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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산업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이 ‘반도체 경쟁력’을 설명하면서 수차례 강조한 말이다. 고 의원은 삼성전자 사장 겸 IM 부문장을 역임한 산업 전문가다. 또 청년의 미래 확보, 중소·중견기업 경쟁력 강화, 소프트웨어 강화, 사회적 약자·소외계층 배려라는 4대 원칙으로 의정활동을 이어가는 중이다.
고 의원은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22대 국회 8개월’에 관해 “국회에서 극단적인 정쟁이 반복돼 민생이 가려지고 있다. 민생을 위해 4대 원칙을 세우고 의정활동을 강화했다”며 “가장 먼저 기업의 성장과 발전으로 청년의 미래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업의 성장으로 법인세와 소득세를 통해 국가 경제가 발전한다. 청년의 미래도 경제 발전으로 마련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국가 수출의 20% 이상을 책임지는 반도체 문제에 집중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회에 들어왔을 때 제2의 인생은 청년을 위해 쓰겠다는 마음을 가졌지만, 너무도 많은 일에 추가적인 비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며 “이를 위해 찾아낸 게 ‘헌신’이다. 어떤 일이 벌어져도 한강에 깨끗한 물 한 바가지를 붓겠다는 초심으로 의정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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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진, ‘산업의 쌀’ 반도체 구조 재편 위기 지적
고 의원은 그간 이어진 반도체 국제질서를 설명했다. 그는 “지난 40년간 반도체는 서로의 필요성과 국가의 장점 등으로 자연스럽게 질서가 재편됐다”며 “지적재산권·설계기술·팹리스(Fabless)는 미국이 주도했고, 소재와 부품 장비는 일본이 강세였다. 한국과 대만은 생산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이 과정에서 중국이라는 변수가 생겼다. 미국은 지난 2018년 중국의 5G 기술을 견제하기 시작하면서 반도체 분야도 제재하고 있는 것”이라며 “5G 통신기술과 반도체는 국가 안보와 직결돼 있다”고 지적했다.
고 의원은 중국의 반도체 기술이 ‘14나노 단계’에 왔다고 평가했다. 7나노 단계는 14나노의 응용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최근 2~3년 간 메모리 분야에서 중국이 많이 따라잡았다. 그래픽처리장치(GPU)는 따라올 수 없지만 신경망처리장치(NPU)는 상당히 진보한 것 같다”며 “미국이 제지한다고 해도 (연구개발은) 시간의 문제”라고 전망했다.
또 “일본도 중국이라는 변수에 반도체 설계·생산을 예고했다. 구마모토와 훗카이도에 반도체 공장을 만들어 부흥을 예고했다”며 “우리나라도 메모리 외에 파운드리(Foundry), 팹리스를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도체특별법 ‘주52시간제’…대한민국 초경쟁 ‘도태’ 경고
고 의원은 ‘반도체 개발’ 현장에서 활동한 경험을 들어 ‘주52시간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반도체 개발은 4~5개월을 요구하는 만큼, 연간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노동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주간 노동시간 규제는 현실적이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는 “주52시간보다 근무시간이 많아야 한다는 게 아니다. 주 단위로 근무시간을 묶은 게 문제”라며 “AI 반도체 고대역메모리(HBM)는 한번 팹(Feb)에 들어가면 150~160일이 걸린다. 8개 공정, 1000개 단계를 거쳐야 하고, 개발자와 설계자는 늘 대기상태에 돌입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HBM 공정은 고객의 요구에 따라 만들어진다. 그 과정에서 수차례의 화상회의와 전화, 미팅해야 한다”며 “클라이언트 국가의 시차까지 고려하면 주52시간제로 업무를 맞출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고 의원은 AI 반도체 선두주자인 미국의 엔비디아에 근무하는 사람과 통화한 사례도 꺼내 들었다. 그는 “엔비디아에 근무자와 통화를 해보니 주52시간제에 놀라는 모습을 보였다. 개발이 한창 진행 중일 때는 도저히 지킬 수 없다는 지적을 했다”며 “근로 유연성과 함께 초과근무 보상과 회사 차원의 세심한 건강관리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는 산업의 발전을 위해 입법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다. 글로벌 초 경쟁 시기에 산업계가 원하는 부분을 풀어줘야 한다”며 “특정 집단의 목소리만 듣고 입법을 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시기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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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허리 ‘청년’에 희망 있어야
고 의원은 인터뷰 마지막 ‘정치라는 게 무엇이냐’는 물음에 청년에 관한 얘기를 꺼냈다. 그는 “정치는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것인데 정작 청년들은 암울한 상태다. 현재 40만 청년이 적극 직업을 구하지 않는다”며 “이 같은 사회적 병폐현상은 청년들이 희망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또 “83년도 회사에 들어갔을 때 집이 어려워 쌀과 연탄만 사도 행복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도 내 집을 마련한다는 꿈을 꿨다”며 “현재 청년들에게 이런 꿈을 꿀 공간이 필요하다. 그래야 적극 직업을 구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내가 속한 국가와 회사에 대한 신뢰가 많이 무너진 게 아닌가 싶어 답답하다”며 “나라의 허리인 청년세대가 의지를 회복할 환경을 마련하겠다”고 소리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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