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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어머니는 널 낳고도 미역국을 먹었냐.’ 2년 차 기자였던 2019년, 연예 뉴스 댓글창이 존재하던 시절 받았던 악성 댓글이다. 기사에 싣고자 순화했지만 수위가 상당한 저 댓글은, 한 연예인의 경솔한 행동을 비판하는 기사에 공감할 수 없었던 한 누리꾼이 남긴 것이었다. 당시에는 덤덤히 넘어갔었지만, 그로부터 6년이 지난 지금도 가끔 생각이 난다.
공인도 아닌 기자에게도 이런 일이 일어나는데, 하물며 연예인에게는 일상이다. 하지만 일상이라고 해도 상처는 상처다. 당장 6년 동안 그렇게 떠나보낸 연예인만 해도 여럿이다. 악성 댓글이 유일한 사인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지만, 그들의 죽음에 일조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을 터다.
최근에는 배우 고(故) 김새론과 마지막 인사를 나눠야 했다. 사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모두 악성 댓글과 일부 유튜버의 영상으로 고통을 호소하다 유명을 달리했으리라 짐작한다. 생전 음주운전 사고를 낸 고인에게는 생계를 위한 아르바이트마저 용납되지 않는 분위기였다. 어릴 때부터 배우로 활동해서 곧바로 다른 직업으로 전향하기 힘든 그에게 가혹한 현실이었다. 사망 후에야 저마다 두 번째 기회의 필요성을 운운하며 안타까워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김새론에 대한 여론만 바뀌었을 뿐, 생존한 연예인의 일상은 달라지지 않았다. 당장 방송인 김신영, 이수지, 배우 한가인이 수많은 악성 댓글을 감당해야 했고, 감내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주목도가 높은 연예인들에 대한 악플러의 공격은 계속되고 있을 것이다. 이처럼 기이한 현상에 무뎌지는 쪽은 연예인이 아닌 대중이라는 점이 더욱 기이하다.
동업자이자 계약 관계인 연예인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띤 매니지먼트사는 그 책무를 성실히 이행하고 있다. 온라인 모니터링을 상시 진행하고 연계 법무법인이나 사내 법무팀과 논의해 악플러와 허위 사실 유포자 등을 고소하는 것이 가장 보편적이다. 아티스트의 정신적 피해는 기획사 임직원이 상담사 역할을 자처하거나, 심각한 경우 비밀 보장이 되는 병원이나 상담센터에서 해결하는 편이다.
하지만 단순 비방은 당사자의 아픔과 무관하게 법적 제재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에 성희롱, 루머 등 수위가 높은 댓글 및 콘텐츠 위주로 취합해 고소장을 제출하는데, 대부분 기소유예에 그치고 벌금형조차 드물다는 전언이다. 정작 피해자인 연예인은 막대한 물적·정신적 손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온전히 보상받을 길은 없다. 업계에서 관련 제도가 보완·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오는 이유다.
그나마 긍정적인 변화도 있다. 이전과 달리 대중이 무분별한 비난에 대한 연예인의 법적 대응은 용인한다는 것이다. 거짓이 사실인 양 둔갑해도 직업의 특수성에 기대어 달랠 수밖에 없었던 기획사 임직원은 이제 문제의 소지가 있으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할 정도는 됐다.
그럼에도 상황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개인 SNS, 사이버 레커 유튜브 채널 댓글을 피한다고 해도, 포털에 이름을 검색했을 때 목도하는 기사 제목은 보지 않을 도리가 없다. 실제 여러 관계자는 배우들이 극 중 인물의 사건을 직접 겪은 것처럼 작성한 기사 제목에 상처를 많이 받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언론의 생리를 설명하며 원론적으로 설득하려고 하지만, 당연히 이는 쉽지 않다고 한다.
기사를 작성하는 기자 역시 이 같은 보도를 트렌드로 여기며, 트렌드를 가장한 폭력에 가담했음을 고백하며 깊이 반성한다. 어떤 방식으로도 누군가에게 정신적 고통을 안기고선 안녕하고 싶지 않다. 한낱 직장인이라 어쩔 수 없다면, 적어도 악의는 없었다고 자위하며 안녕해선 안 된다. 더는 누구와도 작별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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