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되거라 바르거라 가르쳐 주신, 스승은 마음의 어버이시다…” 44회 스승의 날인 15일 다른 학교에서는 볼 수 없는 특별한 스승의 날 행사가 서울 마포구에 있는 일성여자중고등학교(교장 이선재)에서 열렸다. 여러 가지 이유로 제때에 학업을 마치지 못한 40대에서 80대까지의 만학도들이 중·고등학교 과정을 공부하는 2년제 학력인정 평생학교인 일성여중고에서는 매년 스승의 날이 되면 사은의 예와 졸업생 특강 등의 행사를 진행하면서 어느 학교보다 의미 있게 보내고 있다. 학교는 스승의 날을 기념하는 학생들로 북적였다. 교실 칠판에는 ‘선생님의 제자여서 행복합니다’, ‘선생님 허벌나게 감사합니다’ 등 다양한 감사 문구에 쓰여 있었다. 스승의 날 행사가 진행되면서 각 반마다 ‘스승의 날’ 노래가 돌림노래처럼 들려오고 선생님께 카네이션을 달아드리고 꽃바구니를 전달한 후 감사의 편지도 읽었다. 여기저기서 눈물을 훔치는 모습도 보인다. 학생들의 얼굴에는 세월의 훈장이 가득하지만 마음만은 모두 소녀였다. 선생님과 함께 단체사진을 찍으며 방금 전 글썽이던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일성여고 2학년 2반 권금옥 급장(64)은 “전남 완도에서도 멀리 떨어진 섬에 살아서 학교를 다닐 수가 없었다. 특히 여자들은 위험하다며 거의 학교를 안보냈다”면서 “중학교 과정을 거쳐 4년째 이 학교에 다니고 있다. 배움의 한을 풀어 준 선생님들께 감사드리고 열심히 공부해서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고 싶고 그것 선생님의 은혜에 보답하는 길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감사의 글을 전한 권금옥 급장이 이숙영 담임 선생님과 포옹하고 있다. 이 날은 졸업생들이 모교를 찾아 스승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후배들에게는 꿈과 용기를 북돋우는 특강도 진행했다. 급격한 인구감소로 인한 학생 수 감소, 교권 침해와 학교폭력 등으로 스승의 날 의미가 점점 퇴색해 가는 세태에서 주름진 손으로 젊은 선생님의 가슴에 정성껏 카네이션을 달아주는 모습이 모처럼 맑은 거울을 보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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