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주식시장에서 현대차를 제치고 시가총액 5위 자리를 꿰찬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질주가 이어지고 있다. 2분기 '깜짝 실적'을 달성하면서 주가는 100만원을 돌파했다. 올해 들어 방위산업 관련주 상승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K방산 ETF를 출시하지 않은 KB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일 코스콤 ETF체크에 따르면 전날기준 한화자산운용의 PLUS K방산 ETF의 연초대비(YTD) 수익률은 197.67%를 기록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K방산&우주(180.72%)와 신한자산운용의 SOL K방산(150.24%) 등도 수익률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수익률이 높은 만큼 순자산총액(AUM)도 빠르게 늘었다. PLUS K방산 AUM은 1조2699억원으로 올해 들어 428.24% 성장했다. 한화자산운용이 지난 2023년 1월 PLUS K방산을 시장에 선보였을 당시 방산주에 대한 관심은 크지 않았다. 지난해부터 방산주 실적이 본격적으로 성장하면서 관련 ETF로도 수급이 몰렸다. PLUS K방산은 국내 ETF 시장에서 한화자산운용이 6위로 올라서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한화자산운용에 이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023년 7월 TIGER K방산&우주를 상장했다. 현재 수익률은 PLUS ETF 턱밑까지 따라잡았지만 순자산 규모는 3198억원으로 차이가 크다. 신한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은 각각 지난해 10월, 올해 7월 방산 관련 ETF를 출시했다. ETF 시장 점유율 1위 운용사인 삼성자산운용은 지난 15일 LIG넥스원, 현대로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국내 대표 방산 업체 10곳에 80% 비중으로 투자하는 KODEX K방산TOP10을 내놨다.

국내 ETF 시장 상위권 5개 운용사 가운데 KB자산운용(17조7436억원, 3위)과 한국투자신탁운용(17조1141억원, 4위)만 방산 관련 ETF를 출시하지 않았다. 두 운용사의 ETF 순자산총액 차이가 6000억원 수준인 점과 방산 ETF에 대한 인기 등을 고려하면 뒤늦게라도 출시 여부를 고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 두 운용사 모두 관련 상품 출시에 대해 검토는 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한국투자신탁운용 관계자는 “국내나 해외 방산 ETF를 검토는 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 똑같은 콘셉트의 상품은 투자자 효용성이나 차별화 측면에서 매력이 없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테크 중심 ETF에서 강점을 가진 ACE만의 정체성을 지켜나가면서 다른 곳에서 하지 않는 틈새시장을 공략해 새로운 투자수요를 끌어 올 수 있는 상품에 대해 알아보고 있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KB자산운용 관계자도 “시장의 관심이 많은 상품이다 보니 내부적으로 검토를 하고 있긴 하다”면서도 “앞으로의 시장상황에 더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우선순위 상품이 있어 K방산 관련 상품 출시에 대해선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선 방산ETF의 수익률이 이미 시장 수익률(올해 코스피 수익률 약 33%)을 웃돌고 있고, 선발 운용사들이 확고한 입지를 다진 만큼 ‘시기상 적절성’에 대한 KB와 한투의 고심이 큰 것으로 판단한다.
한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K방산=한화라는 이미지가 이미 굳혀진 상태에서 두 번째 세 번째도 아닌 N번째 상품 출시에 대한 의미를 부여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방산ETF가 이미 많이 올랐고 이미 투자 포트폴리오에 많이 담겼다는 점도 부담 요인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