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일까, 모험일까…신사업 뛰어드는 크래프톤

도박일까, 모험일까…신사업 뛰어드는 크래프톤

블록체인‧버추얼 사업 확대 계획
신사업 불확실성 커 우려 목소리도
“게임 산업 집중할 필요” 지적도

기사승인 2025-04-11 06:00:07
크래프톤 CI. 크래프톤 제공

크래프톤이 게임을 넘어 블록체인과 버추얼 휴먼 등 신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그러나 해당 산업은 수익성이 불확실하고 불안정성도 크다.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힌 상황서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제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크래프톤은 올해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인 블록체인 시스템 베타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아울러 버추얼 휴먼 및 엔터테인먼트 분야 신규 시장을 발굴하고, 버추얼 엔터테인먼트 분야 역량을 키우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관련된 투자 내용은 영업비밀로 기재를 생략했다. 현재 크래프톤 ‘Global Creative’ 본부 내 3명의 인력이 해당 사업을 담당하고 있으며, 하이퍼 리얼리즘 기반의 버추얼 휴먼 ‘애나(ANA)를 제작한 것으로 파악된다.

일각에서는 두 사업 모두 불확실성이 크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블록체인의 경우, 산업이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어 안정성이 떨어진다. 규제 불확실성과 보안 문제도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고정적인 수익 구조가 갖춰지지 않은 점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익명의 업계 관계자는 “크래프톤은 안정적인 수익을 거두고 있어 신사업 부담감이 덜할 것”이라면서도 “블록체인 산업은 초기 단계인 만큼, 본격적인 수익성 확보는 고도화 이후에나 가능해 어느 정도 모험으로 보인다”고 바라봤다.

버추얼 휴먼 사업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크래프톤은 사업보고서에 “지식재산권(IP) 역량 강화를 위한 세컨더리 사업”이라며 “2024년에는 독립적인 엔터테인먼트 활동으로 수익 내기보다 크래프톤의 게임을 홍보하고 지원하는 방향으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올해 역시 유사한 방향성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버추얼 휴먼 사업은 초기 투자 비용이 큰데 반해, 수익성은 미지수다. 투자 대비 손실로 이어질 위험이 큰 셈이다.

배틀그라운드 이미지. 크래프톤 제공

크래프톤은 올해 인수합병(M&A) 등 투자에 집중하겠다며 대규모 자금 투입 목표를 밝힌 상황이다.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은 지난 1월 ‘2025 한국경제인협회 퓨처 리더스 캠프’ 강연서 “들여다보고 있는 M&A가 몇 건 있는데, 일부는 2000억~3000억원 규모고, 어떤 것은 조 단위에 달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 역시 지난 3월 열린 정기 주주총회서 “지금까지 30개 이상의 글로벌 회사에 마이너 투자해 성장성을 지켜보는 중”이라며 “게임이라는 건 결국은 IP 중심 산업이다. 펍지에 준하는 대형 IP를 확보해야 기업 가치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며 지속적으로 투자를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게임 원툴 리스크’를 벗어나기 위한 포트폴리오 다각화도 초기 단계다. 지난해 ‘PUBG: 배틀그라운드’ IP 흥행으로 연 매출 2조7098억원, 연간 영업이익 1조1825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게임 산업 특성상 미래를 장담하기는 어렵다. 흥행에 의존하는 산업이며 경쟁도 심화되고 있어서다.

배틀그라운드 이후를 위한 신작에도 힘을 싣고 있지만,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최근 얼리 액세스 출시한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 ‘인조이(inZOI)’는 누적 판매량 100만장을 돌파했지만, 콘텐츠 완성도와 플레이 경험에서 아쉬움이 크다는 평가도 나온다. 콘텐츠의 다양성이나 캐릭터 커스터마이징, CPC와의 상호작용, 건축 등에서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해외 매체 Screen Rant는 “얼리 액세스 상태의 게임을 혹독하게 평가하는 게 공정하지 않다 해도, 미완성된 느낌이 강하다”며 “심즈에 대해 낮아진 기대치에 불구하고, 오히려 심즈를 더 돋보이게 만든다”라고 평가했다.

익명을 요청한 경영 전문가는 “기업이 오래 가려면 결국 본업에 집중해야 한다”며 “크래프톤은 안정과 성장 모두 추구하는 ‘투웨이 전략’이라고 말하겠지만, 배틀 그라운드에만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 게임사는 결국 게임을 잘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채리 기자
cyu@kukinews.com
유채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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