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스포츠] 30경기 무패를 자랑하던 이란의 심장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태극 전사들이 천신만고 끝에 무승부를 따내며 2010 남아공 월드컵 본선 진출의 반환점을 돌았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은 11일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B조 원정 경기에서 박지성의 동점골로 극적인 1대 1 무승부를 이뤘다.
◇역시 박지성=박지성은 달랐다. 중요한 순간에 제 역할을 했다. 후반 12분 상대 자바드 네쿠남에게 프리킥 선제골을 허용한 대표팀은 후반 35분 절호의 기회를 만들었다. 기성용이 2대 1 패스로 이란 문전으로 침투할 때 상대 반칙으로 프리킥을 얻어낸 것. 네쿠남이 선제골을 넣었던 바로 그 자리에서 진영만 바꿔 얻은 찬스였다.
'왼발의 달인' 염기훈이 속임 동작을 취하며 공 위로 지나가는 순간 기성용이 오른쪽 모서리를 보고 정확히 슈팅을 날렸다. 몸을 날린 이란 골키퍼의 손에 걸려 탄식이 목까지 차올랐지만 쇄도하던 박지성이 튀어나오는 볼을 향해 몸을 날렸고 머리에 맞은 공은 그물을 흔들었다. 박지성에게는 A매치 75경기 만에 터뜨린 통산 10호골이다.
◇무거웠던 몸놀림=경기 시작전 비가 내린 경기장 사정 탓인지 태극 전사들의 몸놀림은 무거웠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이란 관중들이 거센 함성을 질러대는 가운데 초반 분위기는 이란 쪽으로 흘렀다. 이란은 줄기차게 한국 왼쪽 측면을 파고 들었다. 대표팀 합류가 늦었던 이영표의 체력 소진을 염두에 둔 지능적인 움직임이었다. 한국 수비수들은 몸이 덜 풀린 듯 몸놀림이 둔했고 전반 5분 한국 골 에어리어 안에서 처리를 미루다 코너킥을 허용하는 아찔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어진 코너킥에선 상대 네쿠남이 수비 견제를 받지 않고 헤딩에 성공해 한국 수비수들의 간담을 서늘케 하기도 했지만 크로스바를 넘어가 실점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정성훈을 겨냥한 긴 패스는 번번이 상대 수비에 끊겼고 오히려 상대 역습으로 이어지는 빌미를 제공하는 등 공격도 매끄럽지 못했다. 이란 선수들은 박지성, 이영표, 정성훈을 겨냥해 시종 거친 몸싸움을 걸어오며 신경을 건드렸고 한국 공격진은 표정마저 어두워지며 경기를 힘겹게 이어갔다.
◇아쉬운 골 결정력= 허 감독은 전반 42분 상대의 집중 마크를 당하던 정성훈을 빼고 '왼발의 달인' 염기훈을 투입했다. 이때부터 한국은 이란의 골문을 세차게 몰아붙여 몇 차례 결정적인 찬스를 얻어냈지만 남은 시간이 아쉬웠다. 염기훈은 투입되자마자 골 에어리어 오른쪽에서 위력적인 중거리슛을 날렸지만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후반전에도 태극전사들을 공세를 늦추지 않았다. 비록 선제골을 허용했지만 직후 공격에서 염기훈의 코너킥을 이근호가 정확히 머리로 받았지만 크로스바를 맞고 아웃돼 결정적인 기회를 날렸다. 후반 20분에는 기성용의 프리킥이 이란 골키퍼 손끝에 아슬아슬하게 걸려 아쉬움을 남겼다.
허 감독은 후반 25분 이영표 대신 김동진을 투입하고, 36분 박지성을 박주영으로 교체했지만 기대하던 역전골은 터지지 않았다.
◇이기진 못했지만= 경기 결과 한국은 승점 1점을 추가하며 승점 8로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B조 1위를 굳게 지켰다. 2승2무를 기록한 한국은 이날 사우디와의 대결에서 이긴 북한을 승점 1점차로 따돌리며 1위를 고수했다.
하지만 한국은 1974년 테헤란 아시안게임 0대 2 패배이후 35년 동안 이란 원정에서 1무2패를 기록했던 무승 징크스 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역대 A매치 상대전적 8승6무8패의 호각세를 유지했다. 이란의 홈 31경기 무패 행진도 깨뜨리지 못했다.
지난 2007년 11월 출범한 허정무호는 첫 평가전 상대였던 칠레에 0대 1로 덜미를 잡힌 뒤 19경기 연속 무패(8승10무1패) 행진을 이어간 것에 위안을 삼아야 했다.
허정무호는 휴식기를 가진 뒤 4월1일 북한을 불러들여 최종예선 5차전을 치르고 6월6일 UAE와 원정 6차전, 10일 사우디와 홈 7차전, 같은 달 17일 이란과 홈 8차전을 치른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선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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