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갈등은 사회변화의 동력으로 기능한다. 서로의 입장 차이를 알고 이해관계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치열하게 논의한다. 이를 통해 합의점과 더 나은 대안을 찾아낼 수 있다.
게임계는 그간 조용했다. 이용자의 트럭 시위와 헌법 소원, 민관의 물밑 접촉, 정부 간담회 등이 있었지만, 이는 대화가 아닌 일방적인 발언에 불과했다.
그런 관점에서 17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게임특별위원회 ‘게임, 더불어썰풀자’ 소통 간담회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정책, 이용자, 산업 종사자, 교육자 등이 한 데 모여 편하게 의견을 나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간담회가 끝난 후 참석자들에게 소감을 물어보니 “일단은 이런 자리가 마련된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는 반응이 많았다.
그들의 말처럼 소통 간담회에서는 새로운 사실과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최근 청소년들은 마우스와 키보드 사용이 어려워, 게임을 할 때면 패드를 찾거나 터치로 할 수 있는지 묻는다고 한다. 현직 게임사 종사자가 직접 의견을 말한 것도 인상적이었다.
과거에 비해 ‘K게임’ 위상이 높아졌다는 말들이 많다. ‘게임스컴 어워드’, 글로벌 비디오 게임 어워드 ‘NAVGTR(The National Academy of Video Game Trade Reviewers)’, ‘BAFTA 게임 어워즈’ 등 글로벌 게임쇼 수상 소식이 최근 2~3년 내 연이어 들려온 영향이다. 글로벌 게임쇼 출품도 부쩍 잦아졌다. 이와 동시에 인디게임의 약진과 게임 장르의 다양화도 눈에 띈다.
게임 산업 발전을 지원하고 이용자 권익을 향상시킨다는 얘기도 자주 들을 수 있다. 이 덕에 성장할 일만 남은 것 같지만, 실상은 녹록치 않다. 기업 규제는 강화됐고, 경쟁은 심화됐다. 중국 등 신흥 강자들이 두각을 드러내고 있고, 영화, 축제 같은 다른 산업군과도 겨뤄야 한다. 게임이용장애 등재 여부를 둘러싼 논의도 미진하다. 정부는 콘솔게임 개발을 장려를 중점 목표로 내걸었는데, 미국의 관세 정책이 게임기기 가격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크다.
“21세기는 문화의 시대이며, 문화산업은 21세기 핵심 산업이 될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문화강국’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며 자신의 소셜 네트워크에 올린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말이다.
대통령 선거를 앞뒀다. 치열하게 정책 이야기를 나누고, 나아갈 미래를 그려볼 때다. ‘게임’이 어느 한쪽의 의제에서 그치지 않았으면 한다. 여야 모두 진지하게 고민하고, 치열하게 공방을 벌이는 안건이 되길 바란다. 여야의 정책 대결을 기대한다. 이 덕에 보다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의 이야기가 수면 위로 드러나 활발히 논의됐으면 한다. 시끄러운 게임계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