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은 퇴직연금 시장에 있어 특별한 해다. 제도 도입 20주년을 맞은 데다, 적립금 규모가 400조원을 넘어서는 등 그야말로 질적·양적 성장을 모두 이뤄냈다. 여기에 대표적인 연금투자 수단인 타깃데이트펀드(TDF) 중 하나인 'TDF2025'가 올해 처음으로 목표 시점을 맞이하면서 연금시장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5일 금융감독원 연금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퇴직연금 적립금은 426조4344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1년까지만 해도 50조원을 밑돌았던 적립금은 이후 빠르게 늘어나며 매년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특히 지난해 10월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가 도입되면서, 시장 성장세는 더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20년간 시장 성장을 이끌어온 핵심 요인 중 하나가 바로 TDF다. 투자자의 은퇴 시점에 맞춰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의 비중을 자동으로 조절해주는 TDF는 2017년 국내에 처음 도입된 이후, 대표적인 연금 장기투자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가까운 목표 시점을 가진 'TDF2025'가 올해 해당 시점을 맞이하면서, 상품에 가입한 투자자들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고민에 들어간 모습이다.
우선 TDF의 목표 시점은 펀드 만기를 의미하지 않는다. 해당 시점 이후에도 펀드는 계속 운용되며, 위험자산은 약 40% 수준을 유지한 채 안정적인 자산 배분을 이어간다. 당장 연금 자금 인출이 필요하지 않은 가입자라면, 기존 TDF2025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운용을 이어가는 것이 가능하다.
조금 더 공격적인 운용을 원할 경우, TDF2030이나 2035 같은 상위 빈티지 상품으로의 이동도 고려할 수 있다. 이들 상품은 TDF2025에 비해 위험자산 비중이 다소 높지만, 은퇴까지 5~10년 정도만 남은 시점이기 때문에 여전히 안정성을 겸비하고 있다. 연금계좌 내에서는 별도 비용 없이 상품 이동이 가능하므로, 투자 성향과 자금 운용 목적에 맞게 전략을 조정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좋은 TDF’를 고르는 기준이다. 전문가들은 첫째, 장기적으로 우수한 성과와 낮은 변동성을 보이는 상품을 선택해야 하며, 둘째, 단순 수익률보다 환율 등 다양한 리스크를 반영한 위험조정성과가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마지막으로 장기간 꾸준한 운용 성과와 많은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아 설정액이 큰 펀드일수록 신뢰도가 높다고 강조한다.
현재 국내 TDF 시장에서 가장 많은 선택을 받고 있는 운용사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다. 제로인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국내 TDF 전체 순자산 17조9000억원 중 미래에셋 TDF는 6조6000억원으로 시장 점유율 37%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미래에셋 TDF가 5년 수익률, 위험 대비 성과(Sharpe Ratio) 등에서 우수한 장기 성과를 보여준 결과로 해석된다. 특히 ‘미래에셋전략배분TDF’ 시리즈는 2025~2045 빈티지 전 구간에서 가장 높은 위험조정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한국증권학회가 발표한 연구에서도 이러한 성과가 입증됐다. ‘우리나라 TDF의 적정 위험조정수익률 및 TDF 투자자들의 결정요인 분석’이라는 논문은, 시장 흐름과 관계없이 위험조정성과를 안정적으로 관리한 미래에셋 TDF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단순히 시장이 좋아서 수익률이 높았던 것이 아니라, 다양한 투자 리스크를 고려한 전략이 성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연금마케팅부문 손수진 대표는 “한국은 공적연금의 소득대체율이 낮기 때문에 퇴직연금 등 사적연금의 중요성이 더 크다”며 “장기투자 성격의 연금 고객에게 미래에셋 전략배분TDF는 성장성과 안정성을 함께 추구할 수 있는 상품이 되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퇴직연금 제도 도입 20년을 맞은 올해, 연금 시장은 단순한 규모 확대를 넘어 투자자 맞춤 전략을 통해 한 단계 도약해야 할 시점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장기 투자 관점에서는 펀드의 안정적인 성과와 변동성 관리가 중요하며, 투자자는 자신의 은퇴 시점과 투자 성향에 맞춰 적절한 상품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면서 “TDF를 비롯한 연금 투자 상품이 보다 다양해지고 운용전략도 더욱 다변화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