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G밸리’ 활력을 전국으로…10곳 선정해 집중 육성 [산업단지의 재도약①]

서울 ‘G밸리’ 활력을 전국으로…10곳 선정해 집중 육성 [산업단지의 재도약①]

일자리 중심지로 거듭나는 G밸리…고용인원 약 14만명
“산업환경 변화에 따른 규제 완화, 입주기업 경쟁력 강화”
‘산업단지 60주년’ 신산업 시대 맞춘 재도약 준비
과거 구로공단 노후화된 이미지 개선도 과제

기사승인 2025-02-10 06:00:09
지난 4일 가산디지털단지 인근에 G밸리 지식산업센터들이 모여 있는 모습. 김한나 기자

서울 유일의 산업단지인 ‘서울디지털산업단지(G밸리)’. 서울 구로구와 금천구에 위치한 G밸리는 지난해 기준 1만4000여개의 기업이 상주하고 있다. 10일 현재 1~3단지로 나뉘어진 G밸리는 패션산업이 주를 이루는 2단지와 달리, 3단지는 IT·지식산업 기반의 회사들이 많다. 특히 벤처나 IT, 스타트업 기업들이 많이 들어서면서 젊은 직장인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4일 온종일 영하권 추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거리 곳곳은 바삐 움직이는 젊은 층들로 분주했다. 대부분이 G밸리 지식산업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2030세대로 보였다.

지식산업센터 인근에서 만난 직장인 김 모(남·34)씨는 “오픈한 지 10개월 정도 된 벤처 스타트업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G밸리에는 아무래도 창업이나 새로운 사업을 시작해 보려는 젊은 층들이 많이 모이는 추세”라며 “수평적으로 일할 수 있는 분위기가 강점”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직장인 강 모(남·31)씨도 “원래 판교테크노밸리 소재 IT 회사에 다니다 이직하게 됐는데 기존의 업무를 새롭게 만들어나가는 재미가 쏠쏠한 것 같다”고 전했다. 

가산디지털단지역 인근에는 빽빽히 들어선 G밸리 지식산업센터 고층 빌딩들로 가득하다. 이곳은 과거 구로공단 시절 의류공장 등 중소 제조업 공장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첨단지식산업단지로 성장했다. 입주 가능 업종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벤처기업을 비롯해 정보통신기술(ICT), 비제조업 등에서 법무, 회계, 금융 등의 서비스업, 인공지능(AI) 관련 기업들의 입주도 이뤄지고 있다. 

G밸리는 대표적인 일자리 중심지로 거듭나고 있다. 면적은 서울시 전체의 0.3%에 불과하지만 고용인원만 약 14만명에 이른다. 특히 G밸리는 가장 젊은 산업단지로, G밸리 근로자 중 2030세대가 약 54%를 차지하고 있다. G밸리의 청년 고용률(65.4%)도 서울시 1위다. 이곳 입주기업의 연간 생산액은 14조원, 수출액만 28억달러에 달한다. G밸리에 사옥을 둔 기업들도 있다. G밸리에서 가장 큰 지타워, 구로디지털단지 1단지에는 넷마블 사옥이 있다. 가산디지털단지 3단지에는 BYC 사옥인 BYC하이시티, 롯데정보통신 사옥 등이 있다. 

가산디지털단지 인근에 G밸리 지식산업센터들이 모여 있다. 김한나 기자

이처럼 산업단지는 급성장을 거치면서 지난 60년간 규모와 다양성 측면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뒀다. 그러나 현재 선진국의 제조 혁신과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에 따른 보호무역주의 확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새로운 도전의 시기를 맞고 있다. 이런 변화에 대응하고자 G밸리 관리주체인 한국산업단지공단(산단공)은 산업단지의 디지털·무탄소 전환을 통해 입주기업의 생산성과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산업단지를 산업과 문화가 융합하는 공간으로 바꿔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산단공은 산단 입주기업의 경쟁력 강화, 경제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 나가고 있다. 산단공 관계자는 “산업환경의 변화, 입주기업의 수요변화를 파악해 산단 입주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활동을 해오고 있다”면서 “산업환경 변화에 따른 규제 완화, 입주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디지털 전환과 무탄소화를 지원하고 있으며, 산단에 청년 근로자의 지속적인 유입을 위해 ‘산업단지 문화요소 도입’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산업단지가 산업과 문화가 융합된 첨단복합도시로 변모하기 위한 과제도 존재한다. 2010년 이후 고층 빌딩과 아파트로 이뤄진 삭막한 회색 도시라는 과거의 노후화된 이미지 개선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급성장하고 있는 G밸리지만 입주기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청년 유입이 확대되려면 과거 구로공단의 이미지를 탈피해야 한다”면서 “아직도 2030 청년들은 회사의 주소지가 G밸리라고 하면 기피하는 경우도 많다. 급여가 적어도 강남 인근이나 신사동 가로수길 등의 근무 환경을 선호하는 경향이 많아 인식 전환을 위한 꾸준한 노력이 뒷받침 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넷마블 지타워 전경. 넷마블 제공 

한편 산단공은 오는 2027년까지 총 10개의 선도문화 산업단지를 선정하고 집중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상훈 산단공 이사장은 지난해 ‘대한민국 산업단지 60주년’ 산단 기념식에서 △디지털·무탄소 전환 △문화공간 확대 및 프로그램 개발 △규제 혁파 및 투자 활성화 비전을 발표했다. 산업단지의 디지털·무탄소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해 AI 자율제조 확산을 통한 초연결 지능화 산단을 조성하고,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와 고효율 시스템 지원을 통해 탄소 배출이 없는 ‘넷제로’(Net Zero) 산업단지를 만들 예정이다.

또 민간의 주도적 자율과 창의를 활용해 산업현장의 규제와 애로를 혁파하고 투자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외부 전문가와 함께 ‘산업현장 애로 지원단’을 구성해 입지 킬러규제부터 판로개척까지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상훈 산단공 이사장은 “산업단지는 보다 젊어지고 활력이 넘치는 공간으로 변모해 가게 될 것”이라며 “단순 제조 생산을 넘어 일터와 삶터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산업단지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전했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
김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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