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포스코이앤씨 ‘사망 제로’…‘미필적 고의 사망’ 불명예

빛바랜 포스코이앤씨 ‘사망 제로’…‘미필적 고의 사망’ 불명예

2022년 사망자 제로서 올해만 4명 사망
이재명 대통령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아니냐”

기사승인 2025-07-31 06:00:08 업데이트 2025-07-31 19:32:21
포스코이앤씨 임직원들이 29일 인천 연수구 송도 사옥에서 지난 28일 발생한 중대재해와 관련 사과문을 발표하고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왼쪽에서 네번째 정희민 포스코이앤씨 사장. 조유정 기자

2022년 중대재해사고 ‘제로’를 달성했던 포스코이앤씨에서 올해만 벌써 네 번째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정희민 포스코이앤씨 사장은 올해 두 번째 사과에 나섰다. 

31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지난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을 맡은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 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경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고용노동부는 포스코이앤씨 본사 및 시공 중인 전국 65개 공사 현장에 대한 산업안전보건감독을 착수했다. 

포스코이앤씨는 해당 사고로 ‘미필적 고의 사망 아니냐’는 비판을 받으며 불명예를 얻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29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제33회 국무회의에서 포스코이앤씨 산업재해 사망사고를 언급하며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아니냐”고 비판했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도 “포스코이앤씨와 같은 대형 건설사 현장에서 후진국형 사고가 반복해 발생한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특히 앞서 세 차례 중대재해가 발생해 집중 감독을 받았음에도 또다시 사고가 발생한 것은 본사 및 최고경영자(CEO)의 안전관리에 총체적인 문제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비판은 포스코이앤씨의 반복적인 중대재해 사고에서 비롯됐다. 올해 포스코이앤씨의 중대재해 사고는 4번째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현장 추락사고, 4월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현장 추락사고 등 반복되는 중대재해 사고로 4명이 사망했다. 

과거 포스코이앤씨는 중대재해 사망자 제로를 기록하는 등 안전관리에 철저했다. 2016년 시공 현장에서 5명이 사망하는 사태를 계기로 안전보건활동 강화에 나섰기 때문이다. 2018년에는 발 빠르게 안전보건센터장(CSO) 직책을 신설했다. 이후 CSO가 자리 잡으며 2019년 4명, 2020년 2명, 2021년 1명으로 사망사고가 줄었고 2022년엔 사망자 제로를 기록했다. 

그러나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 도입 이후에만 8명의 사상자를 내며 안전 불감증이 도마 위에 올랐다. 포스코이앤씨의 안전 관리가 무너진 원인은 △중대재해 제로 달성 이후 현장의 자율성을 확대하고 △건설경기 악화에 공기 준수 및 수익성 확보에 치중한 결과로 분석됐다. 또한 △중대재해처벌법 대응을 위해 행정업무가 늘어나면서 현장 안전점검 활동이 위축되고 △중대재해 속출에 단기적 대책으로 대응하면서 중장기적 안전활동이 부족해진 영향이라는 설명이다.    

이후 포스코이앤씨는 고위험 작업관리 강화, 휴일작업 등 관리 강화, 중대재해 발생 현장 특별 안전진단 등을 진행하며 재발 방지에 나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고가 반복되자 포스코이앤씨는 전 현장 공사 중단을 결정했다. 정희민 포스코이앤씨 대표이사 사장은 29일 “어제 사고 직후 본사가 시공 중인 모든 현장에서 즉시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점검을 실시해 안전이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는 무기한 작업을 중지했다”고 밝혔다. 이어 “제로베이스에서 잠재된 위험 요소를 전면 재조사해 유사사고를 예방하고 생업을 위해 출근한 근로자들이 안전하게 일하고 퇴근할 수 있는 재해 예방 안전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반복되는 사고 원인에 대해서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놓았다. 김현출 포스코이앤씨 CSO(최고안전책임자)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외부 안전 전문가와 안전 기관 등과 함께 안전 TF를 꾸려 안전제도 개선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강력한 처벌을 촉구했다. 민노총 경남본부는 “포스코이앤씨에서 노동자가 사망하는 중대재해가 반복해 발생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처벌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고용노동부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불시 감독과 근본적 재해 원인을 찾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대대적인 특별 근로감독이 있고 나서도 또 중대재해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노동부와 검찰 등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압수수색을 하고 실질적 경영책임자를 구속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건설사고 감축을 위해 사망사고 발생 건설사 명단을 공개하기로 했다. 또, 비계·지붕·채광창 등 추락 취약작업의 사고 예방을 위해 설계 기준과 표준시방서 등 국가건설기준 등을 개선키로 했다. 시공 과정의 안전성 확보 여부 확인을 위해 공공공사에만 적용 중인 설계 안전성 검토도 민간공사로 확대한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조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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