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스포츠] 감독이 좋아하는 선수는 어떤 선수일까. 물론 실력있는 선수를 원한다. 그러나 실력 못지않게 비중을 두는 다른 부분이 있다.
2009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사령탑을 맡은 김인식(한화) 감독의 심정은 참담하다. 김병현(30)이 ‘여권 분실’이라는 이유로 약속했던 기한까지 하와이 훈련 캠프에 합류하지 않아 읍참마속의 결단을 내렸다. 김 감독뿐인가. 프로축구 수원의 차범근 감독은 얼마전 이천수(29)를 퇴출시켰다.
◇속 쓰린 두 명장= 김 감독은 17일(한국시간) 하와이 현지 인터뷰에서 쓰라린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김 감독은 “사실 김병현에게 비난의 화살이 향할까봐 걱정된다. 대표팀이나 김병현을 위해서 이 얘기는 여기까지만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감독의 이런 모습을 보면 프로축구 차범근 수원 감독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차 감독은 지난해 12월 이천수에 대해 훈련 불참 및 코치 지시 불이행 등을 이유로 임의탈퇴 공시를 요청했다. 그는 “정말 아들처럼 생각했던 이천수가 자칫하면 팀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칠수 있다고 판단해 어쩔 수 없이 포기했다”고 말했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54승(60패)을 거둔 김병현은 그 이름값만으로도 WBC 대표팀에 보탬이 되는 존재다. 젊은 선수들로 구성된 이번 대표팀에서 그의 메이저리그 경험은 절실하다. 이천수도 박지성으로부터 “저렇게 실력있는 선수는 처음봤다”는 평가를 받은 적이 있을 정도로 천부적인 재능을 갖고 있다.
◇실력보다 신뢰가 중요= 김병현이나 이천수나 모두 실력면에서는 결코 남에게 뒤지지 않는 선수들이다. 그러나 감독들에게 실력보다 중요한 것은 신뢰다. 두 선수 모두 신뢰 회복에 실패했다.
김 감독을 비롯한 코칭 스태프는 소속팀이 없어 훈련 여건이 마땅치 않은 김병현에게 하와이에서 진행되고 있는 한화 훈련 캠프에 미리 합류할 것을 권유했다. 하지만 김병현은 합류 일자를 차일피일 미루다가 결국 약속 기한을 넘기고 말았다.
그동안 대표팀은 김병현의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부단히 접촉을 시도했지만 연락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미국에서 개인훈련을 하겠다던 그가 일언반구 연락도 없이 한국에 들어와 ‘여권 분실 해프닝’을 일으킨 대목은 결정적으로 신뢰를 잃는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믿고 기다려줬던 코칭스태프로서는 힘든 결정을 할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천수도 김병현과 마찬가지로 사령탑에게 신뢰를 심어주는데 실패했다.
차 감독은 “이천수에 대해 정말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싶었지만 바뀌는 모습이 전혀 감지되지 않았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천수가 정작 중요한 상황에서 팀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부정적이었다는 후문이다. 훈련에 참여하지 않아 기량마저 미지수인 상태에서 그를 기용할 경우 팀워크가 크게 흔들리는 부작용이 우려됐다는 것이다.
중앙대 김종환 교수(사회체육학부)는 “지도자들은 팀을 이끌기 위해 선수의 능력과 컨디션 외에도 팀내 구성원들과의 관계 등을 고려한다. 선수와 지도자간의 신뢰 관계는 정말 중요한 고려 대상중 하나”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