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 ETF 보수 90% 깎았다…‘치킨게임’ 우려에 금감원 주시

미래에셋, ETF 보수 90% 깎았다…‘치킨게임’ 우려에 금감원 주시

기사승인 2025-02-06 17:44:13
미래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이 ETF 시장 1위로 올라서기 위해 강하게 드라이브를 거는 모습이다. 미국 대표지수 상장지수펀드(ETF) 2종 수수료를 기존 10분의 1 수준으로 낮추며 공격적인 수수료 인하를 단행했다. 이에 금융투자업계에선 수수료 출혈경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미국 대표지수 상장지수펀드(ETF)인 ‘TIGER 미국S&P500 ETF’와 ‘TIGER 미국나스닥100 ETF’ 2종의 총보수를 연 0.0068%로 인하한다고 6일 밝혔다. 

이날부터 ‘TIGER 미국S&P500 ETF’와 ‘TIGER 미국나스닥100 ETF’ 2종 보수는 연 0.07%에서 10분의 1 수준인 0.0068%로 변경된다. 지난 2020년 11월 연 0.3%에서 0.07%로 인하한 이후 약 4년 만의 인하다. 이는 국내 상장된 ETF 중 최저 수준이다. 1억원을 투자한다면 투자자가 부담하는 수수료는 7000원도 채 안 되는 셈이다.

미래에셋운용은 보수 인하 배경으로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투자 기회를 확대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김남기 미래에셋운용 ETF운용부문 대표는 “2006년 국내 ETF 시장 첫 진출 이후 ‘TIGER’RK 아시아 대표 브랜드로 성장했다”며 “국내 투자자들이 미국 대표지수에 최소한의 비용으로 투자하는 시대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운용이 파격적으로 수수료를 인하할 것이라는 움직임은 이미 수일 전부터 업계에 예측됐다. 미래에셋운용은 이날 오전 9시 수수료 인하 발표 직전까지 자사 홈페이지에 ‘세상을 놀라게 하다’라는 문구와 D데이를 병행 표기하며 파격적인 조치를 예고하기도 했다.

업계는 미래에셋운용의 이번 보수 인하가 ETF 1위 사업자인 삼성자산운용을 겨냥한 조치로 해석한다.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국내 증권사 전체 ETF 순자산은 183조8642억원이다. 지난달 31일 기준 삼성운용의 ETF 순자산 총액은 69조9918억원으로 전체 시장점유율은 38.07%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순자산 65조8421억원, 점유율은 35.81%로 불과 2.26%p 차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래에셋운용이 ETF 1위로 올라가겠다는 목표를 세운 만큼 파격적으로 수수료를 내린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 ETF로 수수료 수익 비중이 적지 않겠지만 손실이 크더라도 (대형사인만큼) 감당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보수 인하 치킨게임이 일어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 삼성운용이 KODEX 미국 대표지수 ETF 4종의 총보수를 연 0.05%에서 0.0099%로 인하하자, 미래에셋운용은 삼성운용보다 0.0001% 더 낮은 0.0098%까지 낮추며 맞불을 놓았다. 이번 미래에셋운용 보수 인하 발표 전후로 삼성운용, KB자산운용 등도 보수 인하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운용사들의 보수 인하 경쟁은 결국 제 살 깎기가 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상품 경쟁이 아닌 보수 인하 경쟁이 심화하면 자산운용업계의 수익성 악화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도 운용사의 ETF 수수료 출혈 경쟁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한국 증시 활성화를 위한 열린 토론’에 참석한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연스러운 경쟁 과정에서 소비자들이 부담하는 비용이 줄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고 당국이 개입할 문제는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과도한 경쟁으로 실제 필요한 우량 상품을 만들거나 질적 서비스를 제고하는 것을 간과하는지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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