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심판이 87일 만에 ‘기각’으로 마무리됐다. 헌법재판소는 24일 오전 “한 총리의 직무집행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국회의 탄핵소추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심판은 헌정 사상 국무총리에 대한 첫 탄핵심판이라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재판관 의견은 기각 5, 인용 1, 각하 2로 갈렸지만, 최종 판단은 기각이었다. 한 총리는 즉시 대통령 권한대행 직무에 복귀했다.
소추안 발의부터 헌재 판단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을 간략 정리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지난해 12월27일 국회 본회의에서 한 총리 탄핵소추안을 단독으로 가결했다. 여당 의원이 불참한 가운데 야당 의원 192명만이 참석해 전원 찬성으로 의결됐다.
탄핵소추 사유는 △김건희·채해병 특검법’에 대한 법률안 거부권△12·3비상계엄 관련 위헌·위법행위와 내란 행위의 공모 또는 묵인과 방조△한동훈·한덕수 공동 국정운영 체제△내란 상설특검 임명절차 이행 회피△헌법재판관 임명 거부 등 총 5가지다.
당시 여당은 한 총리의 탄핵안은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200인(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며 위헌 가능성을 주장했다.

윤 대통령보다 빠른 변론기일 종결…결론은 탄핵 기각
헌재는 지난 1월13일과 2월5일 두 차례의 변론준비기일을 열었다. 한 총리 측 대리인은 첫 변론준비기일에서 “한 총리에 대한 심리와 결정이 우선 진행돼야 한다”며 윤 대통령 탄핵심판보다 먼저 다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총리의 탄핵심판 변론기일은 윤 대통령 탄핵심판이 진행 중인 2월19일에 열렸다. 변론기일은 단 한 차례만 열렸으며, 변론은 90분 만에 종결됐다. 이날 헌법재판소에 출석한 한 총리는 5가지 탄핵 사유 모두를 부인했다.
한 총리는 변론에서 “(김건희·채상병) 특검법은 위헌 소지가 있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이라고 했으며, 12·3 비상계엄 공모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계획을 사전에 몰랐고, 대통령이 다시 생각하도록 설득했으며 군 동원에도 일체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또 여당과의 당정 공동 국정운영은 “정부와 여야가 협력해 국정 운영에 힘쓰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며 권력 창출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고 부인했다.
반면 탄핵소추위원인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만약 한 총리를 탄핵하지 않았다면 헌재는 6인 체제로 매우 불안정하게 국민들의 불안감과 혼란을 가중했을 것”이라며 “한 총리를 파면해 대한민국 헌법 수호의 의지를 국민께 보여달라”고 말했다.
헌재는 20일 한 총리 탄핵심판 선고기일을 지정했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기일이 언제 지정될지 주목되는 상황에서 한 총리 탄핵 선고가 먼저 이뤄지면서 관심이 고조됐다. 대통령과 총리의 탄핵 선고가 동시에 진행되는지, ‘선입선출’에 따라 대통령 탄핵 선고가 먼저 이뤄지는지 의견이 분분했던 가운데, 헌재가 입장을 밝힌 상황이었다. 일각에선 한 총리의 탄핵심판 선고가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방향을 가늠하는 ‘풍향계’가 될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결국 헌재는 24일 선고를 통해 한 총리 탄핵소추안을 기각 결정했다. 재판관 5인 기각, 1인 인용, 2인 각하 의견을 보여 전원 일치에는 이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