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과 단가가 전년 대비 모두 감소하며 관세 영향이 현실화하고 있다. 이달 4일(현지시간)부터는 철강·알루미늄 관세율이 50%로 상향돼 하반기 대미 철강 수출에 더욱 악영향이 가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3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액은 3억27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3억9000만달러) 대비 16.3% 감소했다. 수출 단가 역시 지난해 5월 톤(t)당 1429달러에서 올해 5월 1295달러로 9.4% 하락했다.
올해 기준으로 보면 월별 수출 물량은 비교적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상대적으로 수출 단가는 5월 들어 급락했다.
대미 철강 수출량은 1월 21만7000톤, 2월 24만2000톤, 3월 25만톤, 4월 24만8000톤, 5월 25만2000톤 등으로, 3월 관세 부과 이후에도 급격한 감소세는 나타나지 않았다.
반면, 수출 단가는 1∼4월 톤당 1500달러 안팎을 유지하다가, 5월에는 1295달러로 떨어졌다. 4월과 비교하면 불과 한 달 만에 14.6% 하락한 수치다. 이는 관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국내 철강기업들이 단가를 낮춰서라도 수출 물량을 유지한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수개월 전 주문이 이뤄지는 철강업계 거래 특성상 지난 4월까지는 3월에 부과되기 시작한 미국발 관세 영향이 제한적이었지만, 5월부터는 관세 충격이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산업연구원은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통상 철강 관세 부과 영향은 부과 시점 후 2∼3개월 정도 이후에 나타난다는 점에서, 트럼프 관세 영향은 5∼6월 수출부터 확인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하반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일부터 한국산 철강에 부과하는 관세를 25%에서 50%로 인상하면서 향후 있을 대미 철강 수출에 더욱 부담이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일본제철의 미국 US스틸 인수 효과가 내년부터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미국에 수출되는 한국산 철강의 경쟁력이 더욱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 주요 철강기업인 포스코와 현대제철 역시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일관제철소를 건설하는 등 현지 진출을 추진 중이나, 상업 생산 개시 목표를 2029년으로 하고 있어 다소 시차가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일본이 US스틸 인수 등 대미 투자를 통해 현지 경쟁력을 높이고 있어 미국 내 한국산 철강 수입 대체가 좀 더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며 “이에 따른 우리의 수출 전략도 다시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