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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석유화학업계가 중국발 공급 과잉 및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로 지난 한 해 부진한 연간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트럼프 2기 체제에서 올해 역시 글로벌 환경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업계는 지난해에 이어 내실 다지기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7일 석화업계에 따르면, 전날 실적을 발표한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영업이익 315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83.4% 감소했다. 배터리 부문에서 큰 영업손실을 기록한 가운데 정유·석유화학 업황 악화로 영업이익이 주춤했다. 다만 SK E&S 합병 효과로 지난해 4분기 기준 영업이익 1599억원을 기록하며 3분기 대비로는 흑자전환 했다.
같은 날 실적을 발표한 한화솔루션은 영업손실 3002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적자전환 했다. 케미칼 부문은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면서 주요 제품 판가 약세가 지속됐고 해상운임 상승, 전기요금 인상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신재생에너지 부문도 함께 부진했다.
‘업계 맏형’인 LG화학은 지난해 영업이익 916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63.75% 감소했다.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는 영업손실 2520억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 했다. 석유화학 부문에서 연간 영업손실 1360억원을 기록했다. 금호석유화학은 지난해 영업이익 2727억원으로 전년 대비 24% 감소했지만, 합성고무 사업 호조 등으로 타사 대비 수익성을 방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밖에 7일 실적발표 예정인 롯데케미칼의 지난해 영업손실 컨센서스(증권가 전망치)는 에프앤가이드 기준 8271억원으로 전년 3477억원 대비 적자 폭이 138%가량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고강도 재무구조 개선을 통해 지난해 4분기 기준 예상 영업손실은 1475억원으로, 3분기 영업손실 4136억원에서 적자 폭을 축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국내 석화기업들이 이처럼 부진을 지속하는 것은 ‘석유화학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 등 기초 원료를 생산하는 중국의 설비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내수 경기 활성화를 전제로 2018년 2565만톤이었던 에틸렌 생산능력을 2023년 5174만톤까지 확대해 왔는데, 자국 내수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면서 물량을 전 세계로 쏟아내고 있다. 우리 입장에선 최대 수출국 중 하나인 중국에 수출을 하지 못함과 동시에 글로벌 시장에서의 가격 경쟁력도 잃은 셈이다.
때문에 국내 주요 기업들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제품 개발 및 R&D(연구개발)를 확대하며 제품군 다변화에 나선 데 이어 비수익자산 매각 등 내실을 다져 왔다. 올해 글로벌 환경도 ‘관세 전쟁’ 등 여파에 녹록지 않을 전망이어서 업계는 내실 다지기를 통해 이른바 ‘버티기’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LG화학은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모든 투자의 경제성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최적의 자원 투입을 통해 재무 건전성을 제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역시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 “모든 비용은 관행에서 벗어나 제로 베이스에서 면밀히 분석하고, 투자 우선순위를 조정해 최적의 자원 투입을 할 수 있도록 하자”고 강조한 바 있다. 이로 인해 연간 설비투자(CAPAX) 규모도 지난해와 비슷한 2조원대 후반을 유지할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 역시 화학부문에 대해 “글로벌 파라자일렌(PX) 설비 증설 규모 축소 및 수요 개선이 예상되나, 글로벌 주요국가의 경기둔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어서 스프레드 개선이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향후 재무구조 개선과 제품 가격 및 품질 경쟁 우위를 확보해 사업 경쟁력을 지속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초화학 중심의 사업구조 형태에서 큰 손실을 입은 롯데케미칼은 스페셜티 중심 사업구조로의 전환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말레이시아 합성고무 생산법인 LUSR 청산을 결정하고, 여수와 대산공장의 가동을 최적화하는 등 ‘군살 빼기’를 통해 NCC(나프타분해설비) 사업 비중을 60%에서 2030년까지 30%로 낮추기로 했다.
올해 ‘소방수’로 투입된 이영준 롯데케미칼 사장은 “속도감 있는 사업구조 전환 추진과 본원적 사업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능별 혁신활동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변화를 만들어 나가겠다”면서 “신규사업 투자는 사업경쟁 기반 우위 분석 및 시장관점·경쟁관점을 점검하며 전략적 의사결정을 진행하고, 본원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글로벌 사업관점에서 화학소재의 개발·생산·물류·재고·시장판매에 이르는 공급망을 단계별로 분석해 경쟁력 혁신 목표를 설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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