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과대학 정년 교수들은 환자 진료와 의학의 최고봉에 있는 의사이다. 한국 병원들의 일괄적인 학교 정년과 동시에 병원의 정년퇴직 규정은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며 최고 의료자원의 큰 손실이다. 서울아산병원은 정년 후 계약직으로 계속 진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지만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에는 없다.
어떤 병원은 정년 교수가 은퇴한다고 말하면서 신환 예약을 막는다. 정년 의대교수는 은퇴(직책에서 물러나서 한가로이 지냄)가 아니고 다른 병원으로 이직하는 것이다. 일생 동안 많은 환자를 진료하고 많은 병원 식구들을 먹여 살린 은인이다.
병원과 후배로부터 최소한의 예의와 존경이 필요하다. 후배 의사들은 정년교수들의 희생과 노력으로 한강의 기적과 같은 현 의료 수준이 되었다는 것을 잊지 마라. 수술 의사의 해외연수로 뇌전증 수술이 중단되어서 후배 교수에게 수술대기 환자들을 걱정했더니 “교수님은 내년 2월에 정년이신데 왜 걱정하세요?”라고 되물었다. 정년 교수에 대한 이런 생각도 문제이지만 그 보다 환자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정년은 그 직장에서 퇴직하는 것이지 의사를 중단하는 것이 아니다.
병원은 환자에게 “정년퇴직 하시지만 은퇴가 아니고 다른 병원으로 이직하여 계속 진료 하십니다”라고 전달해야 한다. 104세 철학자 김형석 교수님은 “60쯤 되니 조금 철이 드는 것 같았고, 75세쯤까지는 성장을 하는 것 같았다. 65세에 정년한 후엔 더 열심히 일했고, 76세 즈음에 제일 좋은 책들이 나왔다”고 말씀하셨다. 병원과 젊은 의사들은 이 말을 꼭 명심하라.
매일 특정 의학 분야의 논문이 수 백편씩 나온다. 의학 발전의 100분이 1도 따라가기 어렵다. 의사는 항상 나의 의학 지식은 부족하고 계속 배워야 한다는 자세를 지녀야 한다.
지금은 의료대란으로 단 한 명의 정년 의대교수도 진료를 계속해야 한다. 정년 교수에게 환자 진료와 의학연구는 일상이며 전부이다. 정년 교수는 환자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이 크기 때문에 정년 후에도 계속 진료하고 싶어 한다. 후배 교수가 정년 교수의 환자들을 이어 받으려면 본인이 먼저 훌륭하고 희생적인 의사가 되어서 믿음과 신뢰를 주어라. 항상 환자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결정해라. 환자가 정년 교수를 따라가도 그 환자가 최고의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협조해라. 다른 병원으로 이동하는 의사와 환자를 경쟁상대나 적으로 여기면 안 된다.
의사는 한번 진료하면 그 환자의 영원한 주치의다. 환자가 다른 병원으로 이동해도 여전히 주치의다. 1명 보다 2명 이상의 의사가 협동하면 더 좋은 진료를 할 수 있다. 미국, 유럽, 일본에서는 환자의 의뢰-재의뢰가 일상이다. 한국은 병원을 이동했다가 다시 찾아가면 왜 다시 왔냐고 말하는 의사도 있고, 서울 빅4 병원에서 진료를 받다가 전신경련발작이 발생하여 예전에 다니던 부산 종합병원 응급실을 방문했더니 전 주치의는 다시는 오지 말라고 말한다.
의사는 모든 환자들을 항상 나의 소중한 고객이라고 생각하고 나를 떠나는 환자에게도 “필요하시면 언제라도 다시 오십시오.”라고 따뜻하게 대하는 것이 인술(사람을 살리는 인자한 기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