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담보로 고려아연 자금조달, MBK 먹튀 기가 찬다”

“홈플러스 담보로 고려아연 자금조달, MBK 먹튀 기가 찬다”

안수용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 위원장 인터뷰
“경영 전략 실패·사모펀드 먹튀 자본의 폐해”
“투기자본 MBK, 강도 높은 정부 규제 필요해”

기사승인 2025-03-12 06:00:07 업데이트 2025-03-12 06:46:00
안수용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 위원장이 10일 서울 서대문구 마트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쿠키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효상 기자

“MBK파트너스 측에서 (직원들의) 고용 문제는 다 보장하겠다. 절대 기업을 매각하지 않겠다 등의 이야기들을 끊임없이 하는데 제가 볼 때는 그렇지 않습니다. 홈플러스만 봐도 그렇고요. 고려아연도 머지 않아 ‘제2의 홈플러스’ 꼴이 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러한 아찔 투기·먹튀 자본에게는 강도 높은 규제가 필요합니다.”

쿠키뉴스가 지난 10일 서울 서대문구 마트산업노동조합 사무실에서 만난 안수용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 위원장은 대주주인 사모펀드 MBK의 ‘기업 먹튀’ 행태에 대해 이같이 꼬집었다. 

안 위원장은 기업회생으로 치닫은 홈플러스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인수자인 MBK의 경영 전략 실패를 꼽았다. 그러면서 경영 능력이 부재한 MBK·영풍이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가져갈 경우 또다시 ‘제2의 홈플러스’ 사태가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MBK가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위해 피인수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인수 자금을 조달하는 차입매수(LBO) 방식이 기업 생존에 큰 위협이 된다는 것이다.

홈플러스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안 위원장을 만나 현재 내부 사정과 커지고 있는 MBK 책임론 등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MBK, 투자금 회수 급급…명백한 먹튀 행위”

먼저 안 위원장은 MBK의 악질 투기 자본과 고질적인 LBO 방식을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짚었다. 2015년 MBK가 LBO 방식으로 홈플러스를 약 7조원에 인수했고, 이 과정에서 발생한 막대한 차입금 이자 등 막대한 금융비용을 홈플러스가 떠안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후 홈플러스의 경영 상태는 극도로 열악해졌고, MBK는 차입금을 상환하기 위해 홈플러스 매장을 무차별 매각하며 사업 규모를 축소하기에 급급했다. 이는 결국 신용등급 하락과 장기 경쟁력 상실로 이어졌다고 했다.

안 위원장은 “MBK가 홈플러스에 약속한 1조원, 그 일부분만 투자를 했다면 지금 이 상태까지 오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도 노동자들의 삶이나 향후 홈플러스의 운명과 관련해서 어떠한 의지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이런 위기 속에서도 CJ제일제당의 바이오 사업부 인수를 추진하고, 고려아연과의 경영권 분쟁 등에 나서고 있다. 이런 것들이 너무 기가 찬다”고 토로했다. MBK는 현재 CJ제일제당 바이오사업부 인수를 두고 협상을 진행 중으로, 몸값으로 5조원 대의 금액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위원장은 이번 사태를 단순한 경영 실패를 넘어 사모펀드의 먹튀 자본의 폐해라고 지적했다. 그는 “2015년 홈플러스 인수 이후 기업을 운영하면서 거의 다 뽑아먹고 이제 남은 것은 빚과 부동산 몇 개뿐”이라며 “엑시트를 통해 투자금을 회수해 줘야 되는 시기가 사실상 올해인데, MBK는 홈플러스에 대해 이제는 손을 틀어야 되는 시기라고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답이 없는 MBK가 결국 해결책으로 법원을 선택했고, 이 문제를 채권자에게 공을 넘겼다면서 명백한 먹튀 행위라고 주장했다.

안 위원장은 MBK의 경영 전략의 실패 사례 중 하나로 ‘홈플러스 스페셜’을 들었다. 홈플러스 스페셜은 기존 매장을 리모델링해 시작한 창고형 할인점이다. 상품을 여러개 묶어 할인판매를 함으로써 중간 이상의 품질을 보장하고 가격 매력도가 높은 것이 강점이다.

그는 “전국에 몇 개의 매장을 열었지만 어떠한 전략이나 투자 없이 진행되다 보니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며 ”당시 스페셜 매장으로 바꾼 매대들을 기존의 매장으로 다시 되돌리는 작업들을 최근까지 하고 있고, 지금 거의 복구가 끝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마트노조가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MBK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회생절차에 들어간 홈플러스에 대해 MBK가 책임질 것을 촉구하고 있다. 마트산업노동조합 제공

“구조조정 점포 폐점 걱정돼” 노동자 불안 지속 


납품을 중단했던 기업들이 다시 납품 재개에 나서고 있지만 노동자들의 불안감은 가시지 않고 있다. 안 위원장은 “회생 절차가 시작된 초기에는 불안을 느낀 납품 업체들이 납품을 중단하고, 협력업체 직원이 출근을 하지 않는 등 처음에는 너무 혼란스럽고 당장 망하는 거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직원들은 아직도 많이 불안해하고 있다. 특히 MBK 측에서 채권 최대 주주인 메리츠를 만나 점포 10개를 폐점 매각하겠다느니, 장사 안되는 점포를 줄여서 고정 비용을 확보하겠다 등의 이야기들을 하고 다닌다고 한다”면서 “인위적인 구조조정이나 점포 폐점에 대한 고민과 걱정이 많다. 더 악화되기 전에 지금 퇴직금을 받고 퇴직해야 되는 거 아닌가라는 고민까지 하고 있다”고 전했다. 

홈플러스는 납품 대금을 순차적으로 지급 중이며 매장 운영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납품 대금 정산에 따른 우려는 여전하다. 연중 최대 행사인 ‘홈플런’이 끝나는 12일 이후에도 납품대금 지급에 불안감을 느낀 업체들이 다시 제품 공급을 중단하면 영업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신뢰도가 떨어진 고객들이 발길을 돌리면 향후 영업 정상화도 장담하기 어렵다. 이는 홈플러스의 현금 창출력을 약화시켜 대규모 미정산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 

안 위원장은 “홈플런 행사가 끝나고 난 이후 불안을 느낀 고객들이 홈플러스를 찾지 않으면 현금 창출이 감소해 대금 정산이 지연될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납품 대금 정산이 미뤄지게 되면 매장 운영이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계속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고객들이 상품권이 정지된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나중에 종이 조각이 될까 싶어 현금으로 바꿔가는 경우가 엄청 많다”면서 “나중에 ‘제2의 티메프 사태’ 그 이상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고 우려했다.

끝으로 안 위원장은 홈플러스가 장기적으로 살아남기 위해선 기업 가치를 절대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며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그는 “MBK에 대한 적극적인 조사가 이뤄져야 하고, 홈플러스는 기업 가치의 훼손이 없는 회생의 절차를 밟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소상공인이나 다른 협력업체들의 피해가 없도록 홈플러스의 운영 정상화를 위해 정치권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해 문제 해결에 동참해 달라”고 제언했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
김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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