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기능을 분리하는 조직개편 구상을 공식화하면서, 금융권 전반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후보는 금융위원회의 감독·정책 업무 분리 등을 골자로 한 정부조직 개편 방침을 지난 28일 밝혔다. 그는 “해외(금융)는 기재부, 국내(금융)는 금융위가 하고 있다”며 “금융위가 (금융)감독도 하고 (금융)정책도 하고 뒤섞여 있어 정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위와 금감원이 이원화된 현 체제는 2008년 만들어졌다. MB정권은 금융정책과 감독의 효율성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금융감독위원회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으로 분리했다. 금융위 출범과 함께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의 금융정책국과 금융정보분석원 기능도 이관됐다. 이후 17년간 큰 틀에서 구조 변화는 없었지만, 학계와 시민단체 일각에선 ‘감독 독립성 훼손’ 우려가 제기됐다.
이 후보의 구상은 민주당이 그간 제안해온 금융당국 개편안과도 맞닿아 있다. 민주당은 금융위가 감독 기능에 집중할 수 있도록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로 되돌리고, 금융소비자 보호를 전담하는 별도의 정부 기구를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금융위가 금융산업정책과 금융감독정책을 동시에 수행하면서 ‘관치금융’ 논란이 커지고, 금감원은 금융기관의 건전성 위주 감독에 치우쳐 금융소비자 보호가 소홀해졌다는 비판이 논의의 출발점이다.
개편의 핵심은 기획재정부로 금융정책 기능을 이관하고, 관리·감독은 금감위가 전담하는 것이다. 기존의 금융감독원은 금감위를 보좌하는 민간공적 집행기구로 전환하고, 내부 조직인 금융소비자보호처는 ‘금융소비자보호원’으로 분리해 독립시키는 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금융소비자보호 기구의 독립성도 대폭 강화한다. 이 후보는 공약집에서 금융소비자보호기구에 검사권을 부여하고 감독 범위를 확대해 감독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민간 전문가 중심의 ‘금융소비자보호 평가위원회’를 신설해 금융당국에 대한 평가 체계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소액분쟁 조정에 대해서는 금융회사가 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을 의무적으로 따르도록 하는 ‘편면적 구속력’ 제도 도입도 검토할 방침이다.
다만 금융권 내부에선 조직 개편에 대한 신중론이 팽배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한 만큼, 안정성을 고려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 역시 “무리한 구조 개편은 혼선을 키울 수 있다”며 “구조 개편보다는 기존 체계의 투명성을 높이는 게 먼저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도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7일 기자간담회에서 “개인 의견이지만 조직 구조보다는 기관 운영을 어떻게 할지 관점에서 보면 서로 조금씩 조율하는 미세 조정이 더 바람직하다”고 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그는 “금융감독체계 개편에는 다양한 방식이 있고 각 방식엔 장단점이 있다”며 “‘운용의 묘’를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