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도 지도도 갖춘 강남…자율주행 실증 ‘1번지’ 된 이유

도로도 지도도 갖춘 강남…자율주행 실증 ‘1번지’ 된 이유

국내 첫 ‘심야 호출형’ 자율주행택시’ 운영 시작
서울시 “운행 지역 확대는 수요 중심으로 검토”

기사승인 2025-06-18 06:00:05
심야 자율주행택시. 서울시 제공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자율주행택시를 타는 일이 더 이상 미래의 풍경만은 아니다. 서울시가 강남 일대에서 운영 중인 ‘심야 자율주행택시’의 운행 구간을 전역으로 확대한다. 8개월간 4200건이 넘는 시범운행 동안 무사고를 기록하며, 자율주행 기술이 실제 교통 환경에 안착할 수 있는 가능성도 시험대에 올랐다.

서울시는 지난 16일부터 압구정·신사·논현·청담 등으로 심야 자율주행택시 운행 범위를 확대한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역삼·대치·도곡·삼성동 등 일부 구역에 한정돼 있었다. 이 택시는 평일 오후 11시부터 다음 날 오전 5시까지 운영된다. 앱으로 부르면 일반 택시처럼 탈 수 있다. 현재는 총 3대가 다니고 있고 요금은 무료다.

강남이 자율주행 실증 무대로 가장 먼저 선택된 이유는 단순히 ‘고소득 지역’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도로 폭이 넓고, 차선이나 신호 체계가 명확한 데다 주요 간선도로가 밀집해 있어 자율주행차가 안정적으로 주행할 수 있는 물리적 조건을 갖췄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이런 이점을 바탕으로 강남 일대를 자율주행 시범운행지구로 지정하고, 교통 체계와 관련 인프라를 꾸준히 정비해 왔다.

자율주행차의 눈과 귀가 되는 ‘고정밀 지도(HD맵)’도 이 일대에 이미 구축돼 있다. 특히 2021년에는 네이버의 연구·기술(R&D) 전문 자회사인 네이버랩스가 서울시와 협력해 강남 61km 구간에 HD맵을 제작했다. 이 HD맵에는 교차로, 신호등, 교통 표지판, 주변 구조물 등 자율주행에 필요한 도로 정보가 차선 단위로 담겼다. 자율주행 기술이 아직 완전히 상용화되지 않은 만큼, 복잡하지만 예측 가능한 교통 흐름이 확보된 지역이 실증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다만 모든 걸 기계가 하는 건 아니다. 자율주행택시는 4차로 이상 도로에서는 스스로 운전하지만, 골목길이나 어린이 보호구역처럼 복잡한 곳에서는 탑승 중인 시험운전자가 수동 운전으로 바꾼다. 무사고 운행이 가능했던 데에는 사람의 개입도 있었던 셈이다.

서울시는 이와 별개로 ‘자율주행버스’도 서서히 영역을 넓히고 있다. 도봉산에서 영등포역까지 50km를 오가는 ‘새벽동행 자율주행버스’는 출근 시간대인 오전 3시30분쯤 운행을 시작해 청소노동자, 경비원 같은 이른 출근 시민들의 발이 되고 있다. 6개월간 약 1만명이 이용할 정도로 인기도 높다.

서울시의 계획은 좀 더 구체적이다. 하반기에는 세 개 노선이 추가된다. 상계고속터미널, 가산서울역, 은평~양재역 구간이다. ‘지역동행 자율주행버스’ 운행도 준비 중이다. 동작구, 동대문구, 서대문구 등 교통 소외 지역을 순차적으로 연결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자율주행 서비스 확대를 위한 기반 인프라를 대부분 갖춘 상태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서울 시내 6차로 이상 모든 도로에 대해 HD맵이 구축돼 있다”며 “자율주행차 시범운행지구로 지정된 지역들 역시 지도 구축을 완료한 상태”라고 밝혔다.

향후 운행 지역 확대는 수요 중심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관계자는 “가장 우선되는 건 수요”라며 “시범운행지구로 지정되면 (HD맵이 구축돼 있지 않은) 추가 구간도 빠르게 보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율주행택시 확대와 관련해서는 “현재로서 강남 이외 지역에 대한 추가 검토는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자율주행 서비스를 교통약자 이동권 개선과 접해 장기적인 운영 방향을 설정하고 있다. 관계자는 “시정 철학이 교통 약자와의 동행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새벽동행 버스나 자치구 단위의 지역동행 자율주행버스처럼 대중교통과 접목해 사회적 약자들이 실질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에 역량을 투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
이예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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