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마일리지 통합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소비자들이 일상에서 쌓아온 ‘자투리 마일리지’가 묶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2일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 통합안에 대해 “마일리지 통합 비율과 관련한 구체적인 설명 등에 있어 공정위가 심사를 개시하기에는 미흡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공정위에서 지목한 ‘미흡한 부분’은 △제휴 마일리지와 탑승 마일리지의 전환 비율 산정 방식 △자투리 마일리지 활용처로 알려졌다.
탑승 마일리지는 양사 적립 구조가 비슷해 1:1 전환이 유력한 상황이다. 그러나 문제는 신용카드 등으로 적립된 제휴 마일리지다. 대한항공은 신용카드 결제 1500원 당 1마일, 아시아나항공은 1000원당 1마일을 적립해왔다. 시장에서 평가되는 1마일의 가치가 대한항공이 15원, 아시아나는 11~12원 수준으로 차이가 있던 것이다.
이처럼 적립 기준과 가치가 다른 제휴 마일리지를 통합 시 1:1 비율을 적용하면 대한항공 고객은 역차별, 반면 차등 비율 적용 시 아시아나 고객의 마일리지 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적립 구조와 가치 차이로 일부 고객층의 불만이 생길 수 있더라도, 소비자에게 공동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아시아나 고객들은 양사 통합 계획을 사전에 알지 못했고, 이에 따른 리스크를 감당할 이유도 없다”며 “감액이나 조정이 필요하다면 기업과 경영진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이지 아무런 책임이 없는 소비자에게 공동 책임을 감당하자고 하는 것이 이상한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제휴 마일리지는 소비자가 직접 지불한 대가에 따른 정당한 리워드”라며, “통합을 이유로 이를 감액하거나 조정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마일리지를 소진할 활용처 확대도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현재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사용처가 아시아나항공보다 적어 소비자들의 불만이 큰 상황”이라며 “더 적극적으로 선제적인 마일리지 소진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보다 마일리지 몰에서 소진할 수 있는 상품 종류가 적어 소액 마일리지를 이용할 수 있는 경우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소비자들의 걱정도 크다. 아시아나항공 자투리 마일리지를 이용해온 소비자 김민정(48)씨는 “기존 아시아나항공은 마일리지로 항공권뿐만 아니라 이마트, CGV, 테마파크, 쇼핑몰 등 다양한 제휴처에서 소액 마일리지를 현금처럼 쓸 수 있었다”며 “해외여행을 자주 다니지 않는 소비자에겐 이런 제휴처가 마일리지를 소진할 수 있는 수단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통합 이후 이런 소액 마일리지 활용처가 사라진다면, 쌓아온 마일리지의 실질 가치가 하락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항공사들이 비용 절감과 본업 집중 전략으로 마일리지 혜택을 축소해 왔지만, 이제는 운영 효율성보다 소비자 권익 보호를 우선하는 방향으로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 소비자들의 목소리다.
지난 1분기 말 기준 잔여 마일리지 규모(마일리지 이연수익)는 대한항공이 2조6205억원, 아시아나항공이 9519억원으로 총 3조5724억원에 달한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말보다 1.8% 증가했지만, 아시아나항공은 0.9% 감소했다. 양사가 통합되면 기존 아시아나항공의 자투리(소액) 마일리지 활용처는 대부분 사라지고, 대한항공의 시스템만 남게 될 가능성이 크다.
대한항공 측은 마일리지와 관련해 “구체적인 내용과 일정 등은 공정위에서 검토 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