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오세훈 서울시장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 유력 대선 후보들이 앞다퉈 오 시장과 회동하거나 접촉을 시도하며, 중도 표심 구애에 나서고 있어서다.
17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오 시장은 15~16일 국민의힘 대선 경선 주자들과 연달아 회동했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을 시작으로,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나경원 의원, 안철수 의원, 유정복 인천시장과 식사나 티타임을 가졌다.
이들은 일제히 오 시장의 서울시정 성과와 그가 대선용으로 내걸었던 공약들을 칭찬했다. 김 전 장관은 16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약 1시간 동안 오 시장과 만나 “오 시장께서 훌륭한 정책으로 서울시민의 행복을 높이고 전 국민에게 좋은 제도를 시행해 보여주신 것에 대해 경의를 표한다”며 “대선에서 이런 부분을 충분히 반영하고 당선되면 잘 시행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나 의원도 같은날 오 시장과 회동한 뒤 “제가 정치에 입문하게 된 동기가 바로 약자와의 동행 문제”라며 “제가 평소에 생각하고 고민했던 내용을 이미 시행한 것이라 적극 수용해서 발전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오 시장과의 중도 확장성의 공통점을 어필했다. 안 의원은 “오 시장이 처음 한 말이 저와 ‘정치적 스탠스가 가장 비슷하다’였다”며 “중도 확장성에 있어 오 시장과 저는 겹치는 부분이 꽤 많다. 이런 부분을 제가 다 포괄해 안고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약자동행지수는 제가 공약했던 안심복지와 유사하다. 충분히 녹여서 취지에 맞게 실행에 옮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15일 오 시장과 비공개 만찬을 가졌다. 홍 전 시장 캠프 비서실장인 김대식 의원은 언론 브리핑에서 “홍 시장은 ‘약자와의 동행 공약을 그대로 받아서 실천할 수 있도록 우리가 하겠다’고 말했고, (오 시장은) 공약집과 USB를 건네면서 꼭 성공해달라고 부탁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국민의힘 예비후보들이 오 시장을 찾는 배경에는 오 시장의 지지층과 그가 가진 ‘합리적 중도 보수’ 이미지를 흡수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오 시장은 수도권과 중도층에 소구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 시장을 찾은 예비후보 중 안 후보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강성 보수 이미지가 강해, 표심 잡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이에 오 시장 지지층을 얼마나 끌어오느냐가 경쟁의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앞서 오 시장은 지난 12일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며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대선주자들을 향해 “‘다시 성장’과 더불어 ‘약자와의 동행’을 대선의 핵심 어젠다로 내걸어주기 바란다”며 “저의 비전과 함께해주는 후보는 마음을 다해 도와 정권 재창출에 매진하겠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