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허제 후폭풍 ‘폭풍전야’…4월 가계빚 고삐 풀릴까

토허제 후폭풍 ‘폭풍전야’…4월 가계빚 고삐 풀릴까

기사승인 2025-04-15 06:00:07
쿠키뉴스 자료사진. 

4월 들어 은행권 가계대출이 다시 급증할 조짐을 보이면서 금융권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지난 2월 서울시의 토지거래허가제(이하 토허제) 해제 이후 살아난 주택 매수세가 일정 시차를 두고 대출 증가세를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10일 기준 전월 말 대비 1조1745억원 늘어난 739조7256억원으로 나타났다.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포함) 잔액은 586조2512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월 말 585조6805억원 대비 5707억원 늘어난 규모다. 같은 기간 신용대출도 102조2377억원으로 전월 말 101조6063억원에서 6314억원 급증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은 신청부터 실행까지 약 한 달의 시차가 있어, 이번 달 대출 잔액 증가에는 토허제 해제의 영향이 일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주식 등 투자 시장이 불안정한 탓에 신용대출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수요도 함께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앞서 지난 2월 송파구 잠실동과 강남구 삼성·청담·대치동 일대의 토허제가 반짝 해제되면서 매수 심리를 자극했다. 토허제 해제 이후 이들 지역의 주택거래량은 해제 이전 대비 50% 급증했고 일부 아파트 거래는 신고가를 기록했다. 지난달 첫째 주(3월3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강남 4구가 포함된 동남권이 0.58% 올라 2018년 9월 이후 6년6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을 보였다. 

금융당국은 4월을 가계대출 흐름의 중대한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통상 3월에는 분기 말 부실채권 매각과 상각 등의 영향으로 대출 증가세가 주춤하지만, 4월에는 이사철 수요와 정책 대출 집행 등이 맞물리며 반등하는 흐름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올해는 토허제 해제의 영향까지 더해져 예년보다 대출 증가폭이 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같은 부동산 대출 쏠림은 개인 소비 위축과 기업 성장 제약을 초래하며, 궁극적으로 경제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가계(주택담보대출·전세대출)와 기업(부동산·건설업 대출)의 부동산 신용 규모는 1932조5000억원에 달한다. 전체 민간신용의 49.7%를 차지한다. 부동산 자산의 높은 수익률을 좇아 가계는 ‘영끌’ 대출로 집을 사고, 기업도 부동산과 건설업에 뛰어들며 빚이 급증하는 구조다. 

은행권은 ‘핀셋규제’에 나서며 긴장의 끈을 더욱 조이고 있다. 수도권 대출요건은 강화하고 비수도권 규제만 푸는 식이다. 신한은행은 유주택자인 경우, 4개 토허제 지역(강남·서초·송파·용산)에서 기존 주택을 매도하는 조건부로만 대출을 내준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서울 지역 내 다주택자의 주택 구입 목적 주담대와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을 중단하며 규제를 강화했다. NH농협은행과 우리은행은 비수도권 지역 주담대 최대 만기를 기존 30년에서 40년으로 확대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가계대출 증가세가 다시 탄력을 받을 경우, 중장기 금융안정성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며 “4월은 향후 대출 정책의 강도와 방향을 가늠할 중요한 시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가계대출은 은행 자율 규제 영역이기 때문에, 각 은행이 상시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필요 시 자체적으로 강화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는 부동산 관련 대출의 규제를 더욱 촘촘히 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이규복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부동산 금융이 과도하게 팽창하지 않도록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며 “부동산 대출 위험가중치 상향, 신용공여 한도 규제, 가계 DSR과 임대업자 RTI(임대이자보상배율) 강화, 전세대출 보증비율 축소, 시스템 리스크 완충자본 도입 등 거시건전성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최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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