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움키움그룹의 2대 세습이 속도를 내고 있다.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의 장남 김동준 키움프리이비에쿼티(PE) 대표가 다우키움그룹 핵심 계열사인 키움증권 이사회에 등판하면서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오는 26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김 대표의 사내이사 신규 선임 안건을 상정한다. 이현 키움증권 부회장도 김 대표와 함께 사내이사 후보에 올랐다.
시장은 이러한 움직임을 두고 김 대표의 경영 승계 본격화로 보고 있다. 다만 김 대표는 키움PE와 키움인베스트먼트 대표를 겸직하고 있어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의 겸직 금지 규정상 키움증권에서 별다른 직책 없이 비상근 사내이사로 이사회에만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김익래 전 다우키움증권 회장은 수년에 걸쳐 승계작업을 진행해 왔다. 벤처 1세대인 김 전 회장이 김 대표를 다우키움그룹 내 핵심 계열사인 키움증권이 아닌 벤처캐피탈 비즈니스인 키움인베스트먼트, 키움PE 대표에 먼저 직책을 맡긴 것을 두고 김 전 회장의 경험서 비롯됐다는 평가다. 김 전 회장은 한국 IBM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해 1986년 다우기술을 창업했다. 1992년 다우데이터, 1997년 다우엑실리콘, 1999년 다우인터넷 등을 설립했고, 2000년 키움닷컴증권을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금융업에 진출한 자수성가형 기업가다.
김 대표도 차근히 경영수업을 거쳐 경영자로서 입지를 다져왔다. 미국 몬타비스타 고등학교와 남가주대(USC) 회계학과를 졸업한 후 코넬대 경영학석사(MBA)를 취득한 그는 삼일회계법인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지난 2011년 다우기술, 다우데이타 등 계열사를 거쳐 2018년에는 키움인베스트먼트 대표로 선임되며 경영자로서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2020년부터는 키움PE 대표도 겸직 중이다.
경영 성과는 아쉽다. 키움인베스트먼트의 지난해 9월 기준 영업수익(매출액)은 82억원으로, 전년 동기(105억원) 대비 21.9% 줄었다. 같은 기간 분기손익은 27.3% 늘었다. 키움PE의 작년 9월 기준 영업수익은 43억원으로, 전년 동기(40억원) 대비 8.7% 증가했다. 같은 기간 분기손익은 흑자전환했다.

지분 승계는 마무리 단계다. 다우키움그룹 지배구조는 오너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이머니를 주축으로 ‘다우데이타→다우기술→키움증권’ 등으로 이어진다. 이머니가 다우키움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다. 지난 4일 기준 김 회장 일가는 다우데이타 지분 63.26%를 보유하고 있다. 다우데이타 지분 분포는 ㈜이머니(31.56%), 김익래 회장(23.01%), 장남 김동준(6.53%), 장녀 김진현(1.04%), 차녀 김진이(1.04%), 김형주(0.08%) 등이다. 이머니의 최대주주는 김동준(33.13%) 대표다.
지난해 9월 기준 다우데이타는 다우기술의 지배기업으로 지분 45.20%를, 다우기술은 키움증권의 최대주주로 지분 42.31%를 보유 중이다. 키움증권은 장남 김동준씨가 대표이사로 있는 키움인베스트먼트(98.77%)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키움프라이빗에쿼티(60%)의 지분도 보유하고 있었으나. 최근 한국정보인증 매각으로 지분을 모두 확보했다.
이번 이사회를 통해 김 대표가 키움증권 사내이사로 임명되면 그의 주요 역할은 ‘글로벌’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그룹 내에서 미국 전문가로 꼽히는 만큼 연내 미국 진출을 계획하고 있는 키움증권에 힘을 실을 것이란 전망이다. 키움증권은 현재 미국 현지 인가, 현지 증권사 인수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키움증권의 글로벌 투자가 본격화하는 시점에서 다양한 글로벌 투자 경험과 역량을 쌓아온 김동준 대표의 선임으로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장기적이며 지속적인 성장 전략을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또한 이사회 구성을 다양화하고 강화해 균형잡힌 이사회를 운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