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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대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먹사니즘’을 넘어 ‘잘사니즘’이라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며 사실상 대권 구상을 공개했다. 경제 성장과 민생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며 외연 확장을 시도하는 동시에,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라는 강력한 개혁안을 제안해 기존 지지층의 결집을 도모하는 전략을 펼쳤다.
이 대표는 1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대표연설에서 “진보든 보수든 국민에게 유익한 정책이라면 총동원해야 한다”며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해법으로 ‘회복과 성장’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기본사회를 위한 회복과 성장 위원회’ 설치를 제안하고, 국가의 모든 역량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과거 복지 중심의 정책 기조에서 한층 확장된 접근법으로 해석된다.
그는 ‘잘사니즘’을 실현하기 위한 전략으로 인공지능(AI), 바이오, 문화, 방위산업, 에너지, 제조업의 영문 첫 글자를 딴 ‘ABCDEF 정책’을 제시했다. 또한 “포항, 울산, 광양, 여수 등을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으로 지정하자”고 제안했다. 이날 연설에서 ‘성장’이라는 단어가 28차례나 언급된 것은, 기존의 분배 중심 기조에서 벗어나 경제 성장에 방점을 찍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민생경제를 핵심 의제로 삼아 대권주자로서의 비전을 부각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그는 ‘잘사니즘’을 단순한 경제 성장에 그치지 않고 ‘공정 성장’으로 규정했다. “함께 잘사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밝히며, 성장의 기회와 결과를 국민과 공유하는 경제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이는 기본소득·기본주택 등 ‘기본사회’ 개념과 맥을 같이하면서도 보다 실용적이고 성장 지향적인 방향으로 나아간 것으로 분석된다.
이 대표는 성장의 필수 조건으로 정치 개혁을 언급하며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을 제안했다. 그는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국회의원은 국민이 직접 해임할 수 있어야 한다”며 직접 민주주의 강화를 강조했다. 국민소환제는 선출직 공직자가 위법·부당한 행위를 했을 경우 임기 만료 전에 해임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현재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 교육감 등에 대해 적용되고 있다. 해당 제도는 2018년 문재인 정부의 개헌안에 포함됐으며, 이 대표 역시 지난 대선에서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이 대표의 국민소환제 도입 주장은 당원들의 정치 참여를 확대하고 기존 지지층을 결집시키려는 전략으로도 해석된다. 22대 국회에 입성한 친명계 의원들은 원외 시절부터 ‘더민주전국혁신회의’를 중심으로 당원 직접 민주주의 강화를 주장해왔다. 이들은 당원총회 일상화, 공직 후보자 직접 선출 등을 추진하며 당내 직접 민주주의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국민소환제 도입을 두고 논란이 적지 않다. 현실적 장벽과 대의민주주의 원칙 훼손 가능성 등을 이유로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이날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국회의 생산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국민소환제가 도입되면 대의민주주의의 안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초선 의원 역시 “여야 합의 없이 추진될 경우 정치적 공방만 가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국민소환제를 계기로 여야 간 정치 개혁 논의가 진전될 가능성도 있다. 이 대표는 과거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정당의 지구당 부활’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한 바 있다.
친한(친한동훈)계 모임인 ‘언더73’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동훈 전 대표도 당 대표 후보 시절 민주당의 검사 탄핵 추진 당시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을 검토하자고 말했다”며 “이 대표의 제안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들은 “1호 소환 대상은 이 대표 본인”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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