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대 대선후보 유세동선을 보면 선거 전략을 엿볼 수 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스스로를 김영삼, 노무현 전 대통령 정신을 계승할 적임자라고 소개하며 본 선거운동이 시작되자마자 영남권을 집중 공략했다. 이 후보는 전날(13일) 대구에 이어 오늘(14일)은 부산에서 유세했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엔 동래향교와 성균관유도회를, 오후엔 지역 3대 사찰인 범어사에 들러 종교계 지도자를 예방했다. 같은 시각 기업과 지역 유세에 집중한 다른 정당 후보와 차별화했다. 종교와 사상을 넘어 국민통합에 앞장서겠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개혁신당 관계자는 “종교지도자 예방은 니치마켓(틈새시장) 전략”이라며 “대구·부산 등 동진 정책을 실시해 보수 마음을 잡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이날 범어사 정여스님에게서 ‘무구무애’(無垢無碍·허물이 없으면 장애물이 없다) 친필족자를 받았다. 그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대도무문(大道無門·큰 길엔 아무런 막힘이 없다)과 무구무애(無垢無碍·인생을 살면서 허물이 없어 걸릴 것이 없다)를 부산이 준 가르침으로 알고 정치를 하면서 깊이 새길 것”이라고 다짐했다.

지역 거점 대학교를 찾아가 점심을 먹고 청년과 소통하는 ‘학식먹자’는 부산대학교 장전동 캠퍼스에서 진행됐다. 이 후보는 이날 식권을 직접 구매하고 자장밥과 육개장을 먹었다. 함께 식사한 학생들의 취업 등 진로고민을 경청하고 청년 정책과 비전을 공유했다. 오후엔 자갈치 시장과 충무동 해안시장에 들러 민생을 확인하고 지지를 호소했다. 이 후보는 시장에서 반 건조 오징어를 구매했다. 공짜로 간식거리도 얻고 식당을 지나가다 소주와 쌈 안주도 얻어먹었다.
이 후보는 서면 쥬디스 태화에서 집중 유세를 했다. 그는 이재명 후보의 HMM(구 현대상선) 공약을 ‘괴짜 경제학’이라며 비꼬았다. 그는 규제를 완화하면 투자가 몰리는 경제 원리를 들며, 부산을 금융특구도시로 만들기 위해선 세제 등 인센티브를 적용해 증권사 본점을 유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에 특화한 공약도 강조했다. 야구가 인기 스포츠임을 고려해 미국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홈구장에 버금가는 야구장, 전 세계로 데이터를 송출하는 메가 데이터 센터 유치 등 문화와 IT, 여기에 인공지능(AI) 등 최첨단 기술이 자리 잡을 있도록 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소개했다.
불의에 굴하지 않고 어렵고 올바른 정치의 길을 걸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신을 승계할 적임자라고도 소개했다. 나아가 미래세대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않고, 미국의 통상압박도 지혜롭고 당당하게 대처하는 지도자임을 자부했다.

이 후보는 양일간 영남민심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이날 취재진과 만나 “영남이 변할 땐 크게 변한다. 관성이 아닌 미래를 바라보는 투표를 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어 “대구에서도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자발적으로 모이고 변화를 외치는 걸 보고 힘을 받았다”며 “부산에서도 변화를 바라는 마음이 강하게 표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 후보는 이날 자정까지 서면 시내를 돌며 유권자들과 만난다. 내일(15일)은 스승의 날을 콘셉트로 한 서울 유세를, 모레(16일)는 충청권 유세를 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