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정부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던 ‘방송 3법·노란봉투법’과 ‘더 센’ 상법 개정안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었다.
국회 법사위는 1일 전체회의를 열고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과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을 의결했다. 두 법안 모두 재석 위원 총 16명 중 찬성 10명, 기권 6명으로 가결됐다.
방송3법은 KBS·MBC·EBS 등 공영방송의 이사회 구성 방식을 개편해 정치적 영향력을 줄이고 독립성을 강화하려는 목적을 담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법안으로, 사용자 개념을 확대하고 노동쟁의 대상의 범위를 넓힌 것이 핵심이다. 파업 참여 노동자에게 기업이 과도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관행을 막겠다는 취지다.
양곡관리법과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은 여야 이견 없이 통과됐다.
이날 회의에서는 방송3법 처리 과정에서 고성이 오가며 큰 소란이 벌어졌다. 민주당 소속 이춘석 법사위원장이 국민의힘의 반대 토론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표결을 강행하면서다. 국민의힘 측에서는 “공산당이냐” “이런 법이 어디 있느냐” “발언 기회를 보장하라”고 강하게 항의했다.
국민의힘 간사인 박형수 의원은 “방송3법 토론을 위해 몇 시간을 준비했지만 발언 한 번 못 해보고 끝났다”라며 “졸속으로 토론 다 생략하고 통과시키려고 마음먹은 것 아닌가. 과방위에서 아까 토론했다고 하는데 그럼 법사위는 왜 있는가. 본회의 하나만 있으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따졌다.
그러면서 “다수결이 정당성을 갖기 위해서는 소수의 충분한 의견 표명 기회가 있어야 한다고 헌법재판소 판결에도 있다”라며 “이 상황에 대해 이춘석 위원장이 사과하고 사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요구했다.
이에 이 위원장은 “일정 부분은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라면서도 “국회법을 준수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이 법안을 논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법사위가 정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 일정 부분 비난은 감수하고, 처리해 마무리 짓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라고 부연했다.
노란봉투법이 상정된 이후에도 국민의힘의 항의가 멈추지 않자 이 위원장은 “회의장 질서를 어지럽히면 국회법 145조에 따라 징계 대상이 될 수 있다”라며 곽규택·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에게 퇴장을 명하기도 했다.
노란봉투법 반대 토론을 신청한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은 김영환 고용노동부 장관을 향해 “위원장이 토론 종결에 대해 발언권을 얻지 않고 마이크 꺼진 상태에서 혼자 토론 종결을 제의한 것을 기다렸다는 듯이 받아 처리했다. 이게 장관이 보기에 대한민국 민주주의 국가 맞나”라고 물었다.
이에 김 장관이 “대한민국 K-민주주의는 세계적으로도 찬사를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답하자 신 의원은 “이게 무슨 K-민주주의냐. 김용민 민주당 간사도 할 말 없으면 내란, 내란 하지 말라. 이게 내란과 무슨 관계가 있는가”라고 따졌다.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도 “K-민주주의 꼬라지가 이런 건가”라고 거들었다.

법사위는 이날 집중투표제 강화와 감사위원 분리선출제 강화를 핵심으로 하는 2차 상법 개정안도 처리했다. 재석 위원 총 16명 중 찬성 10명, 반대 6명으로 가결됐다. 국민의힘 의원은 모두 반대표를 던졌다.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은 “2차 상법 개정안은 외견상으로는 소액주주 보호 또 지배구조 선진화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실제론 글로벌 투기 세력에게 우리 기업들을 빼앗길 수도 있는 위험한 법안”이라고 우려했다. 같은 당 송석준 의원도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 모멘텀을 약화시키고 기업의 자율적인 경영활동을 제한할 수 있는 법”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를 통과한 법안은 오는 4일 열릴 본회의에 상정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7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법안을 모두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반면, 국민의힘은 쟁점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예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