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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은 헌재가 탄핵 심판보다 재판관 임명 문제를 더 신속하게 처리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공정한 심리를 촉구했다. 반면, 헌법학자들은 어떤 사건을 먼저 심리할지는 헌재의 고유 권한이라고 주장했다.
8일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과 한 총리 탄핵 심판을 맡은 헌법재판소가 공정성과 형평성을 잃었다고 비판했다. 헌재가 주요 사건에 대해 선택적으로 심리 속도를 달리하며 형평성 논란을 초래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6일 “한 총리 탄핵 심판은 사안이 시급함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2월27일 탄핵안 접수 후 한 달 반이 지난 2월19일에야 첫 변론기일을 잡았다”고 지적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같은 날 “(한 총리 탄핵심판 첫 변론기일) 그 다음날은 윤 대통령의 10차 변론기일”이라며 “형평성과 시급성에 크게 어긋난다”고 강조했다.
현재 헌재가 담당하는 주요 쟁점 사건은 총 네 가지다. 헌재는 순서대로 윤 대통령 탄핵 심판(작년 12월14일), 한 총리 탄핵 의결 정족수 권한쟁의 심판(작년 12월27일), 한 총리 탄핵 심판(작년 12월27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마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보류 권한쟁의 심판(1월3일)을 접수했다.
그러나 헌재는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을 제외한 나머지 세 사건에 대한 순서를 정반대로 진행하고 있다. 헌재는 당초 마 후보자 관련 사건을 지난 3일 선고하기로 했다. 이에 ‘졸속 심리’ 논란이 일며 선고를 연기하고 오는 10일 2차 변론을 열기로 했지만, 사실상 가장 늦게 접수된 사건을 가장 먼저 처리하겠다고 한 것이다. 한 총리와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 심리 속도에도 차이가 있다. 한 총리 탄핵심판 첫 변론기일은 19일인 반면, 같은 달 14일 가결된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은 6일 5차 변론까지 진행됐다. 한 총리 의결 정족수에 대한 권한쟁의 심판은 아직 변론 기일도 잡히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의 사건 처리 방식이 불공정하다며 ‘민주당에 유리한 정치 편향 심판’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한 총리 관련 사건을 우선 심리하라고 촉구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마 후보 임명보류 권한쟁의 심판을 한 총리 관련 심판보다 먼저 처리하겠다는 것은 심각한 선후 전도”라며 “시기적으로도 한 총리 건이 먼저 제기된 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 총리 건에 대한 판단을 먼저 처리하는 것이 순리이자 상식”이라며 “특정 세력의 정치 일정에 맞춘 듯한 ‘맞춤형 속도전’으로 헌법기관의 권위를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다”고 맹폭했다.
다만 다수의 헌법학자는 헌재의 사건 처리 순서는 헌재의 고유 권한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공정한 재판을 위해선 헌법이 정한 ‘9인 체제’를 갖추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즉, 헌재가 대통령 탄핵심판 등 중대한 심리를 앞둔 상황에서 마은혁 후보자 임명 보류 건을 우선 심리하는 것이 시급성과 적절성 측면에서 타당하다는 주장이다.
헌법학자 100여 명으로 구성된 ‘헌정회복을 위한 헌법학자회의’는 성명서를 내고 “(마 후보 임명 보류) 사건을 먼저 선고하는 게 불공정하거나 선택적이라는 비판은 헌법적으로 설득력이 없다”며 “헌재는 사건의 사회적 중요성과 신속한 구제 필요성, 성숙성 등을 고려해 어떤 사건을 먼저 처리할지에 관한 고유한 판단권한을 가진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를 9인 체제로 만드는 것은 헌법 취지에 따라 공정한 헌법재판을 진행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헌재가 일부 사건 심리 과정에서 공정성 논란에 휘말리고, 여당이 제기한 의혹까지 더해지면서 헌재에 대한 대중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3~5일 10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6일 발표한 전화 면접 방식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윤 대통령 탄핵 심판 과정을 신뢰한다’는 응답은 52%,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43%로 나타났다. (응답률 20.0%,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같은 조사기관이 지난해 12월 3주 ‘국가기관 신뢰도’를 물어본 결과 헌재를 신뢰한다는 응답이 67%로 1위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가장 신뢰받아야 할 헌법재판소에 대해 국민 절반이 불공정하다고 생각하는데,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는 본인들이 누구보다 잘 알 것”이라며 “새로운 헌법 분쟁을 만들어내고 있는 건 다른 누구도 아닌 헌법재판소”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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