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료대란 여파로 1년여 표류한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이 마침내 시청자를 만난다. 슬기로운 ‘99즈’의 일상 대신 슬기로울 ‘응애즈’의 성장이 감동을 선사할 전망이다. ‘보호자’를 자처한 신원호 크리에이터의 바람대로, 이들의 진심이 곡해되지 않고 안방에 고스란히 전달될 수 있을까.
10일 서울 신도림동 라마다호텔에서 tvN 새 토일드라마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이하 ‘언슬전’, 연출 이민수·극본 김송희)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현장에는 신원호 크리에이터, 이민수 감독, 배우 고윤정, 신시아, 강유석, 한예지, 정준원이 참석했다.
‘언슬전’은 언젠가는 슬기로울 의사생활을 꿈꾸는 레지던트들이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담은 드라마다. 인기 시리즈 ‘슬기로운 의사생활’(이하 ‘슬의생’) 첫 스핀오프로, ‘슬의생’ 신원호 감독과 이우정 작가가 크리에이터로 참여했다.
스핀오프를 내놓은 배경에는 ‘슬의생’ 세계관 확장에 대한 시청자들의 요구가 있었다. 이 가운데 김송희 작가가 산부인과 초년생 이야기를 구상하면서, ‘슬의생’ 유니버스를 이어가게 됐다. 신원호 크리에이터는 “제목에서 직관적으로 연관성이 보인다”며 “‘슬의생’은 슬기로운 교수들이 더 슬기로워지는 과정을 그린다면, ‘언슬전’은 슬기롭지 못한 레지던트가 슬기로워지는 과정을 그린다”고 설명했다.
신원호 크리에이터의 말을 빌리면, ‘언슬전’은 ‘청춘성장메디컬물’이다. 신 크리에이터는 “직업적인 소명 의식, 책임감이 처음부터 있을 리 없다. 오늘 미션을 해결하기에 급급하고, 휴가만 기다리고, 이런 1년 차 모습이 그대로 담겼다”며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이 보일 텐데 그게 감동으로 다가가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이어 “현실에서도 콘텐츠에서도 요즘 성장 서사가 없다”며 “경쟁이 심화되고 살기 힘들다 보니 극적인 성공 서사를 보고 싶은 마음이 강한 듯하다. 오랜만에 보는 감동적인 성장 서사의 청춘물을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민수 감독은 배경과 인물 측면에서 ‘슬의생’과의 차별점을 밝혔다. 이 감독은 “율제병원은 율제병원인데 종로에 있는 분원의 이야기로 변주를 줬다. 의사는 의사인데 잘하는 교수님이 아니라 서투른 레지던트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면서 기존의 분위기를 가져가되 색다른 재미를 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산부인과를 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산부인과는 출산을 다루는 산과, 질병을 다루는 부인과로 나뉜다. 한쪽에서는 새 생명이 태어나고, 한쪽에서는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오묘한 공간”이라며 “이런 점이 성장 서사와 잘 어울려서, 다양하고 재밌는 에피소드들이 나올 수 있었다”고 얘기했다.

극 중 성장의 주축인 종로 율제병원 산부인과 레지던트들이 실제 라이징 스타들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고윤정, 신시아, 강유석, 한예지, 정준원이 주인공이다. 이들 모두 캐스팅 확정 소식을 듣고 감격스러웠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기쁨에 소리를 질렀다는 강유석은 “감개무량하고 행복했다”고 회상했다.
고윤정은 종로 율제병원으로 돌아온 산부인과 레지던트 1년 차 오이영 역을 맡았다. 그는 캐릭터에 대해 “시니컬하고 차가워 보이는 면이 있지만, 사람이든 일이든 한번 마음을 주기 시작하면 최선을 다한다”고 설명했다.
드라마 ‘환혼’, ‘무빙’ 등을 통해 기세 좋게 주연으로 발돋움한 그는 이번 작품에서도 극을 끌어간다. 이와 관련해, “개인적으로 누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제일 컸다”며 “좋은 스토리와 대사, 감독님, 작가님, 스태프분들 덕분에 노력한 것만큼 더 잘 나왔다”고 감사를 표했다.
산부인과 레지던트 1년 차 표남경으로 분한 신시아는 “똑 부러지고 자기 스타일이 확실한 친구”라며 “꾸미는 걸 좋아해서 가운을 휘날리는 로망을 실현하려고 병원에 왔다가 의국 붙박이 신세가 돼서 세상을 배워나간다”고 인물을 소개했다. 아울러 “겉으로는 새침하지만 알고 보면 허당이고 정도 많고 눈물도 많다”고 귀띔했다.
강유석은 전직 아이돌 하이 보이즈 출신 산부인과 레지던트 1년 차 임재일로 변신했다. 1등을 놓치지 않던 모범생에서 구멍이 된 산부인과 레지던트 1년 차 김사비는 한예지가, 없어선 안 될 ‘구반장’으로 통하는 산부인과 레지던트 4년 차 구도원은 정준원이 연기했다.


작품이 청춘들의 성장기를 그리는 만큼, 이들의 케미스트리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슬의생’ 99즈를 차용해 “응애즈로 불러주셨으면 좋겠다”고 운을 뗀 강유석은 “케미스트리를 위한 노력은 필요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1화 때는 안 친한 게 필요했고, 회차가 거듭될수록 끈끈해져야 했다”며 “갈수록 점점 편해지고, 진짜 동기가 돼가는 과정이 있었는데, 드라마에 자연스럽게 녹았다”고 부연했다.
사실 ‘언슬전’은 1년여 편성 연기 끝에 힘겹게 공개되는 작품이다. 전공의 파업으로 인해 해당 업계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아진 탓이다. 대중이 의사의 이야기에 공감하기 힘든 상황은 1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에 신원호 크리에이터는 “만들고 풀어내는 것까지 저의 몫이고, 보시는 건 시청자분들의 몫”이라며 “처분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신원호 크리에이터는 ‘언슬전’을 있는 그대로 봐주기를 당부했다. 신 크리에이터는 “걱정했던 부분은 한 가지다. 젊은이들의 예쁜 이야기를 콘텐츠 그대로 즐겁게 보셔야 하는데 다르게 읽힐까 걱정됐다”며 “연출, 작가, 배우들 다 시작하는 친구들인데 너무 예쁘고 재밌게 만들었다. 다른 이유로 많이 못 보게 된다면 가슴 아플 것 같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재미를 자신했다. 신원호 크리에이터는 “‘슬의생’과 완전히 다른 작품”이라며 “너무 오랜만에 보는 풋풋하고 설레는 청춘물이고, 그 어떤 작품보다 재미가 상승곡선을 그리면서 가는 작품이니 놓치지 말고 많이 사랑해 달라”고 힘주어 말했다.
한편, ‘언슬전’은 12일 오후 9시 10분에 처음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