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1994년 김일성 사망 이후 고난의 행군 시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는 처참한 상황에 처했다. 죽음의 공포에 휩싸인 주민들은 국가 주도의 계획 경제에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목숨을 이어갈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했다. 그렇게 북한에 자생적인 시장 경제가 싹트기 시작했다. 장마당과 상점, 고급 식당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돈을 굴리는 돈주(錢主)는 부를 축적하고, 새로운 형태의 뇌물 구조가 뿌리내렸다. 국제사회의 엄격한 경제제재를 받는 북한 경제를 움직이는 것은 사회주의 사상도 계획 경제도 아니고, 자생적인 시장경제다. 그러나 대다수 북한 주민은 여전히 살벌한 독재 체제의 굴레와 속박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힘겨운 생활을 하고 있다. 필자는 북한의 심장으로 불리는 평양의 경제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10년간 조사를 해왔다. 탈북자 100여명을 상대로 장기간 심층면접을 하고, 각종 자료 수집을 통해 평양의 시장경제 작동 시스템을 분석했다. 폐쇄적인 북한 내부를 자세히 연구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북한의 통계자료와 탈북자들의 증언 역시 어느 정도 신뢰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조사한 북한 사회와 경제의 현실을 공유함으로써 북한 주민들이 처한 현실과 고통을 함께 느끼고 새롭게 다가올 한반도의 미래를 고민해 보자는 취지에서 연재한다. |

1. 평양의 정신적 지주이자 북한 지도자 집단의 상징적 터전
북한의 수도 평양, 그 동북쪽에 자리한 대성구역은 단순한 행정구역을 넘어 평양의 정신적 지주이자 북한 지도자 집단의 상징적 터전으로 꼽힌다. 이곳은 고구려가 천년의 도읍을 삼았던 유서 깊은 땅으로, 대성산성과 안학궁 등 찬란한 유적이 오늘날까지 그 위상을 전한다. 대성구역은 역사적으로도, 현재로서도 북한 체제의 정통성과 권위가 중첩된 공간이다.
김일성종합대학, 조선중앙방송위원회, 금수산태양궁전 등 북한의 핵심 교육·언론·권력기관이 이곳에 집중되어 있다. 김일성종합대학은 영재교육의 핵심이자 북한 엘리트 양성의 산실로, 이곳에서 배출된 수많은 지도자들이 북한 사회의 중추를 이룬다. 대성구역은 평양 시민들에게 체제의 정당성과 결속을 각인시키는 정신적 중심지이자, 지도자들이 거주하고 활동하는 권력의 심장부다.
이처럼 대성구역은 과거와 현재, 전통과 현실이 교차하는 공간으로서, 북한 사회를 이끄는 지도자들의 이상과 권력이 구체적으로 구현되는 평양의 정신적 지주라 할 수 있다.
2. 대성구역의 주요시설과 랜드마크
대성구역은 평양직할시 동북쪽에 위치하며, 2008년 기준 인구는 약 11만5000명, 면적은 45.15㎢이다. 행정구역은 15개 동(대성동, 안학동, 갑문동, 림흥동, 고산동, 룡남동, 청암동, 미산1·2동, 미암동, 룡북동, 룡흥1~3동, 청호동)으로 구성된다. 대성구역은 평양시 서구역에서 1958년 분리되어 신설됐다. 산과 평지가 조화를 이룬 도시·농촌·산림·수역이 복합된 지역이다.
이 지역의 명칭은 고구려의 수도 방어를 위해 쌓은 대성산성에서 유래했다. 대성산(270m)은 평양 동북 10km 지점에 있다. 소문봉, 장수봉, 국사봉 등 여섯 개 봉우리가 이어져 천연 요새를 이룬다. 대성산은 과거 평양팔경의 하나로 꼽힐 만큼 경치가 아름다우며, 김일성의 지시로 1960년대에 대성산유원지가 조성되어 시민들의 대표 휴식처가 되었다.
▶평양외국어대학교 : 평양외국어대학교는 북한 최고의 외국어 전문가와 외교 인재를 양성하는 대표적인 대학으로, 다양한 언어 교육과 외교 분야 진출이 특징이다. 평양직할시 대성구역 룡흥 3동에 위치한 5년제 외국어 전문대학이다. 약 2000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며, 21개 언어(영어, 러시아어, 중국어, 일본어, 스페인어 등)를 교육한다. 졸업생들은 외교, 통상, 대외관계 분야에서 활동한다. 조선로동당 국제부, 외무성, 대외문화연락위원회 등 국가기관에 배치된다. 입학은 혁명유자녀, 영예군인 자녀 등 출신 성분이 우수한 학생에게 우선권이 주어지며, 외국어학원(고등중학교 과정) 출신이 많다. 2012년부터 일반 및 기초과목도 100% 외국어로 강의하고 있다.
▶김일성종합대학교 : 김일성종합대학교는 북한 평양시 대성구역에 있는 1946년에 설립된 대표적인 국립대학이다. 7개 단과대학(법률, 문학, 재정, 컴퓨터, 과학, 의학, 농업 등)과 14~15개 학부, 50~60여 개 학과로 구성되어 있고, 자연과학 및 사회과학 분야의 전문가와 간부를 양성한다. 재학생 약 1만2000명, 교원 및 연구사 2000여 명, 졸업생은 8만여 명(2012년 기준)에 달한다. 북한 최고의 엘리트 양성 집단으로 최근에는 세계적 교육 추세를 반영해 학제와 교육과정을 개편하는 움직임도 있다.
▶금수산태양궁전 : 금수산태양궁전은 북한 평양에 위치한 기념 궁전으로,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시신이 안치된 곳이다. 이 건물은 김일성이 생전에 사용하던 금수산의사당을 개조해 1995년부터 김일성 시신을 영구 보존하기 위해 사용되었고, 2012년 김정일의 시신이 안치되면서 현재의 이름으로 개칭됐다. 부지 면적은 약 22만㎡로, 앞에는 20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콘크리트 광장이 있다. 김일성과 김정일의 생일 등 주요 기념일마다 각종 정치적 행사와 참배가 이루어진다. 북한에서는 금수산태양궁전을 성지로 지정해, 김씨 일가의 권력 계승과 우상화를 상징적으로 강조하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백화원영빈관 : 백화원 영빈관은 북한 평양시 대성구역 임흥동에 위치한 국빈(귀빈) 전용 호텔로, 1983년에 건립됐다. 대동강변과 울창한 숲을 등지고 있으며, 화단에는 100여 종류의 꽃이 심겨 있어 ‘백화원’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건물은 2~3개 동(본관 2개, 종업원 숙소 1개)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내부는 대리석과 고급 가구, 대형 벽화와 카펫 등으로 꾸며져 있다. 건물 앞에는 분수대가 있는 인공호수가 있다. 이곳은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등 역대 한국 대통령을 비롯해 장쩌민(중국), 고이즈미 준이치로(일본), 빌 클린턴(미국) 등 외국 정상이 방북 시 숙소로 사용했다. 백화원 영빈관은 평양국제공항에서 차로 약 20분 거리이며, 평양 중심에서도 약 8~10분 거리다.
▶국가안전보위부 : 국가안전보위부(현 국가보위성) 청사가 대성구역 내에 있다. 이 기관은 남한의 국가정보원에 해당한다. 반체제 행위자 수사, 대간첩 활동, 정치범 관리 등 북한 내 최고 수준의 보안 및 정보 업무를 담당한다. 해당 청사는 대성구역 아미산 일대 산속에 지하화된 형태로 자리 잡고 있다고 전해진다.
▶인민보안성 : 인민보안성(현 사회안전성) 청사도 대성구역에 있다. 이는 남한의 경찰청에 해당한다. 주민 감시, 치안 유지, 교통 관리 등 일반적인 경찰 업무를 수행한다. 실제로 대성구역 내 주요 도로에서 교통 보안원이 근무하는 모습도 확인된다. 대성구역의 각 동에는 인민반장과 보안원이 주민 개개인의 동향을 촘촘하게 감시·관리하는 체계가 운영되고 있다. 따라서 대성구역에는 북한의 핵심 보안기관(국가보위성, 인민보안성)이 모두 소재하며, 주민 감시와 치안 유지 등 보안 기능이 매우 강하게 작동하는 지역임이 확인된다.
▶상업시설 : 평양랭면(냉면), 평양온반 등 전통 민족 요리를 중심으로 다양한 메뉴를 제공하며, 손님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쇼핑센터 내에는 상점, 식당, 전시장, 약국, 꽃방, 사진관, 어린이놀이장, 정보기술교류소 등 다양한 편의시설이 함께 배치되어 있어 주민들이 즐겨 찾는 복합 공간이다. 식당들은 쾌적한 환경과 현대적인 봉사시설을 갖추고 있어 편안한 식사 경험을 제공한다. 온반집 등 일부 식당은 평양의 4대 음식 중 하나인 평양온반을 전문으로 하며, 소내포국밥, 떡국 등 다양한 민족 요리도 함께 제공한다. 일부 식당에서는 피자, 꼬치구이 등 외국식 메뉴도 함께 제공해 다양한 입맛을 만족시키고 있다. 소매점은 시장이 2개, 골목시장 30개, 상점 32개, 매점 400개가 있다.
▶평양온반 : 평양 려명거리 온반집은 평양의 현대적 거리인 려명거리에 위치한 대표적인 전통음식점이다. 평양온반을 중심으로 소내포국밥, 떡국 등 다양한 민족 요리를 제공한다. 이곳의 평양온반은 밥 위에 닭고기, 버섯, 녹두지짐, 달걀채, 실고추, 깨소금 등 풍부한 고명을 얹고 뜨거운 닭고기국물을 부어내는 방식으로 맛과 영양, 그리고 따뜻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평양의 4대 음식 중 하나로 꼽히는 평양온반은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려명거리의 상징적인 메뉴이며, 식당은 현지인과 관광객 모두에게 인기가 많아 항상 붐빈다.
▶서강 녹색잎 커피숍 : 서강 녹색잎 커피숍은 평양 4·25문화회관 길 건너편, 고급 아파트 단지가 몰린 여명거리 일대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위치에 자리한 햄버거 전문점이다. 이곳은 북한에서 드물게 햄버거를 판매하는 곳으로, 미국식 패스트푸드의 상징인 햄버거를 현지화하여 제공하고 있다. 내부는 1970년대 분위기의 원목 가구와 김일성·김정일 초상화 등 독특한 인테리어가 인상적이다. 쇠고기 패티와 베이컨이 들어간 치즈버거 등 다양한 메뉴를 맛볼 수 있다.
▶산업시설 : 대성요업공장, 용북종합식료공장, 평양화장품공장 이외에도 다음과 같은 다양한 공업 및 기업소가 위치해 있다. 대성도자기공장, 대성독공장, 전기일용품공장, 대성제약공장, 대성김치공장, 평양시계공장, 전자계산기공장(타자기공장), 대성농기계작업소, 대성광산(고질점토광산), 김일성종합대학화학실험중간공장, 삼신탄광, 삼신지질탐사대, 평양지질탐사대, 평양고등교육도서인쇄공장, 대성피복공장, 청호제약공장, 삼신영예탄부공장, 8월7일공장 등이 위치해 있다. 인쇄 및 출판공업, 일용품공업, 식료품, 제약, 도자기, 농기계, 시계, 피복 등 다양한 산업이 균형적으로 발달해 있다. 평양시 건재공업총국 산하의 건축자재 생산 기업소도 위치해 있다. 대성구역은 다양한 공업시설과 식료·생활용품 생산시설이 집적된 평양의 주요 산업지구 중 하나이다. 봉제공장으로는 대규모 공장 2개, 중규모 공장 10개, 소규모 공장이 30개가 가동 중이다.
▶여명거리 : 여명거리는 북한 평양직할시 도심 동북부 대성구역의 금수산태양궁전에서 모란봉구역의 영생탑까지 동서로 뻗은 약 3km 길이, 왕복 8차선의 대로이다. 2016년 3월 개발이 시작되어, 2017년 4월13일 준공식을 열고 완공되었다. 평양의 대표적 현대식 거리로, 초고층 아파트(최고 70층), 공공건물, 상점, 식당 등이 들어서 있다. 약 3만 명이 거주할 수 있는 대규모 신도시로 알려져 있다. 김정은 시대의 대표적 건설 사업 중 하나로, 평양의 현대화와 체제 선전을 상징한다.
▶조선중앙식물원 : 조선중앙식물원은 북한 평양시 대성구역 대성동, 대성산 기슭에 있는 북한을 대표하는 식물원이다. 면적은 약 119만㎡에 달한다. 약 3000여 종의 식물을 보유하고 있으며, 미선나무, 금강국수나무, 금강초롱, 느삼나무 등 한반도 희귀종도 전시되어 있다. 주요 시설로는 식물분류원, 수목원, 화초원, 약초원, 과수품종원, 양묘시험장, 경제식물자원구, 국제친선식물관, 김일성화실, 김정일화실 등이 있다. 국제친선식물관에는 외국에서 선물로 받은 830여 종, 1만여 그루의 식물이 전시되어 있다.
▶조선중앙동물원 : 조선중앙동물원은 북한 최대 규모의 종합 동물원으로, 다양한 동물과 현대적 시설,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갖춘 평양의 대표적 관광·문화 명소이다. 1959년 4월 개장했으며, 2016년 대대적으로 리모델링되었다. 총면적은 약 270만㎡로, 북한에서 가장 큰 동물원이다. 400~650여 종, 4000~5000여 마리의 동물을 사육하고 있다. 1200㎥ 규모의 수족관에는 120여 종의 관상어가 있다. 동물보호구, 수족관, 맹금류 전시관, 동물놀이장, 연못, 연구소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대성산성, 안학궁 : 대성산성은 고구려 평양 천도 후 5세기 초에 축조된 대규모 산성으로, 안학궁을 포함한 평양 도성을 방어하는 중요한 군사적 요새였다. 고구려의 뛰어난 축성 기술과 평양 지역 고대문화를 보여주는 대표적 유적이다. 고구려 특유의 계단식 물림쌓기 축성법이 적용되었다. 성안에는 18개의 건물지와 10여 개의 연못, 식량창고, 무기고, 병영터 등이 확인됐다. 성문은 20여 곳에 설치되어 남문이 정문 역할을 했다. 대성산성은 고구려 왕궁인 안학궁성을 방어하는 외성 역할을 했으며, 평양 고구려 도성 방어의 핵심 산성으로 평가받았다.
▶조선중앙방송위원회 : 조선중앙방송위원회는 북한의 모든 방송(라디오, 텔레비전, 지방방송, 화면다중방송, 음성방송 등)을 총괄하는 국가 언론기구이다. 이 기관은 내각(정부) 직속으로, 방송의 기획, 집행, 규제 등 방송 업무 전반을 관리한다. 전국의 라디오와 텔레비전 방송을 조직·운영하고, 지방방송을 통일적으로 지도한다. 산하에 각 도(직할시) 방송위원회, 군 방송위원회, 유선방송 중계소 등이 있다. 중앙조직으로는 라디오총국, 텔레비전 총국, 문예 총국 등이 있다.
3. 평양시 대성구역 시장경제 활동
대성구역은 평양 동북부에 위치하며, 김일성종합대학, 조선중앙방송위원회 등 국가 주요 기관이 집중된 지역이다. 계획경제의 상징적 공간이지만, 최근 수년간 시장경제 활동이 활발히 혼재되어 나타나고 있다.
● 중앙당 조직부 산하 대성담배공장
중앙당 재정경리부 산하 대성담배공장에서는 고난의 행군 시기 가동이 멈추었을 때 비밀조직으로 돈주들을 모아 20명이 50만 달러씩 자금을 합작 투자하여 공장을 운영하게 되었다. 싱가포르에서 일체 크라벤 담배를 만드는 재료를 수입하여 담배를 생산하여 10%는 공장지분으로 주고, 90%는 20명의 이사가 똑같이 분배하여 자체 창고로 이전하여 평양 및 각 지방에 도매를 하면서 막대한 돈을 벌게 되었다. 특히 이 담배는 뇌물용으로 사용되어 돈의 기능의 역할까지 하면서 인기가 매우 높은 품목이다. 이러한 사업은 외화벌이 사업의 일환으로 담배 생산과 판매가 이루어지며, 이 과정에서 시장경제 활동이 이루어진다.

● 청호동 화교들의 시장경제 활동
대성구역의 15개 동 중 하나인 청호동은 화교(중국계 주민)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화교들은 북한에서 채소밭에 똥이나 푸는 삶을 살았는데 중국이 개혁 개방이 되어 중국과 연계한 무역을 하면서 부를 이루며, 대성구역 청호동에서 5000~6000명이 단독주택과 물류창고를 짓고 살았다. 화교 2세들은 평양시 중심 구역 22개 각 시장 옆으로 이사를 하고 터를 잡았다. 이들 화교는 북한 내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경제활동이 허용되어 있어 다음과 같은 시장경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중국과의 무역 네트워크를 활용한 수입품 유통 ▶평양 내 공식·비공식 시장에서의 도소매 활동 ▶환전업 및 사금융 활동 ▶식당, 상점 등 서비스업 운영 ▶중국 친척들과의 연계를 통한 송금 및 물품 거래, 화교들은 북한 당국의 묵인하에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할 수 있어 대성구역 시장경제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 김일성 종합대학 교수들의 생존 전략
대성구역에 있는 김일성종합대학의 교수들은 국가 배급만으로는 생계유지가 어려워 다양한 생존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개인 과외, 논문 대필, 번역 등 지식을 활용한 부수입 창출▶연구 활동 연계: 국가 프로젝트 참여를 통한 추가 보상 획득 ▶외화벌이 사업 참여: 대학의 외화벌이 사업에 참여하여 외화 수입 확보 ▶가족 경제활동: 가족 구성원을 통한 시장 활동(소규모 장사, 수공업 등) ▶해외 파견: 해외 파견 기회를 통한 외화 획득 ▶대학 시설 활용: 대학 내 시설과 자원을 활용한 부수입 창출, 특히 김일성종합대학은 북한의 최고 교육기관으로서 교수들은 엘리트 계층에 속하지만, 경제난 이후 이들도 다양한 시장경제 활동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비공식적으로 수업료로 한 학기당 학생들이 30달러씩 모아서 교수님께 드리는 것이 일상화되고 있으며, 내지 않는 학생은 배은망덕한 학생으로 찍혀서 왕따를 당하고 퇴학을 하는 정도라고 한다.
● 대성구역 주민들의 생존전략
대성구역 일반 주민들은 다음과 같은 다양한 방식으로 시장경제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소토지 경작 : 퇴직자 세대주는 평양에서 30~40킬로 넘게 다니면서 산 주변이나 산비탈, 강변 등에 소규모 텃밭을 일구어 채소, 곡물 등을 재배하는 형태이다. 자가소비용과 시장 판매용으로 구분하여 경작, 계절에 따라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여 수익을 창출한다.
▶술과 사탕 만들기 : 가정에서 소규모로 술을 제조하여 시장이나 지인들에게 판매, 옥수수, 감자 등을 원료로 한 민속주 제조 및 설탕과 물엿을 이용한 사탕, 과자류 제조 판매한다. 명절이나 특별한 날에 수요가 증가하는 특성이 있다.
▶짐승 기르기 : 토끼, 닭, 염소 등 소형 가축을 주택 주변에서 사육, 돼지 사육을 통한 고기 판매하여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특히 사료 확보를 위한 별도의 경제활동 즉, 술이나 두부를 만들고 남은 찌꺼기를 사용하여 가축을 기르는 경우가 많다. 닭을 키울 때는 달걀을 생산하여 공급하기 위해서 전략을 수립하고 시장가격 변동에 대응하기도 한다.
▶석탄 나르기 : 대성구역 인근 탄광에서 석탄을 확보하여 새벽 전철을 이용하여 시장에 판매하는 주민들이 많았다. 이들은 겨울철 난방용 연료 수요를 겨냥한 계절성 사업, 운반 수단(리어카, 자전거 등)을 활용한 물류 활동, 가격 변동에 따른 재고 관리 및 판매 전략 수립 등 개인자영업처럼 석탄사업을 하고 있다.
▶도매상인 활동 : 대성구역 도매상인들은 청호동의 화교의 대규모 수입품을 유통하여 평양시내 다양한 시장을 연계한 도매 활동을 하고 있다. 또한 지방에서 생산된 농수산물, 수공업품 등을 평양시 중심구역 22개 시장으로 도매유통을 하고 있다.
대성구역은 평양 내에서도 김일성종합대학, 방송위원회 등 주요 기관이 위치한 중요 지역으로, 다양한 계층의 주민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시장경제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청호동의 화교들은 중국과의 연계를 통해, 대학 교수들은 지식과 지위를 활용해, 일반 주민들은 소규모 생산과 유통을 통해 시장경제에 적응해 나가고 있다.
4. 평양 대성구역, 시장경제의 심장과 변화의 물결
평양 대성구역은 북한 체제의 상징적 터전이자, 국가 권력의 심장부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국가의 계획경제가 무너진 자리에 주민들이 스스로의 삶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낸 강인한 시장경제의 생태계가 자리 잡고 있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 대성구역을 비롯한 평양 전역에 장마당, 상점, 고급 식당, 도매시장 등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이 과정에서 돈주(신흥 부유층)와 뇌물, 사금융, 비공식 거래 등 다양한 시장경제 요소가 뿌리내렸다.
대성구역은 김일성종합대학, 조선중앙방송위원회 등 국가 핵심기관이 밀집한 권력의 상징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주민들의 삶은 장마당과 비공식 경제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교수, 화교, 일반 주민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시장경제에 뛰어들어 생존 전략을 모색한다. 교수들은 과외, 번역, 외화벌이 사업에 참여하고, 화교들은 중국과의 무역·환전·송금 등으로 경제적 활로를 찾는다. 주민들은 소토지 경작, 수공업, 가축 사육, 도매상인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시장경제에 적응하며, 국가 배급이 아닌 시장을 통해 생필품을 조달한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생존의 몸부림을 넘어, 평양이라는 도시 공간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다. 계획경제와 시장경제가 혼재된 평양은 이제 공식·비공식 시장, 돈주, 무역회사, 사금융, 부동산, 뇌물 등 다양한 경제 주체들이 얽혀 돌아가는 거대한 생태계, 즉 ‘시장경제의 시험장’으로 변모했다. 새벽 4시부터 시작되는 도매시장과 장마당은 도시와 농촌, 공식과 비공식, 권력과 민생을 잇는 경제의 허브로 기능한다.
북한 당국은 여전히 강력한 통제와 억압을 유지하고 있으나, 주민들은 ‘국가가 아닌 시장’을 통해 생존과 미래를 모색하고 있다. 평양 시민증을 가진 이들은 전국을 자유롭게 오가며 비즈니스를 펼치고, 시장경제를 통한 자유와 자립을 갈망한다. 북한 경제를 움직이는 진짜 동력이 체제의 이념이나 계획이 아니라, 바로 이 자생적 시장경제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북한 경제를 움직이는 것은 사회주의 사상도, 계획경제도 아니고, 자생적인 시장경제다.”
대성구역에서 시작된 이 변화의 흐름은, 언젠가 북한 사회 전체를 뒤흔드는 더 큰 변화의 씨앗이 될 것이다. 권력의 상징이자 시장경제의 심장인 평양 대성구역. 그곳은 억압과 통제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생명력과 변화의 가능성이 살아 숨 쉬는, 북한 현대사의 진정한 현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