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망 확충·고준위방폐장 건설 가속…해상풍력 입지계획도 ‘탄력’

전력망 확충·고준위방폐장 건설 가속…해상풍력 입지계획도 ‘탄력’

기사승인 2025-02-19 14:56:54
국내 첫 민간주도 사업이자 세계 최대 규모 해상풍력사업인 전남 신안군 소재 ‘전남해상풍력 1단지’ 현장 전경. SK이노베이션 E&S 제공 

전력망확충법·고준위방폐장법·해상풍력특별법 등 이른바 ‘에너지3법’이 1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를 최종 통과하면서 전력망 구축과 고준위 방폐장 건설, 해상풍력 입지 계획 선정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폭염 등 기후 위기와 인공지능(AI)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전력 수요 100GW(기가와트)’라는 뉴노멀 시대가 현실화한 상황에서 원전·재생에너지, 전력산업 등과 맞물린 국내 에너지 업계의 해묵은 과제를 해결할 기반이 마련됐다.

이날 국회 산업위를 통과한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안’은 정부가 송전선로 확충 사업의 콘트롤타워 역할을 맡아 고질적인 전력망 건설 지연 문제를 해소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전력망 관련 실시계획을 수립할 때 지방자치단체장이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기간인 60일이 지나면 협의를 마친 것으로 간주하는 내용도 담겼다.

그간 한국전력이 주도해 온 전력망 확충 사업에서 주민 반발과 지방자치단체·지방의회와의 비효율적인 소통이 걸림돌로 작용했던 만큼, 특별법 시행으로 전력망 건설에 속도가 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전력망 확충 사업의 경우 전체 사업 기간의 60% 이상이 입지 선정과 인허가에 소요되는데, 초기 단계에서부터 지역 주민 및 지자체와의 협의가 원활하지 않으면 사업이 장기화하거나 무기한 연기된 사례가 적지 않았다.

한전에 따르면 500㎸ 초고압직류송전방식(HVDC) 동해안∼신가평 송전선로는 계획보다 9년 지연돼 15년이 걸렸고, 345㎸ 당진화력∼신송산 송전 선로는 5년 6개월이 지연돼 10년이 걸렸다. 최근 경기 하남시가 한전이 신청한 동서울변전소 옥내화 및 증설 사업에 불허 처분을 내리면서 착공을 막은 사례도 있다.

전력·에너지 산업의 혈관으로 비유되는 전력망은 생산된 전력을 각 수요지로 공급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특히 오는 2050년까지 구축하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필요한 전력은 10GW로, 원전 10기에 이르는 대규모 전력이 필요할 전망이다. AI 시대 폭증한 전력 수요를 고려해 전력 생산량을 늘리더라도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수요지로 실어 나를 송배전망이 구축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에 업계에선 이번 전력망확충법에 대한 기대가 크다.

이날 함께 통과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은 원전 가동 시 나오는 사용후 핵연료의 임시·중간 저장 시설, 영구처분장 등을 건설하는 내용을 담았다. 원전이 국가 에너지 공급의 한 축을 맡고 있지만, 사용후 핵연료의 저장·처분 시설이 없는 현실은 흔히 ‘화장실 없는 아파트’에 비유된다.

당장 오는 2030년 전남 영광 한빛 원전부터 사용후 핵연료를 보관하는 원전 내 수조가 포화 상태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사용후 핵연료의 저장·처분 시설을 마련하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였다.

아울러 해상풍력 보급 촉진 및 산업 육성에 관한 특별법안 역시 풍력 사업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정부가 해상풍력 발전의 입지를 계획하는 규정을 담고 있다. 법안에는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석탄화력발전소를 운영하는 공공기관이 해상풍력 사업으로 전환할 경우 사업자 선정에서 우대할 수 있는 조항도 포함됐다.

특별법 시행으로 해상풍력 사업이 탄력을 받을 경우 향후 국내 관련 시장은 수백조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국내 해상풍력 사업에 이미 중국산 자재·기기 등이 상당 부분 유입돼 국내 공급망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김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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