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4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신청이 임박했지만, 업계의 기대감은 점차 식어가는 분위기다. 초기 유력 후보로 거론되던 컨소시엄들이 잇따라 발을 빼면서 경쟁 구도가 무너진 탓이다. 탄핵 정국과 맞물려 정부 정책 추진의 불확실성이 커진 점도 변수로 꼽힌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날부터 26일까지 제4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신청서를 접수한다. 이후 2~3개월간 민간 외부평가위원회 평가와 금융감독원 심사 등을 거쳐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예비인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현재 유력 후보군은 3파전 구도에서 1강 체제로 좁혀진 상태다. 당초 도전장을 낸 컨소시엄은 한국소호은행(KCD뱅크), 더존뱅크, 유뱅크, 소소뱅크, AMZ뱅크, 포도뱅크 등 6곳이었다. 하지만 유력 후보 더존뱅크와 유뱅크의 잇따른 이탈로 사실상 소호은행의 독주 체제가 됐다.
제4 인터넷전문은행 불참의 표면적 요인으로는 신규 사업 추진으로 인한 변동성이 꼽힌다. 더존비즈온은 도전을 포기하고, 독자적인 금융 플랫폼 구축에 집중하겠다고 지난 17일 밝혔다. 단기적 변동성을 초래할 수 있는 신규 사업 추진보다 본업의 강점을 살리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했다는 입장이다.
불안정한 정국 여파도 영향을 미쳤다. 핀테크(금융+기술) 업체 렌딧이 주도하는 유뱅크 컨소시엄은 예비인가 신청 시점을 연기했다. 유뱅크 관계자는 “어느 때보다 불안정한 경제와 정국 상황을 고려해 전략적인 선택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추후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하반기 중 예비인가 신청을 재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한국소호은행의 출범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은 높아지고 있다. 한국소호은행은 한국신용데이터(KCD)가 주도해 설립을 추진 중인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전국 170만 명의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경영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캐시노트’를 운영한다. 기존 참여한 우리은행, NH농협은행, 우리카드, 유진투자증권에 BNK 부산은행, 하나은행까지 합류하면서 출범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상황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장담할 수 없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금융당국은 신규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수에 제한을 두지 않기로 했지만,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단 한 곳도 인가를 내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 2019년 5월에도 토스뱅크·키움뱅크 컨소시엄이 자금 조달 능력 부족으로 예비인가를 받지 못했다. 이후 토스뱅크는 새로운 투자자를 모아 재도전한 끝에 예비인가를 받았다.
특히 이번 제4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조건이 더욱 까다로워졌다는 점도 변수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1월 비수도권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자금조달 능력을 인가 조건으로 내걸었다. 금융당국이 밝힌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평가 항목과 배점은 자본금 및 자금조달방안(150점), 대주주 및 주주구성계획(50점), 사업계획 혁신성(350점), 사업계획 포용성(200점), 사업계획 안전성(200점), 인력·영업시설·전산체계·물적설비(50점) 등 총 1000점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경기 침체로 소상공인의 대출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실적으로 건전성과 사회적 책임을 동시에 충족시키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존 인터넷전문은행 3사가 별다른 혁신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어 차별화된 사업모델을 내세우지 못한다면 인가 불허를 결정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탄핵 국면에 따른 정국 불확실성도 변수로 작용한다. 당초 제4 인터넷전문은행 추진은 ‘은행 독과점’ 체제를 개선하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주문에 따라 시작됐다. 윤 대통령 탄핵이 인용되면 곧바로 대선 정국이 이어져 정부의 인허가 사항은 상당 기간 지연되거나 재검토를 배제할 수 없다. 금융당국은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와 디지털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등 다양한 리스크도 고려해야 하는 만큼, 탄핵 국면을 맞아 원점 재검토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제4인터넷은행 컨소시엄들의 이탈 배경에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며 “은행업은 라이센스 산업이기 때문에 인가만 받으면 수익성은 시간이 지나면서 개선될 여지가 많지만, 정치적 변수로 분위기가 위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의 정책 추진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금융위의 인가 여부에 대한 우려도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다만 금융당국은 현재로서 일정 변동은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후보들의 참여 철회와 무관하게) 사전에 발표한 원칙대로 일정을 진행할 예정이며, 오는 26일 신청 접수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자격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경우에는 사업이 무산될 수 있지만, 그 누구라도 조건을 충족하면 인가는 진행될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