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독한 미식가’가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로 스케일을 확장했다. 주연 마츠시게 유타카도 연출·기획으로서 담당 영역을 넓혔다. 봉준호 감독이 연출 제안을 거절하면서, 감독에 도전하게 됐다는 전언이다.
13일 오후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 내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현장에는 연출과 각본에 참여한 배우 마츠시게 유타카가 참석했다.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는 프랑스 파리, 일본 외딴섬, 한국 남풍도 및 거제도, 일본 도쿄까지, 궁극의 국물을 찾기 위한 프로 혼밥러 고로(마츠시게 유타카)의 의도치 않은 모험을 담은 어드벤처 무비다. 시즌 11까지 이어진 일본 인기 시리즈 ‘고독한 미식가’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마츠시게 유타카는 “이 작품이 바다를 넘어 한국에서 상영할 수 있게 돼서 진심으로 기쁘다”고 운을 뗐다. 이어 “작품을 사랑해 주신다는 점을 길거리를 걷다가도 실감한다”며 “한국의 젊은 분이 이 작품을 훨씬 더 재밌게 즐겨주시는 것 같다”고 한국 팬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마츠시게 유타카는 이 작품에서 연기뿐만 아니라 연출, 각본, 기획에 참여했다. 그는 연출까지 맡은 배경에 대해 “봉준호 감독님이라면 재밌게 요리해 주실 것 같아서 편지를 썼는데 일정이 맞지 않았다. 그렇다면 내가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연기를 넘어 작품 전반에 참여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고 한다. 마츠시게 유타카는 “처음으로 작품 시작부터 끝까지 지휘해야 했다”며 “당시에는 푹 빠져서 열심히 제작했지만 어떻게 하면 영화를 보러 오시게 할지 고민하는 것이 힘들었다”고 돌아봤다.
감독으로서 평가한 배우 마츠시게 유타카는 어땠을까. 그는 “그럭저럭 잘한다”면서도 “상상을 뛰어넘는 놀라운 연기는 절대 하지 않는다는 점만은 확실하게 알고 있다. 그래서 안심하고 맡긴다”고 자평했다.

영화에서는 드라마와 달리 고로의 주변인 이야기를 조명한다. 마츠시게 유타카는 “어느 나라에서나 살기 위해 행복을 위해 먹는다”며 “‘고독한 미식가’는 먹기만 하는 드라마인데 다양한 나라 시청자분들이 재밌다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고독하게 먹는 사람의 주변인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며 공감에 주력했다고 강조했다.
한국이 작품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도 흥미롭다. 일례로 궁극의 국물 재료 중 하나가 한국에서 흔히 쓰이는 황태다. 이와 관련해, 마츠시게 유타카는 “도쿄 긴자에 북엇국을 파는 가게를 국물 찾기 테마를 고민할 때 발견했다”며 “황태 자체는 익숙하지만 국물을 먹어본 적도 없어서 식재료로 삼으면 재밌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한국 관객에게는 배우 유재명의 등장 역시 주요 관전 포인트다. 마츠시게 유타카는 “말은 통하지 않더라도 표정과 동작만으로 통하는 배우를 찾고 싶어서 3년 전부터 한국 영화를 많이 봤다”며 “그러다가 ‘소리도 없이’에서 유재명을 봤고 러브콜을 보냈다”고 얘기했다. 이어 “생각 이상으로 연기해 주셨고, 일본 관객도 (유재명의 출연 부분이) 영화의 피크라고 하셨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마츠시게 유타카는 최근 가수 성시경과 함께 넷플릭스 예능 ‘미친 맛집’에 출연하는 등 한국 대중과 부쩍 거리감을 좁히고 있다. 그는 “한국에 진출해야겠다는 생각은 없다”면서도 “‘저마다의 고독한 미식가’라는 옴니버스 드라마가 있는데, 한국 버전으로 만드는 것은 어떨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미친 맛집’을 비롯해 ‘먹방’ 콘텐츠가 포화 상태인 가운데, ‘고독한 미식가’와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를 꼭 봐야 할 이유는 무엇일지 궁금하다. 마츠시게 유타카는 또 한 번 공감을 내세웠다. “먹을 때 표정이나 먹는 중 공백 등을 통해 시청자가 공감할 수 있다”며 “맛있다는 것을 전달할 마음은 없다. 맛있었던 기억을 공유하고 싶은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끝으로 마츠시게 유타카는 이 영화를 시작으로 자신이 향후 한국와 일본의 협력에 기여할 수 있기를 소망했다. 그는 “운명 공동체로서 한국와 일본이 협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 영화가 그런 인연을 이어가는 데에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인생에 남은 사명일 것”이라고 했다.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는 오는 19일 개봉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