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퇴 시즌에 최정상에 오른 김연경이 우승에 감격했다.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이 이끄는 흥국생명은 8일 오후 7시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린 ‘2024~2025 도드람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5차전 정관장과 홈경기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세트스코어 3-2(26-24, 26-24, 24-26, 23-25, 15-13) 승리를 거뒀다.
안방에서 열린 1~2차전을 모두 따낸 흥국생명은 3~4차전을 내리 내줬으나 5차전을 잡으며 통합우승(시리즈 3승2패)을 달성했다. 2018~2019시즌 이후 6년 만에 달성한 쾌거다. 여자부 최초로 통산 5번째 우승을 차지하며 최다 우승 팀의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은퇴 경기를 소화한 김연경은 팀 내 최다인 34득점을 폭발하며 우승 ‘일등공신’으로 우뚝 섰다. 김연경은 우승을 달성한 후 코트를 누비며 환호했고, 또 팬들에게 인사를 건네며 배구 코트와 작별했다. 흥국생명 선수단은 김연경을 헹가레하며 팀의 우승과 그의 은퇴를 축하했다. 김연경은 우승 트로피를 즐겁게 들어 올리면서 선수단, 팬들과 기쁨을 나눴다.
챔프전 MVP 역시 그의 몫이었다. 김연경은 기자단 투표 31표를 독식하며 역대 2호 챔프전 만장일치 MVP가 됐다.
우승 뒤 취재진과 만난 김연경은 “마지막 포인트 따고 조금 울었다. 펑펑 울진 않았다. 3~4차전 끝나고 나서 기자 분들이 예전 얘기(준우승)를 많이 쓰시더라. 속상했다”고 웃었다.

김연경은 “쉽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3~4차전을 질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 큰 어려움이었다. 은퇴를 앞두고 이런 역경이 오나 싶었다. 선수단의 화합을 위해 얘기도 많이 했다. 짧은 기간 동안 선수단이 정말 고생했다. 멋진 마무리를 시켜줘서 선수단에 너무 고맙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이어 “오늘이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한국에 다시 와서 결승 4번을 치렀다. 정규리그 2번 우승, 챔프전 1번 우승했다. 별 하나 달기 이렇게 힘들다”면서 “3차전 끝나고 나서도 문제가 뭔지 고민했다. 항상 열심히 했는데, 왜 이게 돌아오는지 생각했다. 5차전에는 오히려 마음 편했다. 홈이라 좋은 경기력이 나올 거라 봤다. 영화도 이런 시나리오는 쓰지 못할 것”이라고 감격했다.
김연경은 “고희진 감독님이 끝나고 ‘너 수비로 우승한 것’이라 하시더라. 챔프전 오면서 좋은 배구를 보여드렸다. 정관장도 힘들었음에도 최선을 다했다. 스포츠는 비기는 게 없다. 그게 아쉽다. 정관장도 정말 고생했을 텐데 마지막엔 저희가 웃었다. 수고했다 전하고 싶다”고 상대팀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였다.
김연경은 주장인 김수지와 함께 선수단을 이끌었다. 그는 “팀을 이끌기 위해 좋은 얘기를 많이 했다. 윽박지르기도 지만 좋은 얘기를 하면서 이끌고자 했다. 선수들이 잘 따라와 줬고 이겨냈다”며 “나이가 있다 보니 체력적인 면에서 밀리진 않을까 걱정했다. 관절, 무릎 등 안 좋긴 했다. 그러나 이 시기면 모든 선수들이 부상을 안고 뛴다”고 전했다.
김연경은 마지막 순간을 돌아보며 “투트쿠가 전위에 있었기 때문에 하나만 해달라고 전했다. 이고은이 투트쿠에게 계속 전달하면서 잘 마무리됐다”며 “3세트 듀스 때 범실한 게 너무 아쉬웠다. 이렇게 은퇴하면 악몽을 꾸겠지 했는데, 다행히 이겼다”고 웃었다.
김연경은 기자단 투표를 독식한 점에 대해 “양심이 있다면”이라고 웃은 뒤 “3차전 끝나고 기사가 정말 많이 났다. 도로공사전 얘기를 꺼내면서 ‘김연경 무너지나’로 제가 엎드린 사진을 쓰시더라. 기사 쓰신 분들이 투표를 잘 해주신 것”이라고 재치 있게 소감을 밝혔다.

은퇴가 실감되냐는 질문에 “아직도 꿈같다. 내일 대전으로 이동하던가, 인천에서 경기를 뛸 느낌이다. 실감 나지 않는다. 조금 지나고 나면 실감날 것”이라며 “오늘이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재차 강조했다.
앞으로 활동 계획에 대해 “김연경 재단이 있다. 많은 활동들을 계획 중이다. 이를 실행할 것”이라며 “쉬면서 어떤 거를 하면 좋을까, 어떤 방향을 원할까에 대해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김연경은 “오늘 회식을 제대로 하고 싶다. 애주가인데, 금주를 오래 했다. 회식하면서 여러 얘기하겠다. 재밌는 일들이 많았다. 그리고 그냥 쉬고 싶다. 여행도 다니겠다”고 미소 지었다.
“3차전에 끝났으면 제가 원하는 대로 된 것”이라던 그는 “지금까지 배구를 했지만 참 쉽지 않다. 마지막까지도 그렇다. 결과는 참 만족스럽다”고 덧붙였다.
김연경은 한국 배구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 침체기다. 체계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 선수들을 키워내야”라며 “잠재력 있는 선수들은 많다. 저도 배구 성장에 도움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끝으로 김연경은 “원했던 모습으로 은퇴한다. 왜 은퇴하냐고 많이들 묻는데, 이게 제가 상상한 은퇴다. 우승컵을 들고 은퇴하는 모습이었다. 지난 4년 동안 못 이뤄져서 아쉬웠지만, 별을 하나 달고 정상에서 물러나게 됐다”고 웃으며 말했다.
인천=김영건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