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커’ 이상혁(29)이 T1과 4년 재계약을 맺었다. e스포츠에서 드문 장기 계약인 만큼, 그가 T1과 함께 어떤 새로운 이정표를 세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상혁은 27일 인천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열린 ‘T1 홈그라운드’ 행사 직후, 팬들 앞에서 4년 재계약 사실을 직접 밝혔다. 팬들의 뜨거운 환호를 받으며 무대에 선 이상혁은 “T1과 함께하게 됐다. 항상 응원해 주신 팬들에게 감사드린다”면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까지 잘 해보겠다”고 재계약 소감을 밝혔다.
이번 재계약으로 2029년까지 T1과 함께하게 된 이상혁은 사실상 T1의 ‘원클럽맨’으로 남게 됐다. 2013년 2월 T1에 입단한 그는 단 한 번도 팀을 옮기지 않고 T1 유니폼만 입은 채 활동해왔다. 그가 선수를 넘어 ‘T1의 상징’으로 불리는 이유다.
1996년생인 그는 이번 계약으로 33세까지 T1의 미드라이너로 뛰게 된다. 일반적으로 프로게이머의 커리어는 20대 중후반에 끝나는 경우가 많지만, 그는 여전히 세계 최정상급 기량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열린 롤드컵에서 환상적인 활약을 펼치며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고, 파이널 MVP까지 차지하면서 전성기를 입증했다.
이상혁은 T1과 함께한 12년 동안 롤 e스포츠의 역사 자체를 써 내려갔다. 롤드컵 5회,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 2회, LCK 10회, e스포츠 월드컵(EWC) 1회 우승을 차지하며 명실상부한 ‘최다 우승자’로 자리매김했다. 또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국가대표로 출전해 금메달을 따면서 e스포츠가 정식 스포츠로 인정받는 흐름에도 상징적인 족적을 남겼다.

T1도 레전드 대우를 해줬다. 이상혁에게 2018년, 2022년 두 차례 3년 계약을 안겼던 T1은 이번엔 1년 더 긴 4년 재계약을 이상혁과 맺었다. T1이 이상혁에게 얼마나 큰 신뢰와 가치를 부여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상혁은 지난해 ‘전설의 전당’ 입성식 당시 T1에서 커리어를 이어간 이유로 “가치가 잘 맞았다”고 설명하며 “T1에 처음 입단했을 때부터 좋은 구단이라 생각했다. 지금은 선수가 아니라 T1의 일원이 된 느낌이다. (T1과 공유하는) 가치를 계속 키워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또 “돈과 명예는 한시적이다. 그것을 쫓다가 보면 더 큰 돈과 명예를 쫓을 수밖에 없다. 나는 배우고 성장하는 것을 되게 좋아한다. 많은 팬이 나를 보면서 성장했으면 좋겠다”면서 “게임이라는 매체가 ‘성장’ 메시지와 거리가 멀다는 인식이 있다. 그런 와중에도 내가 선한 영향력을 어떻게 하면 펼칠 수 있을까 고민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처럼 이상혁은 유례없는 4년 재계약으로 T1에 헌신하게 됐다. 이번 재계약은 단순한 연장 그 이상의 의미다. 전설과 같은 커리어를 쌓아온 그가, 앞으로 또 어떤 기록과 변화를 만들어낼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