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미다’ ‘깜놀’… 예능 보려면 약어사전이 필요해

‘골미다’ ‘깜놀’… 예능 보려면 약어사전이 필요해

기사승인 2009-02-16 16:2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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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연예] 경기도 광명시의 이철현(34)씨는 최근 TV를 보다가 출연진의 말을 이해 못해 한참을 갸우뚱거렸다.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 한 개그맨이 “아니, 정말 ‘깜놀’이에요”라고 했고, 제작진은 이 말을 그대로 TV화면의 자막으로 처리했다. 이씨는 “한참을 보다가 그것이 ‘깜짝 놀랐다’는 뜻인 줄 알고 어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골미다’ ‘깜놀’ ‘꽃녀’ 등 방송용어들이 축약되다 못해 암호화되고 있다. 애청자가 아니면 전혀 알 수 없는 용어들이 방송 중에는 물론 인터넷 상에도 당연한 듯 쓰이고 있다. 이전에는 자막에서 충분히 설명됐지만 이젠 자막처리도 줄었다. 한 시청자는 “방송을 보려면 방송용어 약어사전을 만들어 찾아가며 봐야 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암호화는 골미다, 무도, 패떴, 상플, 우결등 주로 프로그램 명칭에서 나타나고 있다. ‘골미다’와 ‘패떴’은 SBS TV ‘일요일이 좋다’의 한 코너인 ‘골드 미스가 간다’와 ‘패밀리가 떴다’의 줄임말이다. ‘골드 미스가 간다’는 개그맨 송은이 신봉선과 영화배우 예지원 등 6명이 합숙하며 일어나는 일들을 보여준다. ‘패밀리가 떴다’는 유재석 이효리 등이 시골집에 찾아가 집을 대신 보면서 일손을 돕는다.

‘무도’는 유재석 정형돈 정준하 등이 과제를 수행하는 MBC TV ‘무한도전’의 명칭이며 ‘상플’은 KBS 2TV의 ‘상상플러스 시즌2’를 일컫는다. ‘우결’은 MBC TV ‘일요일 일요일밤에’ 의 ‘우리 결혼했어요’다.

또 상징적인 의미로도 사용된다.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꽃보다 남자’의 주인공은 ‘꽃남’으로, ‘꽃보다 남자’의 여자 주인공은 ‘꽃녀’로 표기된다. 이와 함께 ‘깜놀’ 등은 예능프로그램의 토크쇼 중에 일상용어처럼 쓰인다.

방송용어의 암호화는 속도를 중시하는 인터넷문화의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네티즌들이 축약어를 만들어 인터넷상에서 사용하면 방송들이 이를 수용해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임용기 연세대 국문학과 교수는 “언어는 의사를 소통하는 도구”라며 “대중이 알 수 없는 말을 대중매체인 방송이 앞다퉈 사용하고 있는 것은 문제”라고 밝혔다. 반면 대중문화평론가 최영균씨는 “네티즌들은 축약어를 사용하면서 동질감을 형성하고, 충성도를 가늠한다”면서 “물론 이 말을 모르는 사람에겐 거리감을 느끼게 하는 등의 부작용이 있지만 비난의 대상이 아니라 하나의 사회현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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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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