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양광발전 확대에 따라 그간 제주 지역에서 주로 빈번했던 출력제어 문제가 내륙에서도 급증하고 있다. 정부의 계통 확보 과제가 여전히 해소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사업자-정부 간 갈등의 골만 깊어지고 있다.
18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전국태양광발전협회·대한태양광발전사업자협회 회원 등 태양광발전사업자들이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전력, 전력거래소를 상대로 제기한 ‘출력제어 처분 무효확인 소송’의 5차 변론이 지난 10일 광주지방법원에서 재개됐다.
지난 2023년 6월 제기된 소송은 당초 올 1월쯤 판결이 내려질 예정이었지만 여러 차례 연기된 끝에 이날 변론이 진행됐다. 태양광사업자들은 발전설비 출력제어 조치가 법적근거 없이 이뤄지는 불공정행위라며 이에 따른 법·제도 개선 및 보상을 촉구하고 있다.
전력당국은 필요할 때마다 발전소에 전력 공급을 조절해 달라는 출력제어를 요청할 수 있다. 실시간 수요량과 공급량이 일치해야 정전 등 사고 없이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날씨가 온화해 상대적으로 전력수요가 급감하는 봄·가을에는 이러한 출력제어 현상이 더욱 잦다.
문제는 그 사이 태양광발전 설비용량이 폭증했다는 것이다. 2014년 1.8GW(기가와트)에 불과했던 국내 태양광발전 설비용량은 지난해 27.1GW로 15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의 경우 봄이 시작하지도 않은 2월 중순부터 3월 말까지 45일간 총 19회 출력제어 지시가 내려졌다. 1분기에만 33GW의 출력제어가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태양광업계 관계자는 “출력제어 현상이 급격하게 늘어나 올해 내륙에서만 60회 이상 발생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며 “1MW 규모 태양광발전소의 하루 발전시간을 3.5시간, 전력가격을 1kWh당 200원으로 계산할 경우 1년에 출력제어 60회가 발생하면 손실액은 하루 약 70만원, 연 4200만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정부가 수년 전부터 약속한 계통 확보 문제가 여전히 해소되지 못한 가운데, 발전사업자만 끝없이 유입시켜 이 같은 출력제어 문제가 전국 단위로 확산할 위기에 놓였다는 주장이다. 또, 사업계약 과정에서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18년 산업통상자원부는 계통부족 문제로 발전소의 접속 지연이 발생하는 점을 해결하기 위해 전기사업법을 개정해 ‘선접속 후제어’ 시스템을 도입했다. 계통 확보 시까지 ‘우선 원격 출력제어’를 조건으로 신규 발전설비를 계통과 연계해주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렇게 계통에 접속한 설비들이 최근 출력제어에서 후순위로 밀리는 등 현상이 확인되면서, 형평성 논란을 넘어 법적근거가 없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대한태양광발전사업자협회 관계자는 “기존 사업자들의 경우 출력제어를 안내받지 못하고 사업에 진입했지만, 법 개정 이후 출력제어를 예상하고 들어온 신규 사업자들과 같은 상황에 놓여 있고 이는 출력제어에 대한 법적근거가 없기 때문”이라며 “지난 변론일에도 ‘객관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출력제어의 판단 근거 자료를 제출해 달라’고 얘기했으나 전력당국은 고유의 자체 기술력이라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재판부 측에서도 기술자료가 아닌 출력제어를 결정하는 사람이 판단하는 가이드라인 자료를 달라고 반복적으로 얘기했지만 전력당국이 이를 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발전설비 급증…“집단 폐업 넘어 재생e 악영향, 대책 마련해야”
전력당국은 전기사업법 제27조의2 등에서 출력제어의 법적근거가 있다는 입장이다. 관련 법 1항은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은 전력계통의 신뢰도 유지를 위한 기준을 정하여 고시하여야 한다’를, 2항은 ‘전력거래소 및 전기사업자는 제1항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 전력계통의 신뢰도를 유지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전력당국은 계통 확보를 위해 송전선로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으나 주민 반대 등을 이유로 지체돼 온 점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사업자들은 해당 조항이 사업자의 영업을 정지시키는 권한까지 부여한 것은 아니며, 전력계통 운영자가 선로 확충 등 자기 책임을 다하지 않은 채 발전사업자에게 희생을 전가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나아가 최근 태양광발전 설비용량이 급증함에 따라 관련 문제가 국가 차원으로 비화할 수 있으므로 정부 차원에서 현 시점 적극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대태협 관계자는 “전남에서만 인허가를 받고 준공 못한 태양광발전 설비용량이 18GW가 대기하고 있어 향후 출력제어에 따른 문제가 어디까지 확산될지 알 수 없다”며 “지자체 간에도 경쟁이 붙어 공공의 돈으로 주민참여형 사업 등 형태로 태양광발전설비를 대폭 늘리고 있는데, 이보다 먼저 출력제어 문제를 해소하지 않으면 집단 폐업 사태 및 국가 재생에너지 사업 자체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이어 “정부가 이를 조절해줘야 하는데 산업부, 한전, 전력거래소 모두 따로 움직이는 느낌이고 10년 치 장기 전망이나 가이드라인이 전무하다”며 “통합협의체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산업부 관계자는 “전력계통 정책의 담당 부처로서 급변하는 전력환경에 대응해 계통 안정화 대책을 한전, 전력거래소 등 유관기관과 협력해 수립해 왔다”면서 “향후에도 출력제어 최소화 등 전력계통 정책 마련에 지속적으로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