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소용없는 우울증 환자, ‘뇌파 신호’로 맞춤형 치료 제시”

“약 소용없는 우울증 환자, ‘뇌파 신호’로 맞춤형 치료 제시”

기사승인 2025-02-13 10:47:03
이승환 인제대학교 일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연구팀이 우울증 환자의 뇌 신경망 기능을 측정해 항우울제 반응성을 예측하는 뇌파 신호의 특징을 알아냈다. 일산백병원 제공

우울증 환자의 약 30%가 약물에 반응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뇌파(EEG) 분석을 통해 환자의 치료 반응성을 예측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아냈다.

이승환 인제대학교 일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연구팀은 우울증 환자의 뇌 신경망 기능을 측정해 항우울제 반응성을 예측하는 뇌파 신호의 특징을 알아냈다고 12일 밝혔다. 

연구팀은 우울증 환자 367명(치료 저항성 98명, 치료 반응 양호 269명)과 건강한 성인 131명의 뇌파 데이터를 비교 분석했다. 조사 결과 항우울제 치료 효과가 높지 않은 치료 저항성 우울증 환자는 주의력과 감정 조절을 담당하는 특정 뇌 네트워크의 연결성이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두안구 영역과 두정엽의 연결이 약화돼 있었다. 이 영역은 정서 조절, 충동 조절, 주의력 조절, 사회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들의 연결성이 약할 경우 외부 자극에 대한 정서 조절이 어렵고 사회적 기능 및 집중력 저하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치료 저항성 환자는 보상 회로 기능이 떨어져 있어 항우울제를 복용해도 기분이 개선되는 효과가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와 함께 모든 우울증 환자 그룹에서 후대상피질의 과활성화가 관찰됐다. 후대상피질은 자신을 되돌아보는 기능을 담당하는 뇌 영역으로, 이 부위의 과도한 활성은 반복적인 부정적 사고로 이어진다. 이는 우울증 환자들이 부정적인 생각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이유를 설명하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뇌파 검사를 활용해 우울증 환자의 치료 반응성을 예측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연구팀은 향후 뇌파 검사가 표준화되면 우울증 초기 진단 과정에서 항우울제 반응성이 낮을 가능성이 높은 환자를 미리 선별해 맞춤형 치료를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우울증 치료가 획일적으로 진행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환자별 맞춤 치료 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뇌파 분석을 통해 조기에 치료 저항성을 예측하면, 불필요한 시행착오 없이 최적의 치료법을 찾을 수 있어 치료 저항성 우울증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인 ‘심리 의학’(Psychological Medicine) 최신 호에 실렸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박선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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