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이 은행법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겠다고 ‘최후통첩’을 던졌다. 은행권에서는 과도한 개입이 자본시장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0일 정치권과 금융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13일 본회의에서 은행 가산금리에 보험료와 출연금 등을 반영하지 못하도록 하는 은행법 개정안을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할 계획이다. 현행 국회법상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되면 상임위원회에서 180일 이내 심사, 법사위 회부일로부터 90일 이내 체계·자구심사, 본회의 부의 후 최대 60일 이내에 상정이 이뤄져야 한다.
통상 대출금리는 대출 기준금리(지표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한 뒤 우대금리를 빼서 최종 산출한다. 가산금리는 은행이 대출을 제공하면서 발생하는 위험, 업무원가, 목표이익률 등을 반영하여 추가되는 금리로 각 은행이 자율적으로 책정한다. 은행의 인건비 등 업무원가와 위험 프리미엄, 목표이익률 외에도 보증기관 출연료와 교육세 등이 법적 비용으로 붙는다.
이번 은행법 개정안은 대출 가산금리의 세부항목에서 예금보험료나 법정 출연금 등을 제외하는 것이 핵심이다. 은행들이 △지급준비금 △예금자보호법에 따른 보험료 △서민금융진흥원·기술보증기금 출연금 등 각종 법정 비용을 가산금리에 포함해 대출자에게 전가하는 것을 막자는 취지에서 발의됐다. 이번 개정안은 기존 법안보다 완화된 내용이다. 당초 민주당은 대출 금리 반영 불가 항목에 교육세를 포함하고 가산금리 세부명세 공개 의무화 등 강력한 규제를 추진했으나, 은행권의 반발과 해명을 반영해 이같은 내용을 제외했다.
은행권에서는 여전히 경영 자율성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기업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은 당연한 목표이며, 특정 요소를 제한하면 결국 다른 방식으로 비용이 전가되는 ‘풍선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금융사는 다른 수익 창출 방안을 모색할 수밖에 없고, 이는 소비자나 기업 대출에 또 다른 형태의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 역시 “출연금은 명백한 비용으로, 기존 금융 시스템에서 이를 반영하는 것은 일반적인 관행”이라며 “여러 기관이 관련되어 있으므로, 이를 처리하는 데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도 이번 개정안이 은행 간 경쟁력을 저하시킬 뿐만 아니라 금융 건전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김상봉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모든 은행이 동일한 방식으로 가산금리를 책정해야 한다면, 은행이 여러 개 존재할 이유는 없다”면서 “대출 금리 산정 방식이 경직되면, 대출자의 상환 능력을 가려내기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 개정이 기존 금융 규제 체계와 충돌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김 교수는 “현재 대출 요율이나 보증·서민금융 관련 법령에 따라 각 기관 출연금 비율이 정해지는데, 이번 개정안이 시행되려면 관련 법들도 함께 손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자 감경을 위해 법정 출연금을 가산금리에서 제외하는 것은 가격에 손을 대는 것으로, 시장 원리를 무시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