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리듬체조’ 신수지 “성원만 있다면 세계 정상도 꿈 아냐”

[단독] ‘리듬체조’ 신수지 “성원만 있다면 세계 정상도 꿈 아냐”

기사승인 2009-01-23 08:54:01


[쿠키 스포츠] 21일 서울 수서동 세종고등학교 실내체육관. 전기세를 아끼려는 듯 조명의 절반은 꺼져 있었다. 난방비를 감당할 수 없어 체육관에는 작은 난로 하나 뿐이었다. 그나마 학부모들이 한 푼 두 푼 모아 사 준 이 난로 앞에서 한국 체조 선수들은 옹기종기 언 손을 녹이며 몸을 풀고 있었다.

비인기종목이라는 설움보다 더 견디기 어려운 것은 난방이 덜 된 체육관의 냉랭함이었다. 몸이 완전히 풀리지 않아 부상을 당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사각의 매트라도 있는 이곳이 있어서 다행이라며 선수들은 스스로를 격려했다.

200여평 남짓한 공간이지만 무려 20여명의 주니어와 시니어 리듬체조 선수들이 모여 서로의 손끝이라도 부딪칠까 조심스럽게 훈련을 하고 있었다. ‘체조 요정’ 신수지(18·세종고·사진)도 이곳에서 자신의 꿈을 키워나가고 있었다.

시즌을 앞두고 러시아 전지훈련을 마치고 지난 19일 귀국한 신수지는 이틀 뒤인 21일부터 모교에서 훈련을 재개했다. 열악한 환경에 대해 불만을 토로할 법도 하지만 나이보다 의젓한 신수지는 훈련하는 내내 밝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를 때까지 구슬땀을 흘리며 연습을 했다.

신수지는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 리듬체조로는 16년 만에 본선 진출권을 획득했다. 예선에서 12위에 그쳐 아쉽게 결선 진출을 놓쳤으나 한국 체조 사상 가장 높은 성적을 냈다는 데 의의가 있었다.

그의 목표는 오는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다시 한 번 본선에 출전하고, 이어 2016년 올림픽(개최국 미확정)에서 금메달까지 목에 거는 것이다. 올림픽 출전을 위해서는 시즌 중 착실하게 포인트를 쌓아야 하는 만큼 신수지는 내달 27일 열리는 국제체조연맹(FIG) 모스크바 그랑프리와 4월에 열리는 프랑스 그랑프리 등에 출전한다.



“올 시즌 FIG 리듬체조 그랑프리에서는 4개 기구(훌라후프·리본·루프·곤봉) 중 곤봉이 빠지고 공이 추가됐어요. 공은 2년만에 잡는 것이어서 쉽지 않을 것 같아요. 특히 올 시즌부터 신체 난이도보다 수구가 더 중요해져서 조화를 이루는 게 핵심이지요. 러시아 전지훈련에서 새로운 프로그램과 음악을 선정했는데 느낌이 좋습니다. 올 시즌에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신수지의 올 시즌 목표는 리듬체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지난 시즌보다 순위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그는 지난 시즌 세계선수권대회에서 17위에 올랐다. 한국 선수로서 상당히 높은 성적이었으나 세계 수준에 도달하기에는 많이 부족하다. 3월 세종대학교 입학을 앞둔 신수지지만 여타 예비 대학생들과 다른 꿈을 꿀 수밖에 없는 것도 세계 무대를 향한 자신의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미팅도 나가고 단체여행(MT)도 참가해보고 싶어요. 하지만 올 시즌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지난 시즌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내야하고 하계 유니버시아드에서도 상위 입상하려면 낭만적인 캠퍼스 생활은 꿈을 꾸기 어려울 것 같네요(웃음).”



리듬체조를 “여성이 스포츠로서 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종목”이라고 소개하는 신수지는 국내 팬들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당부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리듬체조는 베이징올림픽 이후 잠깐 인기를 끌었으나 다른 비인기종목들과 마찬가지로 팬들의 관심은 오래가지 못했다.

“리듬체조는 여성이 스포츠로서 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종목이에요. 아직 비인기종목이지만 예술성이 짙은 종목인 만큼 한국 스포츠의 다양성을 위해 많은 투자가 필요합니다. 팬들의 꾸준한 성원이 있다면 한국 리듬체조가 세계 무대의 정상에 서는 날도 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용산참사 유족, 한나라 지도부 방문에 "살인마" 욕설
▶정훈탁 "업자 만난적 없다"… 전지현 폰사건 '진실공방' 점화
▶지만원 "타 죽은 사람은 정부 공격용 실탄… 김석기 사퇴 반대시위 나서야"
▶4년제 대학생, 취직 잘되는 전문대로 'U턴'
▶강만수 재기용… 야권 "무대뽀 인사" 맹비난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김철오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