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상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이복현 금감원장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앞서 이 원장이 상법 개정안 재의요구권 행사 시 “직을 걸고서라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피력해서다.
한 권한대행은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이 골자인 상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한 권한대행은 “고심을 거듭한 끝에 국회에 재의를 요구하고자 한다”며 “(상법 개정안은)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을 포함한 대다수 기업의 경영 환경 및 경쟁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에서 더욱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대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법률안의 취지는 이사가 회사의 경영 의사결정 과정에서 지배주주 등 일부 집단의 이익만이 아니라 모든 주주의 이익을 공정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의미로 이해된다”면서도 “현실에서 어떤 의사결정이 총주주나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하는 것인지 법률안의 문언만으로는 명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 이에 기업의 다양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혼란이 일어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 권한대행은 “이번 재의요구권 행사는 국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의 기본 취지에 반대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대내외 경제 여건이 매우 불확실한 상황에서, 기업 경영활동을 위축시키지 않으면서도 투자자 보호와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달성할 방안을 다시 한번 모색해 보자는 취지”라며 “정부는 더욱 실효성 있게 일반 주주를 보호할 수 있는 자본시장법 개정을 대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고 짚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권한대행의 재의요구권 행사에 반대 입장을 피력해 왔다. 앞서 이 원장은 지난달 28일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에 상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 행사는 적절치 않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보냈다.
당시 금감원은 의견서에서 “(상법 개정안이) 장기간의 논의를 거쳐 국회에서 통과된 현재로서는 재의요구를 통해 그간의 논의를 원점으로 돌리는 것은 비생산적이며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 등 효율성을 저해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상법 개정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해 경영자들의 혁신적인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며 “주주 충실의무의 구체적인 내용이 법원 판결례를 통해 형성되기 전까지 시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필요한 논란을 줄이고 법원 판결이 바람직하게 형성되는 것을 지원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 원장은 의견서를 보낸 시점보다 앞선 지난달 13일 상법 개정안 재의요구권과 관련해 “주주가치 제고와 관련한 논의를 원점으로 돌리는 형태의 의사결정은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면서 “직을 걸고서라도 반대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한 권한대행의 상법 개정안 재의요구권 행사로 정부와 금감원 간 마찰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원장은 지난달 28일 개최된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F4 회의)’에 돌연 불참하면서 대립 구도로 해석되는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발의한 더불어민주당은 입법을 지속 추진할 방침이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광화문 천막당사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어떤 일이 있어도 상법개정안을 포기하지 않고 반드시 완수하겠다”고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