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전 판결·룸살롱 판사…사법부가 자초한 개혁의 명분

속도전 판결·룸살롱 판사…사법부가 자초한 개혁의 명분

이례적 절차와 미온 대응…사법개혁 불 지핀 건 사법부 자신 평가도

기사승인 2025-05-16 06:00:07
조희대 대법원장이 5월1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 입장해 자리에 앉아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사법부를 향한 불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공직선거법 파기환송심이 이례적으로 속행된 데 이어, 서울중앙지법 지귀연 부장판사의 유흥주점 접대 의혹까지 제기되면서다.

사법개혁의 명분은 커지고, 사법 신뢰는 오히려 흔들리는 ‘역설’이 반복되는 형국이다.

1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서울중앙지법 지귀연 부장판사가 2023년 8월 서울 강남의 고급 유흥주점에서 수차례 접대를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 판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재판장이라는 점에서, 민주당을 중심으로 사법의 공정성을 문제 삼으며 강도 높은 공세를 펼쳤다. 민주당 노종면 대변인은 “민주당이 확보한 사진에 지 판사의 얼굴이 선명히 찍혀 있고, 장소도 룸살롱임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김기표 의원은 룸살롱 내부 사진도 공개하며 “상당한 접대비가 오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이후 “제보자가 지 판사 일행이었는지는 확인 중”이라고 정정했지만, ‘윤 전 대통령 사건 재판장이 룸살롱에 다녔다’는 프레임은 이미 확산된 상태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법은 15일 언론 공지를 통해 “해당 의혹은 구체적인 자료 없이 진위가 확인되지 않았으며, 입장을 밝힐 만한 내용도 아니다”는 입장을 냈다. 하지만 사법부의 ‘침묵에 가까운 대응’이 오히려 의혹을 키운다는 비판도 함께 나오고 있다.

지 판사 의혹에 앞서, 대법원이 이재명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이례적으로 신속히 회부하고 선고한 것도 사법부의 불신을 키운 또 다른 배경으로 평가된다.

지난 5월1일 대법원은 이재명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일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이 과정에서 전원합의체가 이례적으로 수일 간격으로 연속 소집됐고, 선고까지 신속히 단행돼 ‘속도전’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대선을 불과 한 달 앞두고 선고가 이뤄진 만큼, 정치적 고려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정치권에서 터져 나왔다. 사법 중립성과 무관성을 스스로 흔든 셈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불투명한 재판 일정 조율, 윤리 문제에 대한 소극적 대응, 외부 영향에 취약한 기류가 반복되며 사법부는 21대 대선 국면에서 ‘개혁 대상’으로 떠올랐다. 이는 곧 정치권의 사법개혁 입법의 명분을 키우는 계기가 됐고, 이와 관련한 각종 입법 발의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 더불어민주당은 지귀연 판사 접대 의혹이 불거진 14일, 조희대 대법원장을 겨냥한 ‘사법남용 특검법’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했다. 이 법안은 이재명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파기환송한 대법원 판단을 두고 조 대법원장이 사법권을 남용해 대선에 개입했는지를 특검이 수사하자는 내용이다.

또 민주당은 대법관 수를 14명에서 100명까지 늘리는 법원조직법 개정안, 대법원 판결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한 헌법재판소법 개정안도 발의하며 사법개혁 드라이브에 속도를 내고 있다.

법원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법조인은 “이재명 후보 사건을 둘러싼 대법원의 대응은 이례적인 속도와 절차 운용으로 사법 중립성 논란을 자초했다”며 “고등법원에서 기록이 하루 만에 올라온 데 이어 전원합의체가 이틀 간격으로 연속 소집됐고, 선고까지 신속히 이뤄졌는데, 이는 통상적인 형사 사건에서는 보기 어려운 이례적 절차였다. 정치적 시점과 맞물리며 사법부 스스로 개입 오해를 키운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귀연 부장판사의 유흥주점 접대 의혹과 관련해선 “서울중앙지법이 진위를 확인할 수 없다며 소극적으로 대응한 것은 오히려 불신을 키운 셈”이라며 “최소한 자체 감찰 착수나 진상 파악 의지를 밝히는 정도의 태도는 필요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윤리감찰실이 물밑에서 움직이고 있을 수는 있겠지만, 공식 언급 없이 ‘모르쇠’로 일관할 경우 은폐 프레임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며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일수록 절차적 정당성과 투명성을 앞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황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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