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당뇨병 ‘인트레틴’잡아라

한국형 당뇨병 ‘인트레틴’잡아라

기사승인 2009-02-15 19:22:01

[쿠키 건강] 무서운 합병증으로 악명높은 당뇨병의 치료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당뇨병은 현재 혈당 조절 호르몬인 인슐린 분비를 인위적으로 자극하거나 외부에서 인슐린 자체를 투여하는 등의 방법으로 혈당을 조절, 치료하고 있다. 이 방법들은 빠르고 직접적인 효과를 내긴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혈당 강하 효과가 떨어져 약물 사용량이 늘고, 환자들이 저혈당 쇼크나 체중 증가를 겪게 된다. 이 같은 부작용들이 심각해지자 인슐린 의존 치료에서 벗어난 당뇨병 신약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한국형 당뇨, 췌장세포 결핍 많아=당뇨병은 췌장에서 분비되는 인슐린이 부족하거나 작용을 제대로 하지 못해 혈관 속에 포도당이 많이 남게 돼
발생하는 질환으로, 망막변증, 신기능장애, 심혈관계 질환등을 유발한다.

당뇨병은 크게 인슐린 분비량을 조절하는 췌장내 베타세포 기능에 문제가 있는 유형과 인슐린은 충분한데 비만 등 다른 이유로 인해 그 기능이 떨어져 조직세포가 포도당 흡수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유형(흔히 ‘인슐린 저항성’이라 부름)으로 나눌 수 있다.

비만이 많은 서양인들에게는 인슐린 저항성으로 인한 당뇨병이 흔하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마른 사람들이 많이 걸리는 ‘한국형 당뇨’는 췌장 베타세포 결핍에 의한 인슐린 분비 기능 저하 혹은 부족이 원인인 경우가 더 많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인들은 인슐린을 만드는 췌장 베타세포 숫자가 서양인의 절반에서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췌장 베타세포의 결핍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해결하는가가 당뇨병 치료의 새로운 표적으로 떠오르고 있다.

◇혈당 조절 총지휘, 인크레틴을 잡아라=췌장 베타세포 활동을 조절하는 것은 ‘인크레틴 호르몬’이다. 음식 섭취후 소장에서 분비되는 인크레틴 호르몬은 췌장 베타세포가 부족하면 끊임없이 새로 만들고 증식시키는 반면 세포 파괴는 막음으로써, 인슐린 분비의 중심축인 베타세포 기능을 개선해 준다.

결과적으로 인크레틴은 몸 안의 포도당 양에 따라 필요할 때 인슐린 분비를 조절하는 ‘똑똑한 호르몬’이다. 즉, 몸 속에 포도당이 많아지면 포도당 분해를 촉진하는 인슐린 분비를 늘려 혈당을 내려주고, 반대로 부족하면 포도당을 만드는 ‘글루카곤’ 분비를 늘림으로써 저혈당에 빠지는 것을 막는다. 한마디로 혈당 조절을 총지휘하는 ‘마에스트로’인 셈이다.

이런 인크레틴이 제 역할을 하면 혈당 조절은 몸 속에서 자연스럽게 진행될 수 있다. 하지만 불행히도 당뇨 환자들은 인크레틴 기능이 많이 손상돼 있다. ‘DPP-4’라는 체내 효소가 인크레틴 생성과 활동을 끊임없이 방해하기 때문이다.

근래 개발된 당뇨병 신약들은 바로 ‘DPP-4’ 효소를 차단해 인크레틴이 본연의 혈당 조절 임무를 차질없이 수행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 국내에 도입된 ‘DPP-4 억제제’로는 자누비아(한국MSD), 가브스(한국노바티스)가 있으며 둘다 먹는 약이다. 단독으로 혹은 기존 치료제와 병용할 수 있다. 이밖에 결핍된 인크레틴을 대체하는 인크레틴유사제 바이에타(한국릴리)도 시판 중이다. 단, 이 제품은 하루 두번 주사를 맞아야 하는 불편함과 비보험으로 치료비가 월 20만원 안팎이나 된다.

신개념 치료제 도입과 함께 대학병원에도 인크레틴 치료에 초점을 맞춘 집중 클리닉이 생겨나고 있다. 국내 처음으로 인크레틴 당뇨 클리닉을 개설한 가톨릭의대 강남성모병원 조재형 교수는 “인크레틴 기반 치료제는 신체 고유의 혈당 조절 기능을 향상시켜 보다 근본적인 당뇨 치료가 가능하다”면서 “당뇨 환자의 췌장 베타세포 능력과 인슐린 저항성 등을 정확히 측정해 맞춤형 치료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크레틴 기반 치료제가 모든 당뇨 환자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베타세포 기능 감소가 이미 심하게 진행된 경우, 인슐린 분비는 유지되나 인슐린 저항성이 큰 경우, 이미 오랫동안 인슐린 치료를 받아 온 환자 등은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민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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