보상 정상화 요구가 금융 공공부문 전체로 번지고 있다. 한국은행의 노조를 비롯해 20여개 금융 공공부문 노조가 한 자리에 모여 노정 교섭권 보장에 힘을 싣는다. 금융권에서 정부를 상대로 임금 및 단체협상 요구가 커지는 모양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 노조를 비롯해 기업은행, 한국산업은행, 예금보험공사 등 20여개의 금융 공공기관 노조는 오는 10일 ‘공무보수위원회법’ 제정을 촉구하고 노동자의 임금 교섭권을 보장해달라는 취지의 좌담회를 연다. 한국은행 노조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공동 주최한다.
한국은행 등 20여개 금융 공공기관 노조 한자리에…공무원보수위원회법 제정 촉구
이번 좌담회는 기업은행 총파업으로 시작된 임금인상 요구에 금융 공공기관 연대 움직임이 공식화됐다는 데 의의가 있다.
공공기관들은 민간 부문과의 임금 격차·보상안 부재에서 오는 인력 이탈과 경쟁력 저하를 공통적으로 겪고 있다. 공무원 관련 노동단체들은 공무원·공공부문 노동자의 저임금 문제가 고착화되고 있다고 보고, 공무원 임금 수준을 합리적으로 결정하는 체계를 만들기 위해 공무원보수위원회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공무원보수위는 공무원 임금인상률을 논의·결정하는 인사혁신처 훈령으로 설치된 자문기구다. 그러나 실효성 있는 임금교섭기구로써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공무원보수위에서 의결된 인상안은 실질적 효력이 없고 기획재정부에 권고하는 수준에 그친다. 때문에 정부와 노조가 합의를 해도 기재부는 빈번하게 예산 문제를 이유로 이행하지 않았다.
지난달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공무원보수위원회법은 ‘공무원 보수의 결정 등에 대한 당사자의 참여를 보장하고 그 절차를 정함으로써, 공무원의 생활 안정을 도모하고 공무원이 책임감과 자긍심을 가지고 국가발전에 이바지할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공무원 보수 수준이 민간 중견기업 노동자 임금과 형평이 맞는 수준이 돼야 한다는 원칙도 담았다.
‘신의 직장’ 위상 예전같지 않네…한은도 처우 고민
한국은행에서는 시중은행과의 급여 격차, 낮은 임금 인상률에 대한 구성원 불만이 쌓인 상태다. 한국은행의 지난 2023년 직원 1인당 평균 보수액은 1억740만원이다. 같은해 KB국민과 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개 시중은행의 평균연봉 1억 1600만원 보다 낮았다. 한국은행의 연도별 직원 임금 인상률은 2020년 2.7%, 2021년 0.7%, 2022년 1.2%, 2023년 1.2%로 물가상승률에 미치지 못했다. 내부에서는 구성원 이직률이 갈수록 높아지는 것에 대한 고민이 깊다.
한국은행의 보수 인상률은 기업은행과 마찬가지로 공무원 인상률에 100% 연동된다. 임금 결정권은 기재부가 쥐고 있다. 한국은행법에 따르면 한국은행의 급여성 경비 관련 예산은 기재부 사전 승인이 필요하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독립성을 중심으로 보면 급여성 경비를 기재부로부터 사전 승인 받는 것은 국제 기준에 맞지 않다”고 언급한 바 있다.
강영대 한국은행 13대 노조 위원장은 “공무원보수위원회법은 ILO(국제노동기구) 규정에 따른 노정 교섭권을 공무원에게 보장해줄 수 있는 장치다. 법안 통과를 적극 지지한다”면서 “한국은행 노조는 올해 공무원 노조와 연대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은행, 산업은행, 기업은행을 포함한 금융 공공부문 노동자도 공무원보수위원회법에 준하는 노정 교섭권을 보장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대내외적인 상황을 생각할 때 최후 수단인 총파업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부연했다.
한국은행 노조는 앞서 기업은행이 총파업에 돌입하자 연대 성명을 내놓기도 했다. 기업은행 노조는 정부가 시중은행보다 30% 낮은 임금을 책정해 적정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기재부의 ‘총액인건비 제도’로 시간외 근무수당을 지급받지 못한다며 지난해 12월 노조 설립 이래 최초로 총파업을 단행했다. 기업은행은 기재부와 인건비 규제 협의를 진행 중이다. 진척이 없다면 내달 중 2차 파업에 나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