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부과 여파에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순자산총액도 수조원 단위가 증발했다. 이에 투자업계는 파킹형 ETF 상품을 통해 극심한 변동장세를 잠시 피해가는 전략을 추천하고 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가 5% 이상 하락한 ‘블랙먼데이’ 장세를 나타냈던 7일 종가 기준 국내 증시에 상장된 ETF 961개 종목의 순자산총액은 178조6236억원으로 확인됐다. 이달초 집계된 186조7888억원 대비 8조1652억원 급감했다.
이같은 국내 ETF 시장 흔들림은 트럼프 행정부의 무분별한 상호관세 부과 여파로 해석된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세계 모든 나라에 10%의 기본 관세를 부과하고, 국가별로 △중국 34% △유럽연합(EU) 20% △베트남 46% △대만 32% △일본 24% △인도 26% △한국 25% 등 차등화된 상호관세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관세는 글로벌 시장을 끌어내렸다. 상호관세 발표 직후 이틀간(3~4일) 뉴욕증시에서 빠진 시가총액은 6조6000억달러(약 9652조원)에 달한다. 일본 닛케이225지수와 홍콩항셍지수, 코스피지수 등 아시아권 증시도 7일 일제히 폭락하면서 블랙 먼데이를 연출했다.
이에 따라 ETF 상품도 미국과 중국 등 증시·주식을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을 중심으로 큰 손실을 냈다. 이달 들어 가장 높은 손실을 기록한 ETF는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레버리지(합성)이다. 이 상품은 이달초 1만7045원에서 7일 종가 기준 1만260원으로 39.81% 급감했다. 이어 △TIGER 차이나항셍테크레버리지(합성 H) -33.69% △TIGER 차이나전기차레버리지(합성) -28.20% △PLUS 미국테크TOP10레버리지(합성) -27.42% △ ACE 미국빅테크TOP7 Plus레버리지(합성) -26.97% △KODEX 차이나H레버리지(H) -26.42% 등으로 나타났다.
레버리지 ETF는 파생상품 등을 활용해 기초자산 수익률의 극대화를 노리는 금융상품이다. 기초자산의 상승 국면에서는 일반 상품보다 2~3배의 수익률을 노릴 수 있지만, 반대 국면에서는 상품 청산까지 발생하는 등 고위험이 동반되는 특징을 가졌다. 관세 후폭풍에 기초자산인 주요국 증시·주식 폭락으로 낙폭이 가중된 것이다.
문제는 관세 불확실성에 따른 글로벌 증시 타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점이다. 중국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부과 발표에 맞서 같은 세율(34%) 대미 보복관세로 맞불을 펼쳐서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SNS를 통해 "8일까지 중국이 34% 관세를 철회하지 않으면 미국은 중국에 5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것이다. 그것은 9일부터 발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투자업계는 현재 불안정한 글로벌 금융시장을 감안할 때 파킹형 ETF 상품 투자를 통해 잠시 쉬어가는 포트폴리오를 추천한다. 파킹형 ETF는 종목이나 지수에 투자하는 ETF 보다 수익성은 떨어지지만 변동성에 따른 리스크를 피하면서, 은행 예금 대비 높은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다. 하루만 투자해도 이자가 복리로 쌓일 뿐만 아니라 언제든 편입·편출할 수 있어 단기 자금 운용 목적으로 많이 이용된다.
파킹형 ETF 상품들은 급락장에서도 선방했다. 단기 우량 채권, 기업어음(CP) 등에 투자하면서 자본손실 가능성을 낮춘 영향이다. 일례로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머니마켓액티브는 지난 7일 전 거래일 대비 0.01% 상승세로 장을 마쳤다. 해당 상품은 초단기 채권과 CP에 투자해 가격 변화 위험을 최소화했다. 7일 기준 만기기대수익률(YTM)은 2.98%에 달한다. 투자자들은 지난 3월 삼성자산운용 채권형 섹터 홈페이지에서 해당 상품을 가장 많이 조회한 것으로 확인됐다.
파킹형 ETF는 커버드콜 ETF와는 다른 별개의 상품이다. 커버드콜은 주식을 보유한 상태에서 콜옵션(미리 정한 가격으로 주식을 사는 권리)을 매도해 주가 하락 시 손실을 줄이는 투자 전략이다. 하락장에 방어력을 보유한 점은 같지만, 커버드콜은 하락장이 확대될 시 기초자산과 옵션 전략 성과도 떨어지면서 원금 손실로 이어진다. 최근 증시 흐름처럼 급격히 하락하는 사태가 벌어질 경우 손실을 피하기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파킹형 ETF와 커버드콜 ETF는 완전히 별개의 영역”이라며 “보통 커버드콜 상품을 추천할 때는 시장이 횡보할 때, 방향성 없이 박스권에 머무를 경우다. 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은 증시가 더 빠질 수 있겠다는 불안감이 높다. 일부 커버드콜 ETF가 유효한 성적을 낼 순 있겠지만, 지금은 선호도가 높다고 보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시장 변동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변동성 회피 심리는 더욱 커질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파킹형 상품은 금리 변화에 대한 민감도도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그 때문에 잠시 쉬어가는 측면에서 매력도가 부각되는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