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16년 대선후보 시절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 개최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피력하면서 자신은 김정은을 잘 다룰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 과시해 왔다.
트럼프는 2024년에도 김정은과 잘 지낼 것이라고 말하고, 대통령에 당선된 후인 작년 11월 트럼프 집권 1기 때 북미 대화의 실무를 담당했던 알렉스 웡 전 대북 특별 부대표를 차기 백악관 수석 국가안보 부보좌관에 발탁함으로써 그의 북미 정상외교 재개 의지를 드러냈었다.
또한 최측근인 리처드 그리넬 전 주독대사를 북한 업무 등을 담당할 ‘대통령 특사’에 지명했다. 앞으로 트럼프와 김정은 간에 대화 채널이 복원된다면 미 국무부 채널보다는 웡 부보좌관과 그리넬 특사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9년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과 실무회담의 결렬 이후 북한은 계속 미국과의 대화를 거부해왔고, 2024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재선되었지만 그 같은 입장에 특별한 변화는 없다.
미 대선 전인 2024년 10월 화성-19형 고체연료 ICBM 시험발사 후 김정은은 ‘핵무력 강화노선’을 그 어떤 경우에도 절대로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했다.
미 대선 후인 2024년 11월 21일 평양에서 열린 무장장비전시회 ‘국방발전-2024’ 개막식 기념 연설에서 김정은은 “이미 미국과 함께 협상 주로(走路)의 갈 수 있는 곳까지 다 가보았으며 그 결과 확신한 것은 초대국의 공존 의지가 아니라 철저한 힘의 입장과 언제 가도 변할 수 없는 침략적이며 적대적인 대조선(대북)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김정은이 이처럼 미국의 대북정책에 부정적 인식을 가지고 있으므로 트럼프와 김정은 간의 정상외교가 재개되기 위해서는 국제환경의 큰 변화가 필요하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종전함으로써 북한의 ‘우크라이나 전쟁 특수’가 사라진 후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특사를 파견해 미북 관계 개선 의지를 전달하면 김정은은 미북대화 재개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일인 지난 1월 20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에 대해 ‘핵보유국’(nuclear power)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nuclear power’라는 용어는 NPT 체제를 벗어나 핵 보유에 성공한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 등을 가리킬 때 주로 쓰이는 표현이다.
그러므로 트럼프의 북한 ‘핵보유국’ 인정 발언은 향후 미 행정부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대신 ‘핵 동결’을 목표로 하는 군비통제 협상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트럼프는 그전에도 북한의 핵 보유를 사실상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여러 차례 해왔다.
트럼프는 2024년 7월 공화당 전당대회 대선 후보직 수락 연설에서 많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누군가와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라면서 “우리가 재집권하면 나는 그(김정은)와 잘 지낼 것”이라고 발언했었다.
그런데 브라이언 휴스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1월 28일 연합뉴스의 질의에 대한 답변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그가 집권 1기 때 그랬던 것처럼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complete denuclearization of North Korea)’를 추구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그리고 미일 정상회담과 한미일 외교장관회담에서 미국이 다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구하겠다는 목표를 재확인했다.
하지만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이 전무한 상황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다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구하겠다고 하면 결국 바이든 행정부처럼 북핵 관리를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돈 낭비’라는 견해를 갖고 있으므로 그가 김정은과 다시 정상회담을 개최하면 이 훈련이 다시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는 그의 결정에 이견을 제시할 외교‧안보 분야에서의‘어른들’이 없으므로 훈련 중단이 그의 임기 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는 한미연합훈련 중단 수준을 넘어서서 주한미군도 철수했으면 하는 입장을 갖고 있다.
그러므로 트럼프가 김정은을 다시 만나면 주한미군의 감축 또는 부분 철수까지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
만약 미북정상회담에서 북한의 군비통제에 진전이 이루어진다면 주한미군 철수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더욱 커질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 정부는 ‘북한을 절대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이는 북한을 핵 보유가 인정된 5개 공인 핵보유국 밖의 ‘비공인 핵보유국(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일원으로도 간주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과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비공인 핵보유국으로 간주하는 발언을 했기 때문에 한국 정부도 북한 ‘핵보유국’ 인정 문제에 대해 이번 기회에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한국 정부도 이제는 대북정책 목표를 ‘장기적 목표’와 ‘중단기적 목표’로 구분해 장기적 목표를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로 설정하더라도 대통령 임기 5년제 정부의 정책 목표는 ‘북핵의 확실한 억제와 한반도 핵 균형’으로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국 정부는 자체 핵보유를 통한 남북 핵 균형을 모색하되 우선적으로 일본 수준의 핵잠재력 확보부터 추구해야 할 것이다.
한국 정부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방위비 분담금의 대폭 증액을 요구할 때 미국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사용 후 핵연료의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 분야에서 일본 정도 수준의 핵잠재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한미원자력협정의 조기 개정을 끌어내야 할 것이다.
만약 미국이 한미원자력협정의 개정에 합의한다면 방위비 분담금이 크게 증액되어도 국민 다수가 그것을 수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을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북한과 군비통제 협상을 추진할 경우 미국과의 비공개 고위급 접촉을 통해 미국에 한국의 자체 핵보유도 인정해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미북 정상회담 후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연합훈련의 완전 중단이나 주한미군의 감축을 결정하면 한국도 자체 핵무장의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한국의 자체 핵무장이 한미동맹의 약화나 이완으로 연결되지 않도록 미국이 한국의 자체 핵보유를 묵인하면 한국도 미국 해군력의 현대화와 미군 전함의 유지·보수·정비 및 건조 그리고 대만 유사시 전폭적인 후방 지원을 위한 적극적인 협력을 약속하는 것이 필요하다.
조선산업이 거의 궤멸 상태인 미국은 대중 견제, 특히 미중 해군력 전이를 막기 위해서도 군함의 건조와 유지·보수·정비 분야에서 한국과의 긴밀한 협력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국도 북한의 핵잠수함 개발에 대응하기 위해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미국의 기술적 지원과 운영 경험 전수가 필요하다.
그러므로 트럼프 2.0 시대에 한국 정부는 한미동맹을 핵과 해군력, 방산 등의 분야에서 보다 높은 수준의 전략적 협력을 추구하는 ‘한미동맹 2.0’으로 업그레이드시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