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무기 지원과 파병, 북한은 무엇을 얻고 잃을 것인가 [곽인옥 교수의 평양 시장경제 리포트]

러시아 무기 지원과 파병, 북한은 무엇을 얻고 잃을 것인가 [곽인옥 교수의 평양 시장경제 리포트]

기사승인 2025-02-14 13:00:04
북한은 1994년 김일성 사망 이후 고난의 행군 시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는 처참한 상황에 처했다. 죽음의 공포에 휩싸인 주민들은 국가 주도의 계획 경제에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목숨을 이어갈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했다. 그렇게 북한에 자생적인 시장 경제가 싹트기 시작했다. 장마당과 상점, 고급 식당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돈을 굴리는 돈주(錢主)는 부를 축적하고, 새로운 형태의 뇌물 구조가 뿌리내렸다. 국제사회의 엄격한 경제제재를 받는 북한 경제를 움직이는 것은 사회주의 사상도 계획 경제도 아니고, 자생적인 시장경제다. 그러나 대다수 북한 주민은 여전히 살벌한 독재 체제의 굴레와 속박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힘겨운 생활을 하고 있다. 필자는 북한의 심장으로 불리는 평양의 경제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10년간 조사를 해왔다. 탈북자 100여명을 상대로 장기간 심층면접을 하고, 각종 자료 수집을 통해 평양의 시장경제 작동 시스템을 분석했다. 폐쇄적인 북한 내부를 자세히 연구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북한의 통계자료와 탈북자들의 증언 역시 어느 정도 신뢰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조사한 북한 사회와 경제의 현실을 공유함으로써 북한 주민들이 처한 현실과 고통을 함께 느끼고 새롭게 다가올 한반도의 미래를 고민해 보자는 취지에서 연재한다.


북한이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을 강화했다. 군수공장 가동과 파병은 국제사회와 한반도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이는 북한의 경제적 생존, 군사 역량 강화 그리고 외교 고립 탈피라는 복합적인 목표를 위한 전략 선택으로 보인다. 

1. 북한 군수공장의 현황과 역할

북한은 오랜 기간 자주국방을 기치로 내걸고 대규모 군수공장을 운영해 왔다. 현재 북한에는 약 180~200개의 군수공장이 있다. 이들은 주로 무기 생산 및 군사 장비 유지·보수를 담당한다. 주요 생산품은 다음과 같다.

▶소형 무기: 소총, 기관총, 박격포 등

▶중화기: 대포, 다연장 로켓포(MLRS),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기갑 장비: 전차, 장갑차

▶탄약 및 부품: 각종 포탄, 미사일 부품

공장은 대부분 지하화되어 있다. 자강도, 평안북도 등 후방 지역에 위치해 외부 공격에 대비한다. 최근에는 국제 제재로 인해 자체 생산 역량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이번 러시아 파병을 통해 일부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사실 북한으로서는 아주 오래된 포탄이나 무기를 처분하기가 곤란한 상황이었다. 이번에 많은 양의 무기를 러시아에 지원, 헌 옷을 벗어버리고 새로운 옷을 입는 격이 됐다.

북한의 군수산업은 인프라와 자원이 없는 가운데에서도 자력갱생했으며, 꾸준하게 운영해 왔다. 그 결과 러시아에서 에너지(전력)와 무기를 만들 재원을 지원받아 군수공장이 완전가동 되고 있다고 한다.



2. 북한 러시아 파병의 실익


● 경제적 이익

러시아는 북한군 병사들에게 월 2000달러 이상의 급여를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만명을 파병한다면, 연간 약 2억4000만달러(3조4749억원)의 외화가 북한으로 유입된다. 국제 제재로 인해 고립된 북한 경제에 중요한 자금원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러시아 파병 대가로 식량(밀, 옥수수, 보리 등), 석유(가스) 등 필수 물자가 제공되고 있다. 이러한 물자 지원은 북한 주민들의 생계와 체제 유지에 큰 도움이 되는 상황이다. 북·러 간 무역이 확대되면서 석탄과 광물자원 등 북한의 주요 수출품이 러시아를 통해 제3국으로 유통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 군사적 이익

북한은 러시아 파병의 대가로 무기 현대화와 군사 기술 발전을 기대하고 있다. 또 전투 경험 축적과 데이터 확보를 통해 군사력을 강화할 기회로 삼을 뿐만 아니라 이번 파병을 통해 러시아로부터 첨단 무기 기술을 얻고자 아래와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다.

▶북한 무기 및 전술 현대화 : 무기의 현대화 및 현대전 전투경험 축척 및 데이터 확보

▶북한 위성 및 정찰 기술 완성 : 러시아의 정찰 위성 기술이전 

▶첨단 공군 방공시스템 기술 획득 : S-300, S-400 공군 방어 능력 강화

▶미사일 및 무인기 기술 : 부품 및 설계기술 확보

▶핵무기 기술 및 첨단기술 이전(핵+미사일, 핵+잠수함, 핵+ICBM, SLBM, 핵+드론)

▶인공지능(AI) 전투 군인 및 로봇 개발 :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기술 지원

● 외교적 이익

북한은 이번 파병을 통해 러시아와의 동맹을 강화하고, 유사시 러시아의 한반도 개입을 확약받는 전략적 목표를 달성했다. 이러한 북‧러 동맹 강화는 한반도와 역내 안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러시아와의 협력을 통해 국제 사회에서 고립된 이미지를 완화하려 노력하고 있다. 특히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를 통해 대북 제재 완화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또한 중국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고 또 다른 강대국인 러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함으로써 외교적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3. 러시아 파병에 따른 국내외 문제점

● 경제적 문제와 민생 악화

북한은 이미 극심한 경제난과 식량 부족에 시달리는 상황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대규모 병력을 파병한다면, 다음과 같은 경제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인적 자원의 손실 : 병력 파병은 노동 가능 인구의 감소를 초래한다. 특히 젊고 건강한 남성들이 전쟁에 동원되면 농업, 공업 등 주요 생산 부문에서 노동력이 부족해질 가능성이 크다.

▶전쟁 비용 증가 : 군사 작전과 병력 유지에는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 이미 제한된 재원을 가진 북한이 전쟁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주민들에게 추가적인 세금이나 의무 노동을 강요할 경우, 민생은 더욱 악화할 것이다.

▶식량 부족 심화 : 전쟁 물자를 우선 배분하게 되면, 일반 주민들에게 돌아가는 식량과 생활필수품이 더욱 줄어들어 기아와 영양실조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

● 사회적 갈등과 불만

파병은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불만과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다음과 같은 점에서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강제 동원에 대한 반발 : 북한 정권이 병력을 충원하기 위해 강제 징집을 확대할 경우, 주민들의 반발이 커질 수 있다. 특히 가족 구성원이 전쟁터로 끌려가거나 사망하는 경우, 그 가족들은 체제에 대한 불신과 분노를 품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귀환 군인의 사회 적응 문제 : 전투 경험을 가진 군인들이 귀환했을 때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나 폭력적인 행동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이는 북한 사회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계층 간 갈등 심화 : 북한 내 특권층(당 간부나 군 고위층)은 파병 의무에서 면제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일반 주민들은 강제로 징집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계층 간 불만이 심화될 수 있다.

● 정치적 위기와 정권 안정성 약화

김정은 정권은 파병으로 인해 정치적 안정성을 위협받을 수 있다. 

▶군 내부 불만 : 전쟁에서 큰 피해를 입거나 사상자가 속출할 경우, 군 내부에서도 정권에 대한 불만이 증폭될 수 있다. 특히 하급 장교와 병사들 사이에서는 체제에 대한 충성심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지도부 책임론 부상 : 만약 파병 결과가 실패로 끝나거나 국제사회의 제재가 강화되는 등 부정적인 결과가 나타날 경우, 김정은 지도부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될 수 있다. 이는 정권 내부의 권력 투쟁으로 이어질 위험도 내포하고 있다.

▶정보 유입 증가 : 해외로 파병된 병사들이 외부 세계를 접하면서 북한 체제의 허구성을 깨닫게 될 가능성이 있다. 귀환 후 이들이 체제를 비판하거나 저항 세력으로 변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국제적 여파와 연계된 국내 문제

북한의 파병은 단순히 국내 문제로 끝나지 않고 국제적인 반발과 제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다시 국내 문제를 악화시키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

▶국제 제재 강화 : 북한의 러시아 지원은 국제사회(특히 미국, 유럽연합, 한국 등)로부터 추가적인 경제 제재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이미 어려운 경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주민들의 생활 수준을 떨어뜨릴 것이다.

▶한반도 긴장 고조 : 북한의 군사적 행동은 한국 및 동맹국들의 대응을 촉발하여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 이로 인해 군사비 지출이 늘어나고, 국내 자원이 더욱 소모될 것이다.

▶외교적 고립 심화 : 러시아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대신 다른 국가들과의 외교 관계는 더욱 악화될 것이다. 이는 북한 주민들에게 외부 지원이나 원조가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4. 평화와 협력의 길로 나아가야

북한의 러시아 파병과 군수공장 가동은 단기적인 생존 전략으로 보이지만, 이는 더 큰 고립과 불확실성을 초래할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북한은 지금 역사의 갈림길에 서 있다. 단기적 이익에 집착하여 국제사회의 신뢰를 잃고 주민들의 고통을 방치할 것인가, 아니면 미래를 위한 새로운 길을 모색할 것인가.

북한의 군수공장은 자력갱생의 상징이지만, 그 이면에는 주민들의 피와 땀이 서려 있다. 러시아와의 협력은 당장의 경제적 숨통을 틔울 수 있지만, 그 대가는 주민들의 삶과 한반도 평화라는 더 큰 가치를 희생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진정한 강국은 무기와 군사력으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국민의 행복과 국제사회의 신뢰 속에서 완성된다. 북한이 진정으로 강한 나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폐쇄적이고 군사 중심적인 정책을 넘어 평화와 협력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군수공장의 굉음 대신 주민들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지고, 전쟁터로 향하는 병사들 대신 학교와 공장에서 미래를 준비하는 젊은이들이 가득 찬 나라가 되어야 한다. 역사의 방향은 선택에 따라 달라진다. 평화와 번영이라는 더 큰 꿈을 품고 새로운 길을 개척할 때, 북한은 비로소 진정한 변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곽인옥 교수
inokkwak@hanmail.net
곽인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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