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굴 한쪽이 어색하게 느껴지거나, 말할 때 입 꼬리가 처지는 것 같이 비정상적으로 보인다면 우리는 흔히 피로나 단순한 신경 문제를 떠올린다. 만약 여기에 턱 밑이나 귀 앞쪽, 혹은 볼 안쪽에서 전에 없던 단단한 혹이 만져진다면 어떨까? 이런 증상들이 복합적으로 나타난다면, 단순한 불편함이 아니라 침샘암의 조기 신호가 아닌지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침샘은 우리가 음식을 씹고 소화시키는 데 필수적인 침을 생산하고 분비하는 핵심 기관이다. 우리 몸에는 귀밑샘(이하선), 턱밑샘(악하선), 혀밑샘(설하선)과 같은 주요 침샘 세 쌍이 있으며, 이 외에도 입술, 볼 점막, 입천장, 혀 등 구강 내 곳곳에 수많은 작은 침샘들이 분포해 지속적으로 침을 분비한다. 침샘암은 바로 이 침샘에 발생한 악성 종양을 통칭한다.
침샘에 악성 종양이 발생하면, 가장 흔한 초기 증상은 침샘 부위에 만져지는 혹이다. 대개 통증이 없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기 쉽지만, 문제는 이 종양이 커지면서 주변 조직을 침범하거나 안면신경을 압박할 경우, 얼굴 한쪽이 마비되는 증상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안면 마비는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침샘암의 악성도를 시사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따라서 침샘 부위의 혹과 더불어 안면 마비 증상이 동반된다면, 즉시 전문의를 찾아 정밀 진단을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침샘암은 초기에는 양성 종양과 구별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종양이 빠르게 자라거나 통증을 유발하는 경우나, 안면신경마비가 동반되는 등의 주변 조직을 침범하는 소견이 보이는 경우, 또한 주변의 림프절이 만져지면 악성 종양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귀밑의 이하선에 발생한 종양에서 신경마비가 함께 나타나면 악성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한 입천장이나 볼 점막 등 소침샘 부위에 생긴 덩어리는 양성보다는 악성이 더 흔하므로 면밀한 진단과 검사가 필요하다.
침샘암이 의심되면 먼저 초음파 검사로 혹의 크기, 모양, 경계, 그리고 혈류 상태를 평가한다. 이어서 혹에서 조직의 일부를 채취하는 세침흡인검사나 중심생검을 시행해 세포 및 조직 검사로 암 여부를 확진한다. 종양의 정확한 침범 범위와 주변 신경 및 혈관과의 관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CT나 MRI와 같은 영상 검사를 추가로 시행할 수 있다.
침샘암의 주된 치료법은 수술이다. 고악성도 침샘암은 전이를 예방하기 위해 수술과 함께 방사선 치료나 항암 치료를 할 수 있다. 반면 저악성도 침샘암은 침샘에 국한된 수술로 충분한 경우가 많다. 침샘 이외에 다른 부위 전이가 있으면 방사선 치료나 항암 치료를 병행하기도 한다. 침샘암의 치료는 비교적 예후가 좋은 편이지만, 악성도와 병기에 따라 재발 위험과 부작용의 정도가 달라진다. 따라서 치료 전에는 항상 신경보존 가능성, 방사선 조사 범위, 부작용 예방 등을 고려한 다학제적 접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침샘암은 비교적 드물게 발생하는 암이며, 그 명확한 발병 원인이 아직 완전히 규명되지 않아 특별한 예방법을 제시하기는 어렵다. 다른 두경부암의 주요 위험 인자인 흡연과 음주 역시 침샘암과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진 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으로 암 예방에 도움이 되는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하고 알려진 위험 요인들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침샘암에 있어 가장 중요한 예방책은 바로 자신의 몸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변화에 대한 민감성이다. 평소와 다른 신체 변화, 특히 턱 밑이나 볼 안쪽에서 혹이 만져지는 등의 이상 징후가 느껴진다면 지체하지 말고 이비인후과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찰과 검사를 받도록 한다.
[건강팁]
△정기적인 두경부 건강검진
△방사선 노출 최소화
△건강한 작업환경 관리
△바이러스 감염 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